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령 선수가 김정우 아마 7단을 꺾고 여류팀에 첫 승리를 안겼다. |
"재미있어요."
소녀는 바둑이 "재미있다."라고 말한다. 7월에 입단대회를 앞둔 '수험생'임에도 바둑을 즐기는 여유만만한 표정이 정말 좋았다. 27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제8기 지지옥션배 아마연승전 2국에서 여류팀 송혜령 선수가 반집으로 시니어팀 김정우 선수를 물리치고 여류팀에 첫 승리를 안겼다.(292수 송혜령 흑 0.5집승)
초반은 평범했고 무난한 계가바둑을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중반전이 끝나가며 소녀에게 위기가 왔다. 소녀가 하변에서 끝내기를 서두르며 집을 챙기던 사이, 상변에서 '노장'의 껴붙임 한방이 컸다. 넉넉했던 흑돌들의 삶의 터전이 '오궁도화' 모양으로 변했다. 오궁도화는 죽는다. 필사적인 대마 탈출을 시도하면서 행마는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부여잡은 채 비루해진다. 송혜령의 얼굴에는 패배를 직감한 씁쓸한 웃음이 감돌았다.
이 때의 느낌을 묻자 송혜령은 "백이 대마를 끊어 잡았으면 바둑은 끝이었다. 패가 나기 전까지 몇 수순 동안 '돌을 거둘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백이 살짝 늦춰 외곽을 봉쇄하면서 '패'라는 변수가 생겼다.
▲ 김정우 선수의 초반 착점
패싸움을 지면 수상전에서 백이 잘 안 된다. 패감은 흑이 더 많았기에 서로 패감을 교환하다 김정우 선수는 각생으로 타협하고 다시 계가바둑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가바둑이라도 형세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후 숨가쁜 끝내기 공방이 100여 수 이상 이어졌다.
흑은 정교한 솜씨로 조금씩 따라잡아 끝내 반집의 문턱까지 넘었다. 송혜령도 "마지막 공배를 메우고서야 내가 이긴 줄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끝내기 싸움은 아주 치열했다.
'다 잡은 대마'를 살려줬고, 끝내기에서도 아깝게 '반집'의 차이로 역전당한 시니어팀은 바짝 약이 올랐다. 다음 3국에 나올 예정인 심우섭 아마 7단도 "(대국을 보다가)열 받았다."라는 농담으로 임전소감을 대신했다.
대국 전부터 송혜령 선수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여류팀의 김여원은 "시니어팀은 최강자들만 모여있어 누구 한 명을 에이스라 꼽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최호철 선수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생각한다. 여류팀은 아직 현장의 승부감각이 살아있는 송혜령, 이유진이 주력이다. 실력이야 큰 차이가 없겠지만, 생업과 바둑을 병행하는 다른 여자선수들은 이 둘에 비해 승부호흡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1,2국은 1승 1패. 다음 3국은 6월 2일(월요일) 오후 7시에 벌어진다. 이 대국도 사이버오로에서 수순중계하며 아이폰,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에서 <오로바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전할 수 있다.
▲ 시니어팀 김정우 아마 7단. 압구정리그의 아마최강자. 압구정리그는 사이버오로 '영고수'로 알려진 장시영 아마 6단이 운영하는 압구정기원에서 열리는 리그전이다.
▲ 여류팀 송혜령 아마 5단. 97년생으로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현재 권갑용바둑도장을 다니며 입단준비 중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지지옥션배는 여류팀이 1ㆍ4ㆍ6기를 우승했고, 시니어팀은 2ㆍ3ㆍ5ㆍ7기 대회를 접수해 4-3으로 시니어가 앞섰다. 프로대회 예선은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예정이다. 매년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연승대항전 전에 아마추어 시니어와 여류가 연승대항전의 분위기를 달군다. 4기대회부터 함께한 아마연승대항전은 4기 시니어 승, 5기와 6기 여류 승, 다시 7기 시니어 승으로 2-2로 팽팽한 접전 중이다.
제8기 여류 대 시니어 아마연승대항전은 각 팀 선수를 작년 9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준우승상금도 없어져 승부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의 나이 자격기준은 만 45세 이상(1969년생 이전). 아마추어 초청기준은 대한바둑협회 랭킹, 압구정 아마최강전 성적, 역대출전성적을 기준으로 후원사 추천선수를 추가했다. 시니어팀은 조민수, 김정우, 김세현 등 쟁쟁한 스타로 팀을 구성했고, 후원사 추천으로 프로기사 출신의 김희중이 참가한다.
여류팀은 대한바둑협회 여자랭킹 1위인 김수영, 압구정리그 여자 1위 이유진, 여자연구생 1위 송혜령 등과 전국체전 출신의 아마최정상을 모았다. 여류팀 후원사 초청선수는 송예슬과 송혜령 2명이다.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제한시간은 10분 40초 초읽기 3회. 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다.
○●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 출전 선수 명단
[시니어팀] : 조민수ㆍ김세현ㆍ최호철ㆍ심우섭ㆍ김희중/ [탈락] 김정우
[여류팀] : 김수영ㆍ김여원ㆍ이유진ㆍ송예슬ㆍ송혜령/ [탈락] 이선아
▲ 2국 내용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배를 메우는 김정우와 송혜령 선수
▲ 계가를 마치자 백이 31집, 흑은 38집이 나왔다. 덤 6.5집을 제하니 흑의 반집승이다.
▲ 결과를 확인한 두 대국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송혜령은 약간 쑥스러워했고, 김정우는 무표정하게 반상을 내려 보다가 곧 복기를 시작했다.
▲ 국후 심우섭 아마 7단이 복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다음 3국에 나올 예정인 심우섭 선수는 "(대국을 보다가)열 받았다."라는 농담으로 임전소감을 대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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