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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나는 내 필명을 앞세워서 공식적인 유럽경기장 투어 포스팅을 총 8편을 했다. 하지만 내가 유럽 한 달 동안 돌아다닌 경기장은 그 수보다 훨씬 더 많았고, 정식으로 한 편 써내기엔 다소 내용이 부족했기에 이번에는 외전으로 한묶음하여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지역이나 방문날짜가 들쭉날쭉 할 것이니 다소 이해해주기 바란다. 외전으로 소개할 경기장 혹은 팀이 제법 많아서 지역으로 묶었다. 바로 이스탄불과 이탈리아 외전(피렌체와 로마), 파리, 마지막으로 런던이다.
1) 2012. 7. 19. 이스탄불 - 으르렁대는 3인방 페네르바체와 갈라타사라이, 그리고 베식타스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라 불리는 터키도 축구라는 공놀이에 대해 상당히 미쳐있는 나라다. 웬만한 유럽국가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열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나 터키의 실질적인 중심부인 이스탄불은 더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이스탄불이 터키 리그의 판도를 가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죽하면 부사스포르가 2009/10 시즌 터키 쉬페르리그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자체가 상당히 이슈화 될만큼 이스탄불 클럽들의 터키삼분지계는 대단하고 할 정도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클럽으로는 페네르바체와 갈라타사라이, 그리고 베식타스가 있다. 여행 출발 전, 나는 이스탄불의 지리를 몰랐기에 하루에 이 3개의 클럽 경기장을 다 돌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3개의 클럽 경기장이 전부 다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어 하루만에 다 방문한다는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것을 이스탄불 가서 알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으로 그나마 젤 정이 갔던(?) 페네르바체 홈경기장인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페네르바체의 홈구장인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 이 지역 근처 외국인이라곤 나랑 동생 뿐이었다)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카드쿄이행 배를 타고 가야한다. 여기서 잠깐,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발달한 도시이기에 배 교통이 상당히 발달된 도시이다(다만, 환승제도가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이 환승제도가 있는 나라를 찾는 게 사실 더 희귀하다). 그리고 하나 더 팁을 주자면, 이스탄불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붐비는 에미뇨누나 베요을루와 달리, 페네르바체가 있는 카드쿄이는 이스탄불 현지인들만 거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같은 외국인이 카드쿄이 지역에 들어가면 상당히 주목받는다. 카드쿄이행 선착장에만 들어서도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은 이스탄불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심지어 아무 경기도 없는데, 자기네들끼리 신나서 서포팅하기도 한다). 카드쿄이에 도착한 뒤에 더 놀라왔다. 페네르바체 본진이다보니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 활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비시즌이라 그런지 경기장 주변은 상당히 한산했다. 그래도 현지인들은 페네르바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경기장에 있는 메가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페네르바체는 경기장 투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가 있는 날이 아닌 이상,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들어가려고 시도해보았으나, 관리인에게 저지당했다). 페네르바체 또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축구팀 이외에 다른 스포츠팀인 농구와 배구, 수영, 탁구팀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자배구선수인 김연경 또한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다. 또한 페네르바체 홈구장 쉬크뤼 사라졸루 스타디움은 터키의 정치인이자 터키의 국회의장을 지니기도 한 쉬크뤼 사라졸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는 페네르바체 의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또한 페네르바체는 갈라타사라이와 함께 리그 18회 우승으로 공동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페네르바체 스타디움을 잠시나마 보고 돌아오는 길에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카드쿄이에는 페네르바체 팬들만 모여살기로 유명한데, 이 구역에 하필이면 극악의 관계인 갈라타사라이 팬들 2명이 겁도 없이 들어오면서 자기네들 서포팅 곡을 고래고래 불러제끼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자연스레 페네르바체 팬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카드쿄이 시내를 지나치는데, 페네르바체 여성팬 3명이서 내 동생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카드쿄이에서 외국인이 워낙 신기해보였는지).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라타사라이 엠블럼)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클랄을 가게 되면, 스포츠 매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이키 매장을 가게 되면 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갈라타사라이 전용 물품을 판매하는 나이키 매장도 있다는 것이다. 갈라타사라이가 나이키 스폰서이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마치 르꼬끄 매장이 서울 전용 유니폼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거기다가 갈라타사라이가 스포츠팀 이외에 학교재단까지 운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위의 사진처럼 어느 대학교 건물에 버젓이 갈라타사라이 엠블럼 깃발이 걸려있다.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간혹 갈라타사라이 유니폼이 눈에 띄였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같은 이스탄불 연고지를 쓰는 베식타스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터키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내가 묵었던 숙소가 그나마 베식타스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였음에도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불쌍한 베식타스ㅠㅠ).
(흔한 터키의 스포츠뉴스. 스포츠뉴스 전체보도 중 75% 이상이 축구 이야기 뿐이다. 위 사진은 세뇰 귀네슈 감독과 트라브존스포르)
그리고 터키 가서 인상깊었던 점은 이 TV 스포츠뉴스였다. 카드쿄이에 가는 길에 우연히 이스탄불의 스포츠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해당 날짜 뉴스 중 75% 이상이 축구 이야기로 도배될 정도로 축구우선주의 방송이었다. 마침 내가 TV를 볼 때 즈음에는 K리그 서울 감독으로 활약했던 세뇰 귀네슈의 트라브존스포르가 먼저 나왔고, 그 다음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베식타스 순으로 보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스포츠뉴스 전달 내용은 레알 마드리드 해외 투어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곧이어 광고는 터키여자배구국가대표팀 나이키 광고가 나왔다(특히나 터키의 미녀스타 나즈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터키에서도 비바K리그 같은 축구프로그램이 있는데, 미녀 MC가 예고편에 나오니까 당장 찾게 되더라(국내도입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베식타스 홈경기장인 이뇌뉘 스타디움을 보스포루스 해협 투어에서 멀리서나마 찍은 사진이다. 잘 보이기 않을 것 같아서 직접 사진에 표시해두었다.
(동그라미 친 부분이 베식타스 홈구장인 이뇌뉘 스타디움)
2) 2012. 7. 25. ~ 7. 30. 이탈리아 외전 - 유로 2012 준우승 그 이후, 관광지에서 일어난 일
내가 이탈리아로 들어갈 당시, 이탈리아 내에선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물론이겠거니와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들조차도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사서 입고 다녔다. 그렇다보니 길거리에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비롯하여 해당 지역 클럽 유니폼들도 내다 팔고 있었다(물론 길거리에 나온 상품들이 90% 이상이 정품이 아니라 시장표 메이커다). 사실 분위기가 그럴만도 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국가대표가 이번 유로2012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참가하기도 전에 꽤나 큰 홍역을 치뤘다. 핵심선수인 도메니코 크리시토가 승부조작혐의로 조사받는 바람에 국대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던 쥐세페 로시가 시즌아웃 부상을 끊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거기다가 이탈리아가 죽음의 조에 걸려서 그들에게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프란델리 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놀라운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을 발칵 뒤집어놨다.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스페인을 맞아 1대1 팽팽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의 대항마를 끄집어내며, 토너먼트에서 잉글랜드와 독일을 잡으면서 전통강호로 다시 돌아왔다.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선전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크나큰 희망을 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국가대표팀의 활약이 이탈리아 내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다.
(이탈리아 아이들의 대통령, 마리오 발로텔리?)
그 여파로 이탈리아 국가대표 유니폼(일명 아주리)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보통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지나가면, 축덕본능으로 '저 사람 등짝에는 누구의 이름과 숫자가 적혀있나?'라고 궁금증을 가지면서 얼른 그 사람의 등짝을 확인하게 된다. 참 신기하게도 이탈리아 아이들(이탈리아 아이들인지 외국에서 놀러온 아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킹은 따로 있는듯 했다. 바로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로 유명한 마리오 발로텔리가 아이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많다(마치 뽀로로를 영접하는 것마냥). 여길 가도 발로텔리, 저길 가도 발로텔리, 발로텔리의 인기가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못했다. 가~끔 아주리 마킹으로 카사노를 하는 사람을 보긴 했다. 그 사이에서 홀로 패기넘치게 오랑예 유니폼(네덜란드 국대 유니폼 애칭)을 입고 활보하는 동양인이 지나가니 당연히 눈에 띌 수 밖에.
(피렌체 페라리 자동차 A/S 센터(?) 앞에 전시되어있는 피오렌티나 유니폼 및 머플러들)
피렌체를 방문하는 동안, 여기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과 미술관, 그리고 스친 인연들에 넋이 나간 나머지 피오렌티나의 홈구장인 아르테미오 프랑키를 방문할 시간이 없었다(그만큼 피렌체는 볼 것이 많고, 이 도시를 돌아보는 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피오렌티나 현지에서 들은 일화를 하나 풀자면, 이탈리아 내에서만 1000만명 팬클럽을 보유할만큼 전국구 클럽이라고 불리는 유벤투스팬이 유일하게 없는 지역이 바로 여기 피렌체라고 한다. 유벤투스와 피오렌티나, 이 두 구단의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게 된 원인이 바로 이탈리아의 판타지스타인 로베르토 바죠 때문이다. 사실 그 이전에 1981/82 시즌 심판의 오심으로 스쿠테토를 빼앗긴 것과 1989/90 시즌 UEFA컵 결승전에서 피오렌티나가 패배한 이후 서포터간 무력충돌이 있었다. 2개의 타이틀을 빼앗긴 것으로 가뜩이나 유벤투스에게 화가 난 피오렌티나였는데 당시 그들의 영웅인 로베르토 바죠까지 피오렌티나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로베르토 바죠가 '자신의 피는 여전히 보라색'이라는 발언을 남길 정도로 그들을 진정시키는 데 부단히 애를 썼다고 한다. 후에 피오렌티나 vs 유벤투스 경기에서 유벤투스의 페널티킥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때 바죠는 차지 않았다, 아니 차지 못했다. 아마 찼더라면 피렌체는 또다시 헬게이트가 열렸을 테니까.
그리고 로마에 있을 때에도 이러한 아주리 패션은 이어졌다. 로마가서 느낀 사실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도 자신들을 '이탈리아 사람'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특히 로마가 심했었다). 콜로세움 앞에서 만난 미남 노점상과 짧은 영어로 대화하는데, 자기는 죽어도 '이탈리아 사람'이 아닌 '로마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로마의 상징이기도 한 프란체스코 토티와 다니엘레 데로시 이야기를 꺼냈더니 상당히 반겼다(아무래도 AS로마 팬이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가 한때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와의 악연이 있어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화내는 것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그들과 대화했을 때에는 이미 10년 전 이야기인데 화낼 필요가 뭐가 있냐고 했었다(어디선가는 이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분노할 이탈리아 사람들도 있겠지만). 참고로 로마에선 AS로마 유니폼이 라치오 유니폼보다 더 자주 보인다.
3) 2012. 8. 8. 파리 - 파리지앵들의 자존심, PSG
요즘 PSG만큼 프랑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팀이 없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카타르 스포츠 개발(QSI)이 손을 잡은 이후로 PSG는 리옹, 마르세유 등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리그판을 뒤흔들어놨고, 단숨에 프랑스 최강자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PSG는 순탄한 선두행진을 달렸으나, 그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몽펠리에에게 우승트로피를 내주면서 그들이 최초 리그 우승하여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한 파리지앵들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리고 올 여름에 PSG는 막대한 돈을 가져다쓰면서 프랑스 정복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였다.
(흔한 파리의 나이키매장, 아니 PSG 전용 매장. 올시즌 이적한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환영한다)
위의 사진처럼 PSG는 자신들의 스폰서인 나이키 매장을 자신들의 특색을 살리면서 새로온 이적생들을 환영하였다. 특히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크지막하게 입구에 배치할 만큼 그의 마케팅 파워는 상당했다. 실제로 이브라히모비치가 PSG에 입단할 당시에 에펠탑이 보이는 광장 앞에서 공개적인 입단식을 가졌는데, 그 때 수많은 파리지앵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사실 PSG 관행 중 하나가 에펠탑이 보이는 광장 앞에서 수많은 파리지앵들 앞에서 공개입단식 갖는다고 한다(이게 확실하지는 않다. 나도 주어들었을 뿐). 근데 아쉽게도 파리 지하철 이용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파리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PSG의 홈구장까지 가기가 참 까다롭다. 그들의 홈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는 너무 외곽에 있다. 또한 프랑스의 성지로도 불리는 생드니 경기장 또한 샤골 공항과 가깝다(즉, 외곽에 있다). 아무래도 파리 중심에 많은 명소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외곽으로 밀려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에 PSG 투어를 갈 계획이라면 다소 많은 환승을 거쳐야할 지도.
4) 2012. 8. 14. 런던 - 하루만에 오이스터 카드를 들고 런던 클럽 투어 해보기
지난번에 썼던 토트넘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 투어 이후 이야기다. 토트넘의 북런던 라이벌이자 시끄러운 이웃인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방문하기 위해 이번에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투어 전 날, 토트넘에서 아스날까지 가는 버스노선을 외워놓은 것이 제법 도움이 되었다).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259번 버스를 타고 가면 Finsbury Park 역에서 선다. 거기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까지 도보로 금방 갈 수 있다. 정 아니면, 지하철을 통해서 갈 수도 있다. 참고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지하철역을 무려 4개나 끼고 있다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느낀 점이 토트넘이 있는 3 Zone에서 아스날이 있는 2 Zone으로 옮기는 데 각 구역의 빈부가 집 외관을 통해서 느껴졌다. 3 Zone 보다 2 Zone에 있는 집들이 좀 더 크고 아기자기했었다.
(Finsbury Park 역 앞에 있는 아스날 메가스토어)
(이제는 터만 남은 아스날의 옛구장 하이버리 스타디움. 팻말만이 알려줄 뿐이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앞에서 그냥 한 번 깝쳐보았다 하하=_=)
(아스날 레전드들의 뒷태를 그림으로 그려넣은 아스날. 왠지 멋있어보이는데?)
아스날은 토트넘과 달리 원래부터 북런던을 연고로 두질 않았다. 처음 그들의 연고지는 런던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울위치였고, 그 주위에 있던 로얄 아스날 노동자들에 의해 창단되었다. 런던 남부 클럽 중에선 아스날이 가장 먼저 풋볼 리그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들은 재정적인 문제와 지리적 한계로 고립되어있다보니 팬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아스날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북런던으로 연고지를 옮기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아스날이 토트넘과 사이가 안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19년 풋볼 리그 개편으로 인한 강등을 놓고 아스날은 자신들이 가장 먼저 풋볼 리그에 가입한 남부 클럽이라는 것을 어필하면서 결국 강등을 피했고, 그 불똥이 토트넘에게 튀어서 토트넘이 강등되었다. 이것이 북런던 더비가 발발하게 된 시초이자, 덕분에 아스날은 이때부터 오늘날까지 1부리그에서 강등되지 않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흥미있는 사실은 보통 아스날의 홈구장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라고 부르지만, 일부 아스날팬들은 그들의 구장을 이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싫어한다. 애쉬버턴 그로브라는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에미레이츠 항공사가 1억 유로로 계약을 맺고 스폰서쉽을 해버렸기에 개장 직후부터 지금까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라고 불리고 있고 이것이 일부 아스날 팬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사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은 EPL에서나 한정되어 부를 수 있고,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릴 때에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아닌 원래 이름 애쉬버턴 그로브로 불린다(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챔피언스리그 공식 스폰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 이번시즌(2012/13)까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이름을 사용하기에 다음 시즌이 되면 아스날 홈구장 이름을 무엇으로 쓸지 알게 될 것이다.
(아스날의 상징이기도 한 대포 두 자루. 이것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남쪽 앞에 진열되어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투어할 시간은 사실 있었다. 당시 여기에 도착했던 시각이 4시 조금 안되었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투어 시간이 내가 알기론 4시반이었나 5시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여기 경기장을 투어했다간 하루 만에 다른 경기장 방문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아스날을 접고 정반대편인 런던 서부에 위치한 첼시로 건너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이 동네가 워낙 커서 그런지 다른 지하철 역으로 찾아서 가는 꼼수를 쓰려다 길을 잃어버렸고 쓸데없이 빙빙 돌아서 처음에 버스내렸던 Finsbury로 되돌아갔다(-_-;; 나 뭐한거니). Finsbury Park에서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가 있는 Fulham Broadway 역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환승도 해야하니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
(2011/12 더블을 달성한 챔피언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여기저기 온통 '챔피언'이라고 소문내고 있는 스탬포드 브릿지. 이 동네는 경사났다)
확실히 챔피언의 홈구장 느낌이 제대로 났다. 안그래도 부유한 동네(우리나라로 치면 런던의 강남? 목동?) 한가운데에 떡하니 위치해있다보니 귀티가 줄줄 흐르는데, 챔피언 트로피를 그것도 2개(FA컵, 챔피언스리그)를 들어올렸으니 스탬포드 브릿지의 가치는 그 어느 떄보다도 높다. 경기장 투어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이 있다면, 경기장의 당시 분위기가 현재 팀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유벤투스가 무패행진하던 그 당당한 모습을 경기장에 그대로 투영시켰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 어마어마한 숫자의 트로피는 상대를 압도하는 듯 했다. 첼시에게도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록 커뮤니티 쉴드에선 맨시티에게 2대3 석패를 당했지만, 스탬포드 브릿지의 분위기는 마치 '여기가 챔피언의 안방이다'라고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특히나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 사실 잉글랜드 클럽들도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지만, 첼시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런던을 연고지로 쓰는 클럽들이 빅이어를 들어올린 적이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톤 빌라, 노팅엄 포레스트... 전부 런던이 아닌 다른 연고지를 기반으로 둔 클럽들이었다. 그렇기에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중심부라고 생각하는 런던 사람들은 축구의 중심이 자꾸 북서부쪽으로 빼앗기는 것에 대해 대단히 못마땅해했다. 첼시 이전에 아스날이 챔스 결승전 문턱에 먼저 올라갔지만,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하면서 좌절했다. 아스날이 못한 것을 첼시가 결국 이뤄냈다. 2007/08 러시아에서 맨유에게 빅이어를 내주고 4년 뒤에 다시 도전했고, 그들은 결국 쟁취했다. 첼시는 런던 클럽들 중 첫번째로 챔스 우승팀이 되었다. 그리고 첼시 선수들은 엄청난 프라이드를 가지게 되었다.
(램파드의 트로피 키스, 그리고 All Blues라는 문구가 새겨진 첼시 메가스토어)
위 사진이 바로 스탬포드 브릿지 투어의 시작점이자, 첼시의 박물관이다. 내가 도착할 때 쯤엔 이미 문을 닫았다(도착 시각이 5시반을 넘긴 상태). 스탬포드 브릿지 투어는 10시에 시작하여 4시가 마지막 타임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반드시 지켜서 투어시간을 맞추길 바란다. 화이트 하트 레인 투어에도 언급했지만, 잉글랜드 클럽들은 투어시간이 빨리 마감된다. 첼시 주위가 부유한 동네라서 놀란 점도 있지만, 나는 다른 측면에서 또 한 번 놀랬다. 스타디움 안에 춤추는 클럽이 붙어있다는 사실에 놀랬고, 경기장 외벽에 호텔을 붙여 호텔 및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문화충격을 받았다. 호텔도 무려 3개나 존재했었다(외벽에 붙은 호텔 2개와 경기장 바로 앞에 있는 호텔 1개). 이것을 보면서 '역시 돈 많은 구단은 뭘해도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첼시 스타일인가보다.
(흔한 스타디움에 딸려있는 클럽. 워메 ㄷㄷ)
(흔한 스타디움 외벽에 딸려 있는 레스토랑과 호텔 ㄷㄷㄷ)
이렇게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를 가볍게 한바퀴 돈 후에, 나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가까운 QPR의 홈구장인 로터스 로드를 한 번 가보기로 결심했다. 로터스 로드는 White City 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로터스 로드를 가는 길에 BBC 미디어 센터도 보이니 지나가면서 한 번 보고가도 된다. 사실 QPR은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구단주가 갑부라 돈이 많지만, 잘 쓰지 않는 그저그런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하마터면 강등당할 뻔한 전력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을 영입한 이후부터 QPR의 행보가 달라졌다. 박지성 이후에 레알 마드리드와 인테르에서 활약하던 슈퍼스타인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훌리오 세자르, 그리고 첼시에서 뛴 조세 보싱와 등이 합류하면서 나름 슈퍼스타들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QPR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박지성이 뛰는 팀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생각이 좀 달랐다. 박지성이나 다른 슈퍼스타들이 이적했음에도 QPR이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 느꼈다. 그 이유를 나는 경기장 외관을 보면서 확신을 가졌다.
(이것이 경기장인지 물류창고인지 솔직히 구분되지 않는 로터스 로드 스타디움)
가뜩이나 구석진 곳에 경기장에 위치한 것도 그렇고, 건물 외관 자체부터가 생각보다 허름했다. QPR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한국사람들이 생각할 만큼은 아니다. 내가 이당시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로터스 로드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경기장 밖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드릴 소리와 용접 소리 등이 들려왔다. 그만큼 QPR 분위기가 정신사나울 정도로 산만하고 허둥지둥댔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구단 물품 대량 사업이나 경기장 투어를 이제서야 막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단 유니폼 및 물품 판매는 지난 7월 말이 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경기장 투어는 9월부터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인데 과연 나는 QPR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3개월이 지난 후,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았고 QPR은 꼴지를 달리고 있다). 차라리 이곳보다는 풀햄의 홈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
(런던의 흔한 미니 축구장의 풍경, 이 좁은 공간에 40명이 경기장 면적을 4등분으로 나눠서 쓰고 있었다)
유럽 어디를 가든 도심에는 항상 이러한 미니 축구장이 있다. 런던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여기서 공 차는 사람들의 실력은 그냥 심심해서 공차러 다니는 애들 수준은 아니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빠르고 간결한 패스를 구사하면서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드리블, 그리고 정확한 슈팅들을 보여주면서 축구종가의 실력을 보여줬다(일반인이 이정도로 잘하는데, 왜 국대는 그모양일까... 음...). 나도 실제로 이들과 한 번 축구를 붙어봤는데, 처참하게 깨졌다.
그리고 여기와서 대단히 인상깊었던 것을 하나 더 꼽자면 바로 축구 컨텐츠다. EPL이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는 감히 확답할 순 없지만, 잉글랜드의 축구 컨텐츠가 세계 최고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런던에선 축구라는 스포츠를 단순히 경기보도나 프리뷰/리뷰만으로 사용하지 않고, 코미디 및 패러디 용으로도 거침없이 사용되곤 한다. 신동엽처럼 눈코입이 몰린 어느 한 영국 코미디언이 레드납과 호지슨이 잉글랜드 국대 감독 맡을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서 디스하는 것을 비롯하여, 첼시의 카퍼레이드 당시 드록바를 흉내내는가 하며, 다비드 루이즈의 똘끼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웃겼다. 사실 이런 컨텐츠는 우리도 필요한 것이다. 그저 축구를 분석하고 비교하는 피곤한 스포츠로 만들 것이 아니라 코미디 같은 것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확실히 나의 유럽축구경기장 투어가 끝났다.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1탄이 끝났다는 것이다. 언제 2탄이 시작될 지는 모르지만, 아마 다음번 유럽여행이 시작되면 그것이 2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유럽경기장 투어를 꾸준히 읽어준 것에 대해 대단하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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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