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와 닮은꼴 "영화배우" 베스트11
우승후보 포르투갈의 무릎을 꿇린 11인의 태극전사들. 그들은 진정 한국 스포츠사의 영웅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스크린을 장악한 한국 영화계의 대표선수 11인은 누구일까. 포르투갈전 선발 라인업 11인과 비슷한 스타일의 남자배우를 짝지어 봤다.
월드컵의 해, 2002년 한국 영화계 최고의 수훈 선수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FW 안정환―정준호 이탈리아 페루자 소속의 안정환은 자타가 공인하는 2002년 한·일월드컵 최고의 인기 스타. 유부남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여성팬들의 절대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대표팀의 대표적 "꽃미남"이다.
매너 좋고 부드러운 느낌의 안정환을 보면 떠오르는 영화배우 정준호. MBC 공채 24기 탤런트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정준호는 <싸이렌> <흑수선> 등의 영화에 "조커"로 출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정준호는 <하얀방>, <가문의 영광> 등 3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안정환이 미국전에서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을 넣은 이후 포르투갈전에 선발 출장했듯 정준호도 <두사부일체>의 성공 이후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에 올랐다.
▲FW 유상철―장동건 폴란드전에서 멋진 중거리슛을 골로 연결한 유상철의 특징은 "멀티플레이어"라는 점. 이번 월드컵에서는 붙박이 공격수로 활약 중이지만 수비수 역할도 가능하다.
장동건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화려하게 2002년을 시작했다.
하지만 차기작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제작 LJ필름) 출연을 결정해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미남 배우의 벽을 넘어, 모든 장르와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한국 영화계 최고의 공격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FW 설기현―조재현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뽑아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지만 설기현은 변함없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다.
현재 벨기에 안더레흐트 소속인 설기현이 유럽 무대에서 익힌 안정된 기량은 히딩크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를 받고 있다.
배우 조재현 역시 한국 영화계가 인정하는 대표적 연기파 배우. 연극 무대, TV 드라마, 스크린 등을 종횡무진하며 성장한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의 "대사없는 눈빛 연기"를 통해 물오른 연기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바 있다.
▲FW 박지성―유오성 48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가능케 한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주인공 박지성. 전국 관객 820만명 흥행신화 <친구>의 유오성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고종수·이동국 등이 월드컵 유망주로 일찍부터 대중적 관심을 모을 때도 그저 묵묵히 실력만 갈고닦았지만 월드컵 개막 직전 평가전 연속골과 14일의 결승골로 유럽리그가 주목하는 스트라이커로 자리잡게 됐다.
오랜 대학로 무대와 단역 생활을 거친 단련 끝에 스타덤에 오른 유오성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다.
현재 유오성 연기의 모든 것을 보여줄 <챔피언>(감독 곽경택·제작 진인사필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MF 이영표―이정재 부상으로 초반에는 출장하지 못했지만 이영표를 한국 축구의 대표적 미드필더로 꼽는 것을 망설이는 축구팬은 없을 것이다.
이영표는 "꾀돌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성실함과 재치를 동시에 갖춘 선수다.
이영표를 닮은 꾀돌이로 누구를 생각할 수 있을까. "예의 바르고 성실한 남자" 이정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정재는 데뷔작인 84년 <젊은 남자>를 통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석권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후 청춘·코믹·멜로·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변신으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자리잡았다.
오랜만에 출연한 멜로물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 차기작 선정을 고심 중이다.
▲MF 김남일―권상우 신세대 터프가이 김남일은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강인한 체력과 승부근성을 함께 갖췄으며 특히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에 강한 선수다.
김남일 역시 월드컵 출전은 이번이 처음. 히딩크 감독에 의해 떠오른 샛별 가운데 하나다.
유럽의 거구 공격수들도 두려워하는 김남일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강한 프로정신을 가진 권상우에 비교될 수 있다.
특히 권상우는 데뷔작 <화산고>와 <일단 뛰어!>, 현재 촬영 중인 3번째 영화 <데우스 마키나>에 이르기까지 줄곧 주먹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강인한 역할을 맡았다.
▲MF 송종국―류승범 "포르투갈 축구의 상징"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은 송종국의 별명은 "히딩크호의 황태자". 스피드와 볼 컨트롤 능력을 가진 송종국은 젊은 나이를 무색케 하는 노련함이 장점. 공격력과 수비능력을 동시에 갖춘 멀티플레이어답게 미드필더와 수비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고 있다.
류승범은 정규 연기 수업을 받지 않은 신인이면서 놀라운 연기 감각과 노련함을 가진 배우다.
친형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우연히 영화에 데뷔한 류승범은 그후 <와이키키 브라더스> <피도 눈물도 없이> <묻지마 패밀리>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현재 촬영 중인 청춘코믹물 <품행제로>에서 주연을 맡으며 황태자 등극을 준비하고 있다.
▲DF 최진철―최민식 최진철은 수비수답게 거친 몸싸움과 헤딩에 능하다.
한때 스트라이커로 뛰기도 했고, 좋은 신체 조건과 강한 체력을 갖췄지만 30세에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 역으로 칸을 감동시킨 62년생 최민식 역시 그런 면에서는 최진철과 비슷하다.
TV·연극·영화를 넘나들며 오랫동안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98년작 <쉬리>에 이르러서 주연 배우로서의 진가를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후 <해피엔드>로 아·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파이란>의 3류 건달 연기는 최민식을 명실상부한 최고의 카리스마 배우로 자리잡게 했다.
배우 최민식은 동료 배우들이 꼽는 가장 존경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DF 홍명보―안성기 한국팀 주장이자 최고참인 홍명보. 오랫동안 우리는 홍명보없는 A매치 경기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듯 그의 존재는 한국 축구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요소였다.
한국 영화계에도 비슷한 선배가 한명 있다.
설명이 필요없는 "국민 배우" 안성기가 바로 그 사람. 홍명보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과연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의 멋진 슛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안성기 역시 칸 감독상 수상작 <취화선> 등 많은 영화에서 안정된 조연 연기를 펼치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물론 "언제나 현역"인 안성기는 가끔씩 멋진 중거리슛을 선보이기도 한다.
올해 안성기는 로맨틱코미디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감독 전만배·제작 씨네윌)을 통해 오랜만에 타이틀롤로 경기에 나선다.
▲DF 김태영―송강호 70년생인 김태영은 홍명보·황선홍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최고 노장 중 한명. 수비수다운 저돌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다.
송강호는 연극무대 출신으로 늦깎이 스타덤에 오른 영화배우.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으로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97년작 <넘버3>의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폭 "조필" 역으로 단숨에 대중적 인기를 확보했다.
그후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복수의 나의 것> 등 화려하고 색깔있는 필모그래피를 만들었다.
현재 일제시대 한국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를 다룬 <YMCA야구단>(감독 김현석·제작 명필름)을 촬영 중. 형사물 <살인의 추억>()에도 출연이 확정됐다.
▲GK 이운재―설경구 월드컵 본선 3경기를 무패로 막아낸 "새로운 거미손" 이운재. 골키퍼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기본기와 안정감을 갖췄다는 점이 바로 이운재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연기파 배우는 누구일까. 연기력에 객관적인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공의 적>으로 올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설경구를 떠올릴 것이다.
설경구 역시 요즘 충무로를 장악한 대표적인 대학로 출신 배우 중 한명. 영화는 <꽃잎>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99년작 <박하사탕>을 통해 가장 확실한 연기파 남우로 자리잡았다.
현재 이감독과 다시 작업한 영화 <오아시스>(제작 이스트필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대표팀선수 11명은 포르투갈전 선발 라인업 기준. 영화배우 11인은 한국 영화계 베스트 11은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