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김용 20억 요구 시기
‘남욱 8억’ 외 다른 모금 가능성, 김만배 “어제 5억줬는데 또 대들어”
유동규, 2020년 6월에도 남욱에 “내가 판깨면 니들 끝” 돈 요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에게 “현재 나온 것(배당된 돈)을 어떻게 좀 해달라”며 거액을 요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는 유동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의 최측근인 김용(수감 중)으로부터 대선자금 20억여 원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시기다.
검찰은 유동규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여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받았던 만큼 김만배를 통해서도 대선자금을 마련하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유동규, 지난해 초부터 배당금 요구
27일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동규가 지난해 2월 초 김만배에게 거액을 요구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는 지난해 2월 1일 정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뭘 좀 상의하려고 한다”며 “동규 말이야. 이제 현재 나온 것(배당된 돈)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만배는 이어 “(유동규가) 엄청나게 대든다”며 “어제도 현찰 1억, 수표 4억으로 총 5억 원을 줬다”고 했다. 김만배는 또 “내가 현찰로 주겠다. 수표로 (주겠다)고 했는데 (자신이 실소유한 법인에) 투자를 자꾸 해 달래”라며 “(유동규에게) 대선 전 투자해 놨다가 저 돈이 이동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 이거 걸리면 네 명 다 죽어’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대선 경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위험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만배는 지난해 1월 31일 경기 수원시 자택 인근에서 유동규에게 1000만 원권 수표 40장과 현금 1억 원 등 총 5억 원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동규가 불법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장동 사업으로 1400억 원 가까운 거액을 배당받은 김만배에게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만배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전달 의혹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고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
유동규는 2020년 6월에도 남 변호사를 만나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라면서 협박성 발언을 하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 “2020년 6월 중순경 어느 날 저녁에 유동규 집 근처인 수원시 술집에서 남 변호사와 셋이 만났다”며 “유동규가 ‘돈 벌었으면 형 용돈도 주고 그래야지. 막말로 나는 니들한테 아직 돈 받은 게 없고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동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20년에도 정진상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동규가 정진상과 김용 등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장동 일당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진상과 김용 등이 유동규로부터 전달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