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피고 진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꽃이 피고 지는 일처럼 어둠이 오고 걷히는 것이 외면에 나타나는 하나의 상이라고 보고 있으니 그러하다. 현상이요, 양상이라는 뜻이다. 바다에 이는 물결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본바탕은 빛으로 충만하다는 인식이니 이런 시심(詩心)은 마음을 바라보는 바른 안목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하겠다.
시인이 시 ‘무애를 살다’에서 “슬픔이 흘러왔다/ 흐르게 두었다// 분노가 돋아났다/ 돋게 두었다// 기쁨이 엎질러졌다/ 그냥 두었다”라고 담대하게 노래한 대목도 마음의 뿌리를 직시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