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열일곱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똑같다는 말로 이 비유를 들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다 똑같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니 열 손가락을 깨물었는데 유난히 더 아픈 손가락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손가락은 평소에 아픈 손가락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픈 자녀나, 살면서 아프게 된 자녀에게는 더 마음이 가는 게 부모입니다.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입니다. 아픈 손가락이 더 아프지 않게 하려고 특별히 마음을 쓰게 됩니다.
제게도 아픈 손가락이 열일곱이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열여섯의 삼촌들과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는 큰아들까지 열일곱 명입니다. 설교하면서도 제가 눈이라도 마주쳐 주거나 미소를 지어주면 행복해합니다. 눈에 보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거나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표현을 해주면 더 행복해합니다. 일부러 하이 파이브라도 해주거나 포옹을 해주면 어깨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삼촌도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납니다. 저는 그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행복합니다. 어느 순간에 아픈 손가락이 아프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설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있어서 데리러 오는 삼촌들은 언제 데리러 오나 벌써 질문합니다. 곁에서 그 말을 들은 다른 삼촌은 풀이 죽습니다. 데리러 올 가족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여섯 명의 삼촌 중에 세 분만 설 쇠러 갈 듯합니다. 남아 있는 삼촌들이 외롭지 않게 할 방법을 생각합니다. 감사기도를 한 후에 아들들과 삼촌들에게 세배도 받을 예정입니다. 저보다 연장자인 삼촌에게는 제가 세배할 겁니다. 세뱃돈도 준비하렵니다.
올 설에는 명절 음식을 하지 않으렵니다. 대신 야외에서 참숯을 피워놓고 선생님들 도움을 받으며 고기를 직접 구워서, 몸이 더 불편한 삼촌들도 섬기며 삼촌들도 배부르게 구운 고기를 먹게 할 계획입니다. 고구마와 감자도 포일로 감싸서 화덕 위에 올려놓을 겁니다. 드럼통을 옆으로 잘라서 만들어진 화덕에 참숯 불을 피우고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며 가끔 불멍도 때리며 즐길 예정입니다. 생각만 해도 좋습니다. 선생님들은 야외에 테이블을 깔고 의자를 놓고 쌈 채소도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 후에 제부도에 있는 놀이동산에 가서 신나게 놀이 기구를 타도록 하렵니다. 그래도 가족 없는 외로움은 없어지지 않겠지요. 그 마음을 알기에 언제나 제게는 아픈 손가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