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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수씨와 가족들이 제작한 공예품 |
ⓒ 김형숙 | |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씨가 특별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들고 남은 양말목을 이용해 컵 받침과 미니크로스백, 그리고 파우치를 만든 것입니다. 양말목을 색깔별로 골라 자신이 제작한 틀을 이용해 한 땀 한 땀 손으로 엮어 만든 정성어린 작품입니다. 그는 왜 양말목 공예품을 만든 것일까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김동수씨는 침몰한 세월호에서 빠져나왔지만 사람들을 구하다가 다친 몸과 마음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안산에 있는 고대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년간의 병원 생활 동안 그는 악몽 같은 기억, 그로 인한 불면, 긴 입원 생활로 인한 갑갑함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6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와 생존자를 잊었지만, 그와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지급한 보상금은 그가 1년간 입원해 있는 동안 생계비로 모두 소진했습니다. 그가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지만 어디서도 지원받을 수 없어 고스란히 보상금으로 소진해야 했던 것입니다.
세월호 생존자들의 이 같은 고통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그는 국회, 청문회장에서 몸을 자해하며 하소연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김동수씨의 후유증과 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사고 이후 악몽과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잠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일 일반인 기준 몇 배의 수면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것마저도 2~3시간 잠을 이룰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과도한 약물복용으로 인해 늘 몽롱한 상태가 되어 정작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뭔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던 중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양말목 공예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오랜만에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양말목 공예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적어도 이걸 만들고 있으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어 잠시나마 세월호를 잊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제주에 있는 조작간첩 피해자 기억공간 '수상한집'과 육지의 '평화박물관'이 김동수씨 가족과 힘을 모아 공예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쓰고 남은 양말목을 재활용해 가방과 컵 받침 등을 만들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일상에 집중할 수 있고 그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낮에 집중하고 나면 저녁에 조금 더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는 그와 같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의 다른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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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텀블벅"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모금현황 |
ⓒ 텀블벅 | |
처음에는 서툴렀던 공예품이 날이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진 공예품으로 거듭났습니다. 결국 이렇게 만든 물건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 올리면서 조심스럽게 100만 원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호응으로 목표 후원 금액의 6배가량의 돈이 모였습니다.
양말목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제품 모두를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만들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걸리는 일이었지만, 김동수씨는 이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합니다. 물론 가끔은 몸과 마음이 힘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자신과 같은 생존자를 지지하고 후원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의자에 앉아 틀을 잡는다고 합니다.
펀딩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열심히 물건을 만들고 있는 김동수씨. 그는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후원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텀블벅에 참여했던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입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여러분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어떤 날은 작업에만 매진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몸과 마음 상태가 어려워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기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작품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하고 양말목이라는 독특한 재료인지라 색상마다 디자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디...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금 여러분 성원에 감사드리고 후원자님 가정과 일터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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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수 씨와 가족들이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 |
ⓒ 김동수 | |
이번 펀딩은 텀블벅에서 10월 10일까지 진행하며 참여의사가 있는 후원자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참여하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