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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126회)나그넷길 7
날씨는 신기하게도 그들이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나니 한쪽으로부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빗줄기도 한결 가늘어졌다. 열린 하늘에서 햇살이 쏟아져 내리니 가느다란 빗줄기가 마치 금빛 실발이 수없이 반짝이며 쏟아지는 것 같았다. 눈부신 광경이었다.
마침내 비도 멎고, 시꺼먼 구름이 밀려나면서 하늘이 점점 넓게 열려갔다. 비온 뒤의 하늘은 마치 호수처럼 맑고 푸르렀다. 흡사 여름날 소낙비가 한바탕 퍼붓고 지나간 뒤 같았다.
월미는 보따리를,
남정네는 괴나리봇짐을 들고서 바위 밑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남정네는 괴나리봇짐을 어깨에 메었다.
어디선지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 소리도 비온 뒤라 그런지 한결 경쾌하고 신선했다.
길을 향해 산을 내려가다가 월미가 주춤 멈추어 서면서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어머나, 저기 저 무지개 좀 봐요"
"어디?"
"저기요"
"오- 그렇구나. 햐-"
남정네도 입이 딱 벌어진다.
하늘 한쪽에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무지개가 선명하게 떠있질 않은가.
"무지개는 언제 봐도 참 신기해요. 그지요?"
"응"
"봄에 무지개가 다 뜨다니 오늘 참 희한하네요. 날씨도 그렇고"
"맞아. 아마 월미하고 나하고 바위 밑에서 좀 재미있게 쉬었다가라고 소낙비가 쏟아졌던 모양이지. 안 그래?"
"히히히..."
킬킬 웃으면서 무지개를 바라보는 월미의 살짝 사팔뜨기인 눈매도 묘하게 아름답다.
남자와 여자가 한번 살을 섞고 나면 그 뒤부터는 스스럼 같은 것은 말끔히 사라지고 마치 지아비와 지어미사이처럼 되어 버리게 마련이다.
월미와 남정네도 바위 밑에서 그처럼 뜨겁게 관계를 가진 뒤로는 남편과 아내 같은 사이가 되어 길을 갔다.
날이 저물자 그들은 여인숙을 찾아들어 한방에서 묵으며 예사로 부부처럼 밤이 이슥토록 또 방사(房事)를 즐겼다.
낮에 그렇게 열을 올렸는데도 두 사람 다 별로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이튿날 밤이었다.
그러니까 월미가 서문경의 집을 나온 지 세 번째로 맞이한 밤이다.
그날 밤도 월미는 남정네와 두 차례의 방사를 가졌다.
그리고 남정네의 품에 안긴 채 속삭였다.
"아저씨, 나 인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다니, 뭘?"
"맹주 땅에 가기가 싫어졌단 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남정네는 꽤나 당황한다.
그러자 월미는 바싹 남정네의 가슴에 한쪽 성한 볼을 갖다 대며 애원을 하는 듯한 그런 목소리로 말한다.
"나 아저씨를 따라 갈래요.
아저씨하고 같이 살고 싶어요"
"뭐라구?"
"왜요? 아저씨는 나하고 사는 게 싫나요?
전에 산에서 나를 좋다고 그랬잖아요"
"허허허..."
남정네는 그만 웃음이 나온다.
"왜 웃죠? 대답해 봐요.
날 같이 데리고 갈 거예요, 어쩔 거예요?"
"..."
"안 데리고 가도 난 따라갈 거라구요.
인제 아저씨하고 떨어져서는 못살 것 같애요. 정말이에요"
그러자 남정네는 곤혹스러운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연다.
"월미,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난 내왕이의 외숙이라 그랬잖아. 생질의 애인을 내가 데리고 살다니 말이 돼?"
"왜 어째서요?
내왕이가 뭐 아저씨 하고 나하고 같이 사는 걸 아나요?
내왕이는 이미 끝장이 난 신세와 다름없는데요 뭐.
안 그래요?"
월미는 이제 서슴없이
내왕이의 이름까지 들먹여가며 지껄여 댄다.
"음- 인제 보니까 월미 사람이 아주 못쓰겠는데...
애인을 찾아서 맹주 땅까지 간다기에 속으로 놀라운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 그래. 내왕이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빨리 식어버리다니... 만약 내왕이가 알면 얼마나 원망을 하겠어"
"아저씨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구요.
내왕이보다 아저씨가 훨씬..."
"훨씬, 뭐?"
"화끈하지 뭐예요. 너무너무 좋다구요.
내왕이하고 잘 때는 이렇게까지 좋은 줄을 몰랐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허허허... 나 참 기가 막혀서..."
"왜 기가 막혀요?"
"야, 이것아, 그러고 보니 넌 내왕이를 사랑해서 찾아가려고 집을 나선 게 아니라, 그저 남자 생각이 나서 뛰쳐나왔군 그래, 맞지?"
"그건 아니라구요. 처음에는 내왕이를 찾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맹주 땅이 너무너무 멀다는 것을 알았고,
또 아저씨를 만났기 때문에 생각이 달라진 거예요"
"좌우간 나는 너 같은 건 데리고 살수 없다구.
내왕이의 애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싫어"
"어머, 아저씨, 별안간 왜 그래요?
인제 보니까 아저씨가 더 마음이 빨리 변하네요.
조금 전까지 그렇게 좋아서 야단이더니..."
"잠이나 자자구. 밤이 깊었다구"
남정네는 품에 안긴 월미를 떠밀어내고는 나오지도 않는 하품을 일부러 소리까지 내어 크게 하면서 돌아누워 버린다.
쉬 잠이 올 리가 없다.
애써 잠을 이루려고 하던 남정네는 약간 당황한다.
등 뒤에서 월미가 훌쩍훌쩍 흐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흐느끼는 소리는 차츰 서럽게 우는 소리로 바뀌어간다.
이거 참 골치 아프게 생겼구나 싶으며
남정네는 잠시 꼼짝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 본다.
질질 서럽게 울면서 월미가 목멘 소리로 애원을 하듯 말한다.
"아저씨, 날 버리지 말아주세요. 예? 부탁이에요"
"음-"
절로 남정네는 무거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눈물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다.
다시 월미 쪽으로 돌아누우며 입을 연다.
"월미야"
"예?"
"울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봐. 나는 처자가 있는 몸이라구.
그리고 여자를 둘 거느리고 살만한 형편도 못돼.
월미의 심정은 내가 충분히 알겠는데,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구.
세상을 기분대로 살수는 없는 일이거든.
어쩌다가 우연히 월미를 만나서 정을 나누게 되었는데,
헤어지려니 나도 가슴이 아프지 뭐야. 그러나 도리가 없잖아?
애초에 마음 먹은 대로 고생은 되겠지만 내왕이를 찾아가는 게 옳다구. 나하고 정을 나눈 것은 중도에 잠깐 한눈을 팔았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를 저버리지 않는 게 여자로서의 도리가 아니겠어?
맹주 땅이 멀다고는 하지만 서둘지 말고 가다가 지치면 남의 집을 살기도 하면서 일년이 걸리든 이년이 걸리든 한번 찾아가 보라구. 말이 생지옥이지,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찾아가면 틀림없이 만날 수가 있을거야. 만나게 되면 내왕이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안 그래?"
남정네의 타이르는 말에 월미는 그만,
"거짓말쟁이" 하고 내뱉는다.
"뭐? 거짓말쟁이라니?"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뭐예요.
주막집에서 처음 만났을 때 뭐라 그랬어요?
" 맹주 땅이 어디라고 찾아가느냐고, 가기도 어렵지만,
간다한들 만날 수도 없다 그랬잖아요.
그래놓고서 이제 와서는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틀림없이 내왕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구요? 흥!
날 떼내 버리려고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게 뻔하다구요"
남정네는 뭐라고 얼른 응대할 말이 나오질 않는다.
흐흑 흐흑... 몇 번 흐느끼고 나서 월미는 말을 잇는다.
"몇번 데리고 놀았으니 인제 너 같은 것 소용없다는 그런 심보가 아니고 뭐예요. 가다가 죽어도 난 모른다 그거죠?"
"그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남정네는 슬그머니 화가 치민다.
"맹주 땅을 기어이 찾아가라는 건
가다가 죽으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구요"
"어째서 그래?"
"주막집 아줌마가 그날 밤 같이 자면서 그러는데,
중도에 도둑떼가 들끓는다는 거예요.
도둑떼에 붙들리는 날이면 볼장 다 본다 그러더라구요"
그제야 남정네는 월미가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알겠다는 듯이 누운 채 조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타이르는 듯한 그런 어조로 말한다.
"그건 지나친 걱정이라구.
도둑들이 월미를 죽일 것 같애?
무엇 때문에 죽여?
도둑들도 사람이란 말이야, 아무나 함부로 죽이진 않는다구.
월미를 죽여서 도대체 뭘 하겠어. 안 그래?"
월미는 아무 말이 없다.
"그 사람들이 왜 도둑이 됐는지 알아?
못살아서 먹을 것이 없어 도둑이 됐단 말이야.
먹을 것만 많았어봐, 뭣 때문에 도둑질을 하러 나서겠어.
그러니까 도둑들도 같은 처지의 딱한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 그거야. 더구나 월미처럼 맹주 땅을 찾아가는 여자를 해치겠어?"
"그건 왜요?"
"귀양살이 하는 죄수를 찾아가는데 해치겠느냐 말이야.
저들도 언제 그런 신세가 될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만약 도둑들을 만나게 되거든 맹주 땅에 귀양 간 애인을 찾아간다고 말하라구. 그러면 해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어쩌면 노자를 보태줄지도 모른다구"
이제 울음을 그치고 있던 월미는
그 말에 그만 히힉 웃음이 나와 버린다.
"인제 보니까 아저씨도 무척 순진하네요.
나한테 순진하다더니..."
"허허, 어째서"
"노자를 보태주는 도둑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에요"
"왜 없어. 있다구. 아직 얘기를 못 들었나? 양산박(梁山泊)에 본거를 둔 송강(宋江)이라는 도둑 우두머리는 말이야, 고을의 부호를 털어서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는 거야.
그러니 노자쯤이 문제겠어?"
"나도 그 얘기는 들었다구요.
그런 사람은 도둑이 아니라, 호걸이죠.
세상의 도둑떼가 어디 다 그 사람 같나요"
"좌우간 말이야 도둑들에게 붙들리게 되거든 맹주 땅을 찾아간다는 말을 하고서 그저 그자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라구. 말대꾸를 하거나 반항을 하면 안된다구.
같이 자자면 순순히 같이 자기도하고..."
"뭐라구요? 도둑들하고 같이 자기도 하라구요?"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떻게 해.
그러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을 치는 거지"
"싫어요. 난 인제 아저씨 말고는 아무하고도 같이 안 잘 거예요. 알겠어요?"
그러면서 월미는 다시 남정네의 품안으로 마구 파고든다.
이튿날 아침, 월미가 눈을 떴을 때는 어느덧 창문에 햇살이 훤하게 비치고 있었다. 좀 늦게 잠을 깬 것이었다.
아으윽- 기지개를 켜면서 옆을 돌아보니 남정네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일어나 바깥에 나가서 세수라도 하고 있겠지 싶으며 부스스 몸을 일으키니 무언지 한지에 싸인 것이 머리맡에 놓여있질 않은가.
얼른 집어서 펼쳐보니 뜻밖에도 돈이었다.
닷 냥의 주화(鑄貨)를 허름한 한지 쪼가리로 싸서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것이다.
월미는 얼른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남정네의 괴나리봇짐이 보이지가 않았다.
"어머나"
대뜸 그게 무슨 돈인지 짐작이 갔다.
남정네가 먼저 떠나면서 노자에 보태라고 남겨놓은 게 틀림없다 싶자 그만 두 눈에 핑 눈물이 어리는 것이 아닌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밤에 그처럼 간절하게 하소연을 했는데도 끝내 들어주질 않고, 아직 잠들어 있는 사이에 훌쩍 혼자서 떠나버리다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냥 사라지질 않고, 닷 냥의 돈을 머리맡에 남겨놓고 떠난 그 마음이 뭉클하게 가슴에 와 닿기도 해서 절로 코허리가 시큰해지며 눈물과 함께 뜨끈한 콧물까지 주르르 흘러내렸다.
잠을 깨자마자 또 눈물에 휘말린 월미가 한참 서럽게 그러나 조용히 흐느껴 울고 있는데, 방문이 열렸다. 주인 아낙네였다.
"아니, 아침부터 웬 울음이유?"
못마땅하면서도 약간 의아스럽기도 한 것 같은 그런 표정이다.
월미는 얼른 울음을 그치고, 당황하듯 닷 냥의 돈을 후닥닥 한지에 도로 싸면서 입을 연다.
"우리 아저씨 떠나버렸지요?"
"그 남정네가 아저씬가?"
"예"
"무슨 아저씨?"
월미는 대답을 못하고 살짝 고개를 떨구어 버린다.
"난 내외간인 줄 알았다구. 간밤에 보니까 둘이서 신나던데 그래. 나중에는 부부싸움도 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화가 나서 남정네가 아침 일찍 먼저 떠나버렸나 했지. 내외간이 아니었구먼"
아낙네는 돈을 싼 한지 뭉치를 짓궂은 눈길로 바라보면서 묻는다.
"그건 뭔가? 그럼 화대겠군. 맞지?"
"화대라니요. 아닙니다요"
"그래? 그럼 뭘까?"
"우리 아저씨가 노자에 보태라고 주신 거라구요"
"노자에 보태라고?
그럼 오다가 길에서 만난 아저씨구먼. 내 말이 맞지?"
"..."
"그게 그거지, 화대가 뭐 별건가. 하하하..."
재미있다는 듯이 아낙네는 까르르 웃어 버린다.
* 계속 127회~~
첫댓글 엄마가 외출하려고 화장을 하고 이것저것 옷울 갈아입어보고 있었다.
곁에서 서있던 7살짜리 아들이 9살짜리 형에게 속옷 차림의 엄마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 카~아!! 죽이네. 울 엄마도 섹시하다. 그치?”
그 말을 들은 엄마가 화가 나서 머리를 세차게 쥐어박고선 이렇게 말했다.
“ 이 녀석이! 조그만 한 게 버르장머리 없이 말투가 그게 뭐야?”
옆에서 보고 있던 형이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거 봐~, 인마! 넌 맞아도 싸. 임자 있는 여자는 건드리면 안된다고 내가 얘기했잖아!”
월미가 왜그리 정이 헤픈지
남정네는 떠났고...
이제 어쩔 것인고 ?
주막에 눌러 앉을 것인가
내왕이를 찾아가야 할 목적이 흐릿하넹
다음편을 기대
추천은 꾸욱~
감사합니다
월미가 이제 스무살,종으로 살아왔으니
세상물정을 알겠어요? 한편 측은하네요.
어떻게라도 살려고 송혜련도 교살 했는데...
형 소개해 드릴까요? ㅎ
@골드훅 본인이나...난 딸같은 생각에,
@음유시인 싫으면 말구요
@골드훅
허무한 사랑을 했네요~ 월미가ㅡ
따라붙으려하니
엇 따 뜨거워라~하고 바로
내빼버리는 남자하고ㅡ,,,
나쁜시키네요
감사합니다
생질부되는 사람하고
바꾸어 시외숙 되는 사람이 애초부터 잘 못된 만남 ~
추천 누르고 갑니다~
완전 개판입니다
고맙습니다
추천합니다
어서오십시요
감사합니다
월미,
그 남자를 지가 먼저 꼬셔놓고..
추천 눌렀습니다
환장 허겄써요
감사합니다
추천하고~~~
지극한 정석 입니다
월미~
어디로 가야하나~
추천꾹
지 가고 싶은데로 가겠지요
감사합니다
금병매가 길기도 하네~~
언제 끝나면
그 다음에는 "은병매", "동병매"로 이어지남? ~~ㅋㅋ
이형은 나를 죽어라 하쇼
끝나면 그동안 욕봤으니까
소주나 한잔 하자 해야지 에휴~~~
@골드훅 끝나기 전에 한잔 해야지라~~ㅋ
@포시즌
에구 ㅡㅡ이르다가 아예 직업전환 할것 같아 마음 이 아프네요
그래도 꾹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