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피는 언덕 태백 해바라기 축제와 은자의 땅 덕산기 물첨범 트레킹
그리움이 피는 언덕 태백 해바라기축제와 은자의 땅 덕산기 물첨범 트레킹
이승에서 잠깐 그를 만난 적이 있다. 허름한 작업복에 웃음이 환하던 그는 뚝심 있는 농사꾼은 아니었다.
인테리어 사업으로 목돈을 모아 사들인 구와우는 배부른 소 아홉 마리가 누워 있다는 구릉지 언덕 그가 꿈꾸던 영토는 노란 해바라기꽃의 바다였다.
탄광도시로 흘러온 가난한 예술가들을 모아 무명의 낙원을 꿈꾸었던 그는 태양을 향해 타오르는 해바라기 같은 열정을 품고 있었다.
어느 해는 100만 송이 해바라기가 만발하여 백두대간 산줄기를 노랗게 물들였고 어느 해는 폭풍우가 휩쓸고 가 쑥대밭이 되었고
어느 해는 퇴비로 뿌린 풀씨들이 돋아나 잡초밭을 이루었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난 해바라기밭을 보며 호기 있게 잡초식물원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그해 겨울 눈보라 속에서 부고장이 날아왔다.
가족도 없이 늘어난 빚 독촉에 고심했던 그는 엄동설한 구와우 작업실에 목탄난로를 지피고 잠들었는데 불씨가 해바라기꽃처럼 타올라서 쓸쓸하게 홀로 다비식을 치루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겨울 산중 한밤중에 펄럭이던 만장도 요령 소리도 없던 최후는 한줌 거름이 되어 구와우 해바라기밭에 뿌려졌다. 오로지 푸른 하늘의 태양만을 연모하는 해바라기처럼 슬픈 운명을 마감하였다.
프로방스의 눈 부신 태양 속으로 간 고흐가 그랬듯이 그도 치유할 수 없는 열병을 간직한 채 태양을 향해 피어났다 태양 아래 시들어 죽었다.
이제는 아무도 그를 기억해 주지 않지만 산안개가 흐르는 언덕에 그의 넋이 흐르고 팔월이면 그의 사랑이 순애보처럼 피어난다.
九臥牛에서 / 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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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피는 언덕 태백 해바라기 축제와 은자의 땅 덕산기 물첨범 트레킹
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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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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