소년에게 담장 너머 정원은 닿을 수 없는 꿈이었다. 봄이면 목단, 철쭉 흐드러지고, 여름이면 진초록 나무들이 물결치는 비밀의 정원. 하지만 인색한 주인은 정원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갔다. 아이들은 얼씬도 못하게 했다. 바람에 실려오는 나무 향, 꽃향기를 맡으며 소년은 다짐했다. 언젠가 나의 정원을 갖겠노라, 내가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평생 그들과 벗하여 살겠노라고.
그로부터 60여년. 소년은 오랜 의망(意望)을 이루었다. 바람 많은 섬 제주의 돌 자갈밭 3만여 평방미터 땅을 400여 종 수목이 자라는 기름진 땅으로 일궈냈다. 나무예술로 불리는 '분재'만 1만여 점이다. 정원의 크기는 해마다 확장돼, 주제별 가든이 7군데로 늘어났다. 문패가 '생각하는 정원'이다. 92년 개관해 내년이면 스무살이 되는 정원은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95년 이곳을 방문한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황무지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일군 무명 농군의 개척정신"에 경의를 표했다. 장 주석이 다녀간 뒤 이 정원을 방문한 중국 고위공무원이 5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장쩌민, 후진타오가 경의를 표하다
성범영 원장을 만난 날에도 '생각하는 정원'은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장팅옌 초대 주한 중국대사가 공청단 500명 단원을 이끌고 견학을 왔다. 중국어 표지판을 열심히 읽던 한 청년에게 물었다. "정원이 아름다운가요?"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정원을 일군 그 치열한 정신이 아름답습니다." 뙤약볕에 시달리는 나무들 돌보랴, 손님 맞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성 원장을 아직 일반에 개방하지 않은 '비밀의 정원' 한편에서 겨우 만났다.



자식처럼 나무 한그루를 심고
돌 하나를 옮겼다고 한다.


◆나무가 아름다운 건 시련을 견뎠기 때문
―왜 '생각하는 정원'인가?
"돈도 없이, 설계도도 없이 나 혼자 생각하며 만든 정원이라서. 사람은 생각을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분재할 때 뿌리를 그때그때 잘라주지 않으면 나무가 죽듯이."
―원래는 문패가 '분재예술원'이었다.
"정원이 커지고 분재뿐 아니라 돌담, 연못, 오름 지형 등 볼거리가 많아져서 이름을 바꿨다."

나무를 생명처럼 의지하고 대화하며
깨달음을 얻고 겸손과 절제도 배웠다 한다.


◆'미친놈' 소리 들으며 자갈밭을 일구다
성범영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지만 "제주가 나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제주와 나무를 빼면 자기 인생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1962년 군을 제대하면서다. "라디오에 제주도를 다녀온 교수들이 한라산과 천지연폭포에 대해 이야기하데요. 꼭 가보고 싶더라고요. 순간 제주가 고향인 군대 친구가 생각나요. 수소문해 기별을 넣은 뒤 목포에서 연락선을 타고 제주로 첫 여행을 떠났지요." 한때 서울에서 수출용 와이셔츠를 제작해 돈을 제법 벌었지만, 정원에 대한 꿈, 한번 보고 반해버린 제주에의 미련을 접지 못해 고생길을 자청했다. 와이셔츠 팔아 번 돈으로 처음 구입한 땅이 한경면 저지리 일대. 전기도, 수도도 없이 빗물을 받아먹고 사는 가난한 황무지 땅에서 그는 꿈을 향한 첫 삽을 떴다. 68년의 일이다.




◆살아 천 년 '주목'이 오래 사는 비결
군대를 제대한 뒤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의 정원에 합류한 주엽(47)씨는 "내 삶의 스승은 부모님이고 나무였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정원을 둘러보면서 아버님이 무심코 던지는 나무 이야기를 듣자면 인생의 파노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성 원장은 "진정한 리더는 나무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나무의 성품을 배우고 자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도 했다.


세계 유명대학의 조경학과 학생들의
필수 견학코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이 오래 사는 비결을 아는가. 일반 나무들은 줄기가 크면 뿌리도 크지만, 주목은 줄기가 커도 뿌리 끝은 실뿌리처럼 가늘다. 그래서 물을 흡수하는 양이 적고 강한 햇빛을 싫어하는 편이라 성장이 늦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요소를 동원해 활력소를 만들며 천천히 생존한다. 성장이 늦는 대신 기초를 단단히 다져 오래간다. 빨리 성장하는 것은 그만큼 무너지기 쉽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고귀한 정신과 혼이 담겨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




첫댓글 와~~~!!!
탄성 밖에 안나오네.......
ㅉㅉ
인간들이란...
이렇게 뒤틀리고
굽고 기형으로 살아 온 걸 보고
이쁘다고 좋아들 한다니....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금강송 처럼 늠름하고
자작나무 처럼 곧게 자란 것이 더 아름답더먼....
ㅠㅠ
홍슈의 애인이 더 이뿌네
이곳 정원 안내하면 딱 어울리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