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불가의 네가지 악기,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둔 곳인데..범종은....없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때 화폐제작에 쓴다고 떼가서 녹여버렸단다....
권력자의 시각이 짧고 좁으면 후대가 고생이다.... ㅡ.ㅡ^
범종루에 올려본 안양루와 뒤, 무량수전....하늘을 이고있는 듯한 모습였다.
부석사안에서만해도 향해야 할 걸음은 너무도 많았는데 그래서 외려 어떤곳도 함부로 향하지 못했다.
화엄종찰 부석사는 1300년뒤의 한 방문객을 순식간에 그 속으로 흡입해버리는 듯 했다.
무량수전 왼편에서 바라본 산하의 모습...아득하게만 느껴지던 저 산줄기들이 한순간에 마음에 들어와버렸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그 장쾌함을 표현할 수 없고, 장쾌하다는 말로는 그 섬세함을 표현할 수 없다"
유홍준 교수가 남긴 이 문장으로도 이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음을, 비로소 부석사에 와보고 나서 알았다.
안양루옆에 서서 바라본 영남의 산줄기들....여름에는 달리는 듯한 느낌의 저 산줄기들이, 만추의 가을에는 한호흡을 고르는 듯 했다...
안양루에서 당겨본 범종루....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듣는듯 했다. 눈요기에 그치면 관광일것이고, 그 내면까지 들어가게 되면 그때 비로서 여행이 된다.
부석사뿐 아니라, 우리 국토를 걷는 관광객들이 여행객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무량수전의 오른편 모습....저 배흘림기둥이 말을 걸 것만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무량수전 오른편, 조사당으로 오르는 오솔길 입구에 서서 다시 한번 담을 수 밖에 없었던 안양루와 영남의 산줄기...
의상대사가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무량수전 뒷편에 위치한 조사당으로 오르는 길...
가을 오솔길을 언제봐도 곱다..
조사당의 위로 펼쳐진 하늘....끝간데 없는 저 푸름 하나만이, 1300년의 부석사과 지금의 부석사의 유일한 공통점일까...
그러나, 그 무렵의 하늘이 더푸르렀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겠다.
조사당을 내려와서..내려온 만큼 하늘은 멀어질 것인가...
다시, 무량수전...배흘림기둥에 스미는 가을햇살이 깊은 여운을 주는 듯 했다.
무량수전은 무량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무량수전 현판의 글씨를 쓴 공민왕은 원나라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웠던만큼, 또한 원나라때문에 그의 평생의 사랑을 얻었던 왕이다.
노국공주를 향한 공민왕의 마음은 고려말, 잠깐일망정 예술적 중흥을 가져왔고, 동시에 호국불교의 또다른 기반을 쌓게 했다.
속세를 떠나 절로 몽진을 왔던 공민왕은 그의 위치로도, 그의 마음으로도...결코 속세를 벗어날 수 없는 슬픈왕이었을 것이다.
비바람을 맞고 1300년을 서 있는 저 돌부처는 그 세월동안 자신의 발치에서 기복을 빌던 중생의 무수한 소원을 들었을 것이다...
돌부처의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네 소망은 모두 같을 것이다. 삶의 원형은 그렇게 같다.
그런데..이 돌부처를 보고 있는 내 앞으로 소위 "불륜"인 커플이 지나갔다.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눕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설픈 내 철학(?)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는 느낌였다..^^
중국3대종정의 한 자리를 거절하고 문무왕의 명을 받고 귀국한 의상은 5년여를 헤맨끝에 지금의 부석사 터를 찾았다.
그 무렵의 부석사는 도둑들의 소굴여서 절을 지으려는 의상은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한다. 그 때 이 돌이 저절로 허공에 떠서 세번정도 공중을 떠다녔단다..
스님의 도술인줄 안 도둑들은 이 소굴을 버리고 도망을 갔고, 의상은 이 터에 절을 지을 수 있었다....그 돌을 떠오르게 했던 선묘는, 당나라 부두에서 의상이 탄 배의 출항을 보며 바다에 투신했다
죽어 용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이 지은 절을 지키는 용이라는 신령한 존재가 되었다 해도 살아 그와 밥상을 마주하고 싶었던 선묘의 이루지 못한 꿈을 위로해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작가 김훈은 그의 기행집 자전거여행헤서 부석사에 대해서 그렇게 썼다.
선묘의 존재를 알면서, 선묘가 바친 일용품들을 모두 사용한 의상은 선묘를 보지않고 당나라를 떠났다.
적어도 사랑법에서 나는 의상의 고고함보다 함께 느끼고 공유하며 마음을 다했던 원효편이다.
선묘낭자의 생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부석사에서 문득,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선묘같은 여자도 있고, 의상같은 남자도 있으며 선묘같은 남자도 있고, 의상같은 여자도 있다.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것들이 분명 있지만, 적어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도리는 예나 지금이나 지켜져야 한다는 결론이 들었다.
뜬돌, 부석을 돌아서 다시 내려본 부석사....찾는 이들의 발길을 모두 감당해내는 부석사는 10월의 마지막날을 그 자신도 그렇게 부산하게 보냈을 것이다.
그래도 쏟아지는 가을햇살은 풍요로웠다.
화엄사의 종찰답게 "華"자 형태로 지어진 부석사는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가는 길의 108계단 부분마다 들어선 건축물들의 선 또한 좌우, 상하 대칭을 이루고 있다.
다시 돌아볼 수 밖에 없었던 무량수전....팔작지붕의 기품이 멋스러웠다.
까치밥을 안고 있던 감나무...퇴색의 아름다움...
일주문의 사천왕상...차카게 살자~ ^^
부석사의 붉은 가을
일주문 위....부석사의 노란 가을...사람들의 머리를 화면에 담고 싶지 않아 자르다(!) 보니, 사진이 쫌 짤뚱해졌다...괜찮다...기억이 찍어준 사진이 남았으니...
부석사의 하나된 가을..
부석사 매표소....너무도 많은 인파속에서 담고싶은 모습들을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사진기가 아닌, 내 마음에 담긴 부석사의 모든 것들이 나의 생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
그 풍요를 기념하며, 내 방식대로의 여행에 조율과 조절의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서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 일행과 동동주 한잔~ ^^(디게 진했다. ㅠ.ㅠ)
부석에서 풀었던 걸음을 다시 거두어들이며 쉬는 동안, 거꾸로 솟은 물줄기이 빛과 만나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다.
내 인생, 여전히 빛나고 있고, 또 빛내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나의 마음에 악수를 건네보았다.
부석사를 돌아서 소수서원엘 갔다. 매표소에서, "수고하십니다"라는 말을 건넸더니, 매표소 직원아저씨, 그날 5천여장의 입장객을 맞는 동안, 처음 들은 인사라며 2명의 입장료중 한명분을 제해주셨다.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을 수도 있겠지만, 말한마디에 더욱 기분좋은 여행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매표를 하고 들어온 소수서원 솔밭옆의 정자주변....
예나 지금이나 산빛을 담은 물빛은 푸른데 소수서원을 가득차게 했던 선비정신은 남아있을까...
인문학의 위기라는 요즘세상에 지조있는 선비정신을 아쉬워졌다.
소수서원내 산책로...소수서원에 노을이 비낄때쯤 다시, 일상을 생각했고, 그 일상속으로의 귀환을 생각했다.
서울을 떠날때는 10월였는데 돌아와보니 11월이 와 이었다.
퇴색과 소멸의 계절로 가는 지금, 영주, 부석사에서 내가 거두어 들인 열매들은 퇴색과 소멸의 이 계절도 깊고 넓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영주여행동안 만났던 모든 분들, 풍기역에서 부석면 숙소까지 타고간 버스를 운전해준 기사아저씨, 몇십원단위로 달라지는 구가별 요금을 일일이 계산해주셨다.
부석사가는길에 만나 부석경내허가차량주차장까지 태워준 영주시청 소속 문화유산해설사 정준상님, 부석의 숨은이야기들을 너무도 잘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소수서원매표소에서 인사말한마디에 마음이 넉넉해질만큼 업무에 지쳐있던 매표소직원아저씨...이분들을 포함해, 그 길에서 만난 모든 이름들에게 깊으고마움을 전한다. 더불어, 가을의 한가운데 옮겨본 나의 걸음과 함께 해준 나의 일행에게도 또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그들의 가을이 모두 풍요롭기를..아울러, 여러분의 가을도 풍요롭기를....... (__)
끝으로, 부석사부근 교통시간표 안내도를 첨부합니다. 가실 마음 있는 분들께 전합니다....
첫댓글 몇년전 무량수전에서의 새벽예불...제 인생 최고의 감동였었는데....다시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런지...작년에 갔을땐 부석사도 여느 절집처럼 관광지가 되어버렸던 풍경에 몹시도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멀어서 자주 가보진 못하지만 멋진 곳입니다. 악양루에서 바라본 풍경. 끝내주죠... 다시 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에휴. 부석사는 너무 먼데.... 마음에 또 하나의 빚을 지게 되었네요.
출가하고픈 사찰.....학교 선배가 출가한 사찰...길가다 우연히...그 선배가 스님으로 변신해 있더군요....아!~부석사...많은 추억이 서린...이 알싸한 아침...마음은 어느새.부석사로..
잘 사는감? 먼저 통화하구 연락함 해야지 하고 여태 깜깜했네...이렇게라도 소식접하니 반갑기 그지없구만~~~멋진 사진 넘 잘봤구...나도 꼭 가봐야 쓰것다. 부석사!!! 조만간 함 보자구^^*
사진도 좋고 글도 좋고 소백산을 찾아 갔었지만 부석사는 인연이 아니되어 못가봤는데, 참 좋구만 이제는 여행객 모드로 그곳을 들려야지...... 이제는 우리가 찻집에서 만나자구. 조만간 번개함 하자구 오이차 한잔하는 곳에서........용욱아 수미야 토끼들이 번개쳐라
오랜만에 보는 자연그대로의 사진이네요 역시 색조강조강조한 사진보다 훨씬 좋습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란 책 때문에 알게된 부석사..작년여름 처음 가보고~사과꽃이 필때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가을의 부석사도 참 좋으네..에휴~나날이 가보고 싶은 곳만 늘어난다^^ 사진이랑 음악이랑 참 좋다. 잘 지내지?
좋은 여행이네요. 가보고 싶었는데, 인제 좀 쉬었다 가는 곳을 알게 되었군요. 사진이 참 좋으네요, 가로수도 사과 빛깔도...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이네요. 잘봤습니다. 사진한장 퍼가도 될까요?
사진을보니 가보고 싶네요^^ 사진도 좋고 음악도 좋고 고맙습니다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머물럿던 발걸음들이 언제나 너의 마음에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거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러움이다..
제가 그렇게 받아온 것처럼 제 발길의 흔적들이 여러분께도 전해질 수 있기를....사진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언제든, 무엇이든...그리고 흐르는 음악은 리처드 클레이더만 연주곡, "가을의 속삭임"입니다....야근을 하고 비를 맞고 귀가를 했네요, 이 비, 지나고 나면 추워질테니...모든 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2년전인가 홀로 찾아가 늦은 발걸음에 걸린 노을을 부랴부랴 입에 걸치고 할아버지를 닮은 어르신들의 신산한 삶을 엿보다가 새벽에불에 늦게나서선 대웅전 앞뜰에 탑처럼 서서 내 그대를 위헤 두손으로 마음 빌었더라^^..지금은 사랑하는 친구인 그를위해
저도 지난 일욜 다녀왔는데... 같은 코스네요... 사진보니깐, 그날의 그 기분... 느껴지네요...^^ 너무나도 행복한 하루였지요....
여행하는 자의 자세로 인해 그곳은 더 깊게 다가오고 또한 그 깊음으로 인해 오랜 감동이 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유홍준 교수(지금은 문화재 무슨 청장이시죠?)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부석사의 위치를 "태백산맥이 둘로 갈라져 각자 자기 길을 가는 양백지간에 자리잡고....."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조석필 선생이 엄청 열받았지요???ㅎㅎㅎ//사진 좋고 음악 좋고... 감상 잘하고 갑니다.~~
너무 잘보고 갑니다..짝사랑같은 마음을 품게하는곳입니다...11월이 다가기전에 또 다녀와야겠네요...보고 싶었는데..이렇게 보니 넘 반갑군요..
다음주에 고치령에서 도래기재 갈 예정이데 갈곶산에서 그곳으로 가버릴까봐 두렵다
다음주 이요일 고치령에서 도래기재 갈려는데 갈곶산 갈림길에서 그곳으로 가고싶어지면 어쩌지!!!!!!!
어디에서건 가을은 아름답다지만 더욱 숙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하는 여행! 산 속을 헤매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반성을 하게 하네요. 하긴 어디에나 산이 함께하죠~~!!
저도 이번에 소백산 갔다가 부석사 들렸었는데 오는길에 사과도 사왔구여 ㅋㅋㅋ 봄에가면 참 좋을꺼같아여
이번 가을에는 꼭 가야지 했던 곳. 부석사. 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이 두배가 되네요. 이번 겨울에 이름 그대로 하얀눈이 덮힌 소백산과 부석사을 다녀오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