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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1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봉헌됐다.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평신도 단체들이 마련한 이날 미사에는 사제 30여 명과 수도자, 평신도, 시민 500여 명이 참여했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결의안이 통과된 지 꼬박 석 달, 헌법재판소 변론이 마무리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탄핵 찬반 입장을 두고 나뉜 이들 사이에서 극심한 대립과 갈등,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와 단식 농성, 시국선언이 매일 이어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말 집회 전에 어떤 분이 저에게,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든 한쪽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느 한 쪽이 손해나 피해, 정신적 충격을 받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사 주례와 강론을 한 양두승 신부는 헌재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한편, 내란범과 그 동조자들에 대한 용서를 위해서는 그들의 진정한 회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주례와 강론을 한 양두승 신부(작은형제회)는 미사를 시작하며 “단식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정당인들, 청년, 학생들에게 감사드리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고공 농성 중인 세종호텔 고진수 형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함께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를 이들을 용서하기 위해서 그들의 진실한 회개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의 정의로운 판결과 오늘 이 사태의 책임을 가진 이들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했다.
양 신부는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키는 폭동, 곧 내란으로 반헌법적인 쿠데타를 벌인 그 우두머리 윤석열에게는 당연히 탄핵이 인용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면서, 내란에 동조하고 부역한 정당과 검찰, 언론의 책임도 강조했다.
17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루카 복음 6,36-37)
양 신부는 이날 복음의 ‘용서’에 대해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씀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오늘의 복음은, 그러나 내란 상황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란의 우두머리를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면서 복음 말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비상 계엄이라는 위헌, 위법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심판도 단죄도 하지 않는 내란 동조 세력의 모습이 올바른 용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양 신부는 “용서란 진실한 회개와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며 죄를 짓고 나서 엎드려 참회하고 고백하는 대신, 변명거리를 주어 숨기는 것이 인간의 잘못 가운데 가장 큰 잘못”이라며, “그런 사악함은 가장 나쁜 죄로 헤아려질 것이 분명하다는 말을 저들도 기억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가 많은 이의 염원을 담아 하루속히 정의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와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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