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광시곡 전곡 듣기
올 여름은 매우 가물고 더웠었다. 그래서인지 추석이 되어서야 가을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동네는 자주 9월 초순에 첫눈이 내릴 만큼 여름에서 겨울로 곧 바로 넘어가는 곳인데 올해는 추분도 지났고 구월이 다 지나서 시월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기분은 여전히 여름 분위기다.
추석날 아침에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히터를 틀었다. 다른 해 같으면 벌써 히터를 틀었을텐데.
하루에 계절이 세번 바뀌고 일주일이면 네 계절을 다 겪는 동네가 이곳임을 잊고 살았을 만큼 올 여름은 한결같이 더웠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추석날은 온 식구가 나가서 꽤 비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로 추석 만찬을 즐겼다.
재밌는 것은 싸구려 레스토랑은 불경기로 애를 먹고들 있는데 고급 레스토랑은 오히려 호황이라는 것이다.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이 이 근처에서 가장 비싼 그 레스토랑이 좁다고 바글거리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게 다 비싼데 기왕 돈을 뿌릴 바에야 ... 하는 마음은 나 뿐이 아니어서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다 비슷한 것 아난기.
나는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한햇동안의 수고를 마무리하고 그 소산을 즐기는 때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반대로 봄은 아주 싫다. 어쩌면 봄을 타는 체질이어서인지도 모른다.
봄만 되면 지병이 도지거나 없던 병에 걸려서 심하게 앓고는 했던 어릴 적 추억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은 좋아한다. 활동하기 편한 여름기후, 겨울잠을 자듯 편안하게 쉬는 겨울이어서 그런것일 게다.
결혼 오십년 째인 우리 마눌의 인상은 가을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낙엽이 진 숲 사이를 홀로 무언가 생각하며 걷는 여인의 분위기... 그것이 내가 마눌을 처음 가까이서 봤을 때 받은 인상이었는데 그 때 입고 있던 옷이 갈색이었고 그 계절이 가을이었으며 장소가 태릉의 배밭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때의 모습은 내가 평생 아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다.
그런데 우리 마늘은 가을을 되게 싫어하고 봄을 아주 좋아한다. (아이고-)
이 곡이 가을 분위기에 맞는 다는 것이 일반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가을 분위기에 젖고도 싶고 또 끝내야 할 일이 있어 그 일을 하면서 듣고 싶기도 해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을 올리고 나니 옛 생각이 더욱 나는 것 같아 한마디 꼬리를 붙였다.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OTde24vqz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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