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게 - 세빌리아의 이발사
머리감는 곳
서울역 서부에서 공덕오거리 방면으로 언덕길을 오르면 고갯마루가
만리재다. 여 기서 청파동 쪽으로 방향을 틀면 다시 언덕길과 함께
만리시장이 시작된다. 이 동네는 서울도심 한복판 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70~80년 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오래된 곳이 지금 얘기하려는 이발소다. 대통령 아버지와 누나
를 두었던 박지만이 다녔던, 지금은 장거리 육상으로 유명한 배문고
등학교를 지나면, 우측에 조그만 골목이 있고 거기에 90년동안 자리
를 지키고 있는 이발소가 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KTX 열
차에 비치된 잡지에서 이 이발소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 즈음
이발관,사우나, 미용실을 전전하며 머리를 맡겼지만, 다루기 힘든 내
머리카락 때문에 그 어디도 딱히 성에 차지 않던 터였는데, 마침 위
치가 집 근처여서 머리를 자를 때가 되자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곳을
이발소를 두눈으로 직접 본 소감은 문틀이 뒤틀릴 정도로 오래 되었
으니,이발기술도 좋지 않을까 였다. 실제로 이발 후에는 만족감을 느
요즈음 대도시에서는 업종 불문하고 소규모의 오래된 가게를 보는 것
이 아주 어려워 졌다.특히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미용실에 밀려 난
이발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투명유리로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깨끗이 단장된 미용실에 비해, 대부분 안이 들여다 보이지않을 뿐더러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발소가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도
심재개발로 오래된 동네가 사라지는 것도 영향이 있을게다. 어쩌면 사
우나의 이발소 만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만
리동 이발소 만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욕심이 든다. 오래된
가업도 경쟁력만 갖추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나 존중받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된다면,솜씨좋고 푸근한 오래된 가게를 우리 주변에
서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족 : 지난 5월 중하순에 이발을 하던 중, 곧 스페인으로 방송촬영을 하
러 간다는 얘기를 듣고,아마도 프로그램이 세비야의 이발사 라는 타이틀
을 갖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지난주 다시 이발을 가서 스페인 잘 다녀 오
셨냐고 물었더니, 뭐 별로 볼 것도 없더라, 스페인 사람들은 자르기 쉬운
머릿결이더라 그리고 프로그램 마무리 인터뷰 중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 방송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 제목은 역시나 세
리아의 이발사였다. 2019-07-15 (월) (옮김)
안인영의 책 <남극의 사계>를 읽고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남극의 사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번에 나온 안인영 책
안인영이 1991년 12월 28일 최초로 남극을 방문했을 때 사진
1991년이면 서른 다섯이었을때.
우연한 기회에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안 인영이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가 그 동안 여러 번의 남극을 경험하고 연구하며 보고 듣고 알
게 된 것에대해 나같이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고도 쉽게 남극의사계,구체적으로 남극 사계의 기후
상황이나 동식물에 대하여 쓴 책이다.안인영은 해양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여러차례 남극에 다녀오며 연구를
했다.2014년 12월부터 일년 간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남극 월동대
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남극의 동식물을 연구해 온 극지 연구 과
학자다.현재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100년
전부터 극지를 연구해 많은 학문적 성과를 이룬 일본조차 남극 다
녀 온 여성 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극지 연구소에 여성 연
구가가 한 명도 없다는 실정을 볼 때 이런 보수적인 분야에서 그녀
가 이룬 실적이 얼마나 큰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이 책은
일단 아주 친절하고 순하게 쓰였다. 그래서 우리도 읽기가 쉽지만
청소년에게 이 책을 권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 학생들도 읽기에 좋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평생 한번 가기
도 어려운 그 혹독한 조건의 극지를 열 번이 넘게 가 오래 머문 사
람이 쓴 책으로 볼때 너무 겸손하다 싶을 정도다.이책이 좋은 점은
이론적이거나 너무 어려운 학문적인 내용으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거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학자의 모습이 순수하게
담겨 있다. 또 엄마의 마음으로 동물들을 바라보는 점이 가슴을 뭉
클하게 한다.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 펭귄을보며 걸음마를 떼 뒤뚱거
리며 걷던 아들을 생각하고,그 얼음덩어리에서 새끼를 낳아 보호하
며 2주동안 허리가 푹 패이도록 아기를 먹이고 지키는 엄마 웨델해
표를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야기와 사진은 정말 감동스럽다.계
절에 따라 변화하는 새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런 동토에 자생하
는 식물의 이야기는 신비롭기까지 하다.또 북유럽 주민인 사미족에
눈과 얼음을 묘사하는 언어가 5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에 갸우뚱하
다가 직접 살면서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이야기도 신기했다.한번 어
두워지면 2-3주나 어두울 때도 있다던데 그럴 때 어떻게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말이 사계지 남극에 무슨 그렇게
구분된 사계가 있을 것인가만 그래도 거기 나름의 사계가 있다고한다.
12월~2월 여름 3월~5월 가을 6월~8월 겨울 9월~11월 봄으로 나눔
우리가 볼 때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고,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그
곳에도 모든 생명이 생생히 쉬지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 또 직
접 경험해 보니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혼자 연구원으
로 갔을 때는 목적도 뚜렷했고 자기 연구에만 신경써도 괜찮았겠지만
(그래도 어려웠겠지만), 막중한 임무를 띠고 대장으로 갔을 때는 자기
연구를 돌볼여유가 없었을 것이다.얼마나 신경 쓸일이 많았을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나 자신도 20여 년간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해 필요한 것만보고 연구를 했다.그러나 일 년 동안 어떤 목표도 세
우지 않고 지낸 나는 자신있게'남극을 더 많이보고 느끼고 깊이 알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다.'목표를 세우지 않으니 더 많은 것이 보였고
나에게 다가왔다. 새로운 발견과 경험은 그간에 축적된 단편적 지식을
수정하고 과학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많이 아는 사람
이 쉽게 말한다고 한다.이책이 바로 그렇다. 친구들에게, 친구들의 지
인들에게, 어린 조카들에게, 큰 손주들에게 권한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