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전망 '뚝'…하반기 변수는?
하반기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달리 큰 폭으로 줄며 힘을 잃었다. 최근 부동산R114와 직방이 각각 하반기 집값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서다. 모두 '하락 응답'은 감소했으며, '보합 또는 상승' 전망을 기대하는 응답자들이 늘었다. 다만, 여전히 상승 전망은 하락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전국 2천73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는 하락 응답이 65%로 압도적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5%로 크게 줄었다. 상승 응답은 24%로 하락 응답(35%)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이달 1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14일부터 30일까지 앱 접속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45.9%로 나타났다.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31.9%, '보합'은 22.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올해 주택 매매 가격 전망 설문조사에서 무려 77.7%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하락 응답 비율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조사한 '상승'(10.2%)과 '보합'(12.1%) 응답 비중은 각각 21.7%포인트, 10.1%포인트 늘었다.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응답자들은 '경기 침체 지속(32.5%)‘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23.7%) ▲기준금리 동결 기조지만 금리 높다는 인식(18.7%) ▲전셋값 약세로 인한 매매매물 출시(11.5%) ▲신규 입주 물량 증가(6.5%) ▲급매물 거래 후 수요심리 위축(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한다고 전망한 이유는 '저점 바닥 인식론 확산 기대'가 2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 규제 완화(20.1%) ▲금리 인상 기조 둔화(15.4%) ▲매물 거래로 인한 실수요 유입(11.9%) ▲경기 회복 기대(11.3%) ▲전셋값 회복 조짐으로 매매 상승 기대(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여부가 향후 집값 하락 '변수'
올 초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집값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주택가격전망지수는 8개월 연속 상승해 이달 100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집값 하락을 점치는 소비자보다 많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2를 기록했다. 전월(100) 대비 2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111)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나타내는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뜻이고, 낮으면 집값이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전국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주택가격 하락폭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 회복 기대감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최근 대출금리도 다시 상승세라 지수가 계속 상승 흐름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여전히 지역별 가격 격차가 커 주택가격전망지수 상승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 집값이 언제까지, 얼마나 올라갈지는 거시경제나 금리 부담에 따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국 이슈, 산업은행 리스크 등 국내외 경제 변수들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도 하나의 자산 상품이라 경기가 극도로 냉각되거나 어려워지면 같이 고비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제성장이 둔화하거나 장기침체가 이어지면 가장 대표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집값이 내려간다기보단 상승 제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소비자물가도 상승률이 둔화했고 금리도 네 차례 정도 동결했다"며 "금리 급등, 경기 침체 등의 우려가 비교적 덜해 다시 집값 폭락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향후 금리가 얼마만큼 올라가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엔 금리변수가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는 만큼 온도 차를 고려해야 하며, 이자 부담과 자기자본 비율의 적정성에 다른 대출 상환 능력을 두루 살펴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역별 상황에 따라 지금 들어가야 할지, 기다릴지 결정해야 한다. 여전히 금리 부담이 있고 집값이 회복했다고 해서 아직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자 부담과 자기자본 비율의 적정성 대출 상환 능력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현재 한계가 있는 상승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서울은 증가폭이 폭발적이진 않고 평년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금리 상단이 현재 7%까지 올라갔고, 향후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된 상황에서 주택매입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뉴스24 김서온·안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