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66.2㎝, 세로 33㎝ 액자에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1910년 2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간절히 바랐던 염원이 가득 담겼다.
안 의사는 당시 일본인 간수에 써준 이 글에 '경술 2월 어여순 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 二月 於旅順 獄中 安重根 書)'라는 글귀와 손바닥 도장으로 자신이 쓴 글씨임을 증명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24일 개막하는 특별전 '안중근 書'에 일본 류코쿠대학 도서관 소장 안중근 의사 글씨 '독립(獨立)이 1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공개됐다.
유정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3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안중근 의사가 남긴 독립이란 글씨는 아주 짧은 글씨지만 힘이 있고 간결해서 안중근 의사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글씨"라며 "지난 2009년 이래 1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보실 수 있는 글씨"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 썼던 글씨를 통해 안 의사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사상을 조명한다.
유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사상을 어떻게 되돌아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준비했다”며 “전시는 전체적으로 안 의사가 남긴 글씨를 볼 수 있는데 이분이 남기신 글씨를 통해서 이분의 삶과 사상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일본 류코쿠대학 도서관에 있는 안 의사의 글씨 ‘독립(獨立)’을 비롯해 안중근의사숭모회,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홍익대 박물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김화자 소장의 안중근 의사 글씨 보물 13점 포함 총 18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 의사의 어린 시절 이름 '응칠(應七)'에 착안해 7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안 의사의 삶, 의지, 사상을 보여주는 글씨들이 선보였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안 의사의 유�걋� 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에 바친 그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자 그의 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는 소중한 메시지"라며 "모든 유묵에는 '안중근 서' 즉 '안중근이 쓰다'라고 적혀 있고 바로 이 네 그자가 전시의 제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1부 '안중근 生'에는 안 의사 가문의 교육관이 녹여있는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 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 '당지복 영원지락 天堂之福 永遠之樂'등 5점이 선보인다.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는 '황금이 백만 냥이라도 자식에게 하나를 가르침만 못하다'는 뜻으로 교육을 중시하는 안 의사와 철학을 보여준다.
2부 '안중근 義'에서는 안 의사의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 의사의 애국심이 녹아있는 대표적인 글 '국가안위 노심초사 國家安危 勞心焦思',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 장부이자 의사로서의 결기가 느껴지는 '장부수사심여철 의사림위기사운 丈夫雖死心如鐵 義士臨危氣似雲'등이 전시된다.
글씨 '독립'은 전시실 중심 공간에 자리했다.
3부 '안중근 思'에서는 동양평화를 위해 하얼빈 의거를 결행한 안 의사의 사상을 조명한 글씨 4점이 걸려 있다.
그중 '동양대세사묘현 유지남아기안면 화국미성유강개 정략불개진가련 東洋大勢思杳玄 有志男兒豈安眠 和局未成猶慷慨 政略不改眞可憐'에는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안 의사의 열망이 표현되어 있다.
글씨 외에도 안 의사 사진, 안 의사 가족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안 의사 공판 장면이 담긴 스케치북 등 안 의사 삶을 보여주는 자료 50여 점도 공개됐다.
전시된 유물 중 안 의사의 애국심을 보여주는 보물 '천여불수 반수기앙이'와 안 의사의 동양사상을 표현한 보물 '욕보동양 선개정략 시과실기 후회하급'은 개막 후 각각 3개월과 1개월 후 보존관리를 위해 영인본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한 관장은 영인본 교체에 대해 "전시된 유물들은 먹으로 된 전통 서예작품이라 빛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며 "전체 전시 조명을 어둡게 한 대신 체험은 밝게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025년 3월31일까지 열린다.
박물관 기획전시실 앞 다목적 홀에서는 '안중근 書'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11월13일부터 매주 수요일 안 의사를 주제로 한 시민 강좌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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