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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파들이 모인 곳을 뚫고 들어가니 그곳에선 아비와 어미 그리고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 무예를 팔고 있었다. 이제
막 10살을 갓 넘겨 보이는 사내아이는 능숙한 솜씨로 자신의 몸보다 큰 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 칼을 다루고
있는 이가 서우였다.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니 한쪽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단정하고 무언가 큰 근심이 담긴 두
눈망울이 세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의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한쪽
소매로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이 아이가 서우의 누이, 서희였다.
아버지는 두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주지 않았다. 무예를 팔며 상것으로 사는데 성이 굳이 필요치 않다며 그 흔한 성하나 만들어
주지 않았다. 서우와 서희 이것이 두 남매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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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정적이 흐르고 두 부모의 얼굴에는 조금 전 보았던 서희의 얼굴에서 보았던 근심과 걱정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 뒤로 서희의 옆에 붙어있는 서우는 부모님과 누이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초가집 같은 집에 당도하자 가족은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곧 조용하던 집에 큰 소란이 나기 시작했다. 두 볼에 심술보를 가득 달고 양 손은 뒷집을 쥔 채로 머슴 두 놈을 데리고
서우의 집으로 들어온 늙은 대감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 먹을 것이 없대서 내가 후하게 인심을 써서 쌀을 빌려 주었더니! 보름이 지나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내가 이러는 것이 아니냐! “
서우의 부모님은 그 대감의 앞으로 다가와 죄인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대, 대감마님. 며칠만 더……. ”
“ 내 지난번에 사람을 보내 말했는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네 놈들이 아니냐! ”
“ 이번에는 꼭, 꼭 갚도록 할 것이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쇼. 대감마님. ”
“ 에헴. 나는 내가 한 번 뱉은 말은 반복하지 않는다. ”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조아리던 서우의 아버지가 얼굴을 쳐들고 대감을 보았다. 두 눈은 동그랗게 토끼눈이 되어 있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어미도 그리고 뒤쪽에 앉아 눈치를 살피던 서희도 함께 놀란 눈이 되었다.
“ 대, 대감마님. ”
“ 내일 모레까지 준비가 되지 않아 있으면 내가 네 놈의 딸년을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거라! ”
“ 안됩니다요! 그것은 안됩니다요. 대감마님. ”
서우의 아버지는 그대로 늙은 양반의 다리를 붙들고 애원했다. 어머니도 함께 빌고 애원했지만 그는 매몰차게 그들을 자신의
다리에서 떼어 놓았다. 그리고는 음흉한 눈빛으로 서우의 곁에 있던 서희를 쳐다보았다. 서희는 서우보다 3살이 더 많았다.
이제 13살인 아이를 품겠다고 달려드는 양반 놈이었다.
그 눈빛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은 서희는 그대로 서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서우는 서희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양반 놈을 쳐다보았다. 어려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가 자신의 누이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우는 작고 상처투성인 손으로 서희의 손을 잡아 주었다. 누이의 손이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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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온 서우의 가족들. 각자의 자리에 앉아 넋을 놓고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잘 모르는 서우는 부모님과 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배가 고픈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참다 참다
결국 누이에게로 기어가는 서우.
“ 누이. ”
“ …응? ”
다리를 굽히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있던 서희가 동생의 부름에 걱정을 내려놓고 다정스레 대답했다.
“ 배가 너무 고픈데……. ”
그리고 이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만히 문 앞에 앉아만 있던 그의 아버지가 눈에 불을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우에게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놀란 어미와 서희가 아버지를 뜯어 말리고 놀란 서우가 울부짖으며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 왜 이런데! 애한테! ”
“ 아부지! 이러다 서우 죽어요! ”
“ 지금 지 누이가 미친 양반새끼한테 팔려가게 생겼는데? 뭣이 어쩌고 어째?! ”
그는 서우를 밟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 잘못했어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 ”
서우가 애원하듯 말했지만 이미 조금 전의 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곧 서희가 그대로
서우를 감싸주었다. 두려움에 두 눈을 꼭 감은 서희가 아버지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버지의 발길질이 멈추었다.
“ 에잇! ”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의 아버지. 그 뒤로 어머니가 따라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희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누워있는 서우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 괜찮아? 서우야. ”
서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서희가 두 손으로 서우의 얼굴을 살피던 도중 입가에
피가 보였다. 아마도 아버지의 발길질에 맞아 이런 것 같았다.
“ 미안. 미안해 서우야. ”
그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서우가 두 손을 들어 손 사레를 치며 말했다.
“ 아니야. 아니야……. ”
“ 어쩌니, 이제 어쩌면 좋으니. ”
서희는 그대로 통곡을 하며 서우를 꽉 끌어안았다. 여인으로 태어나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인 양반에게 몸을 내주기 위해
팔려가는 일이었다. 서우는 서희가 우는 연유를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서희의 서러운 눈물에 연유도 모르고 함께
울어 주었다.
“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
“ ……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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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간 서우의 아버지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급히 나오는 어머니가 보였다. 화가 난 그의 발걸음은 빠르게 움직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큰 나무 앞에 다다르자 그의 발걸음도 차즘 느려졌다. 어느새 그의 곁에 선 어머니.
“ 빌어먹을 놈의 양반새끼들. ”
“ …나는 내가 팔려갔음 팔려갔지 내 딸이 개처럼 사는 꼴은 못 봐. ”
입을 닫고 있던 그의 부인이 꺼낸 말이었다. 그렇게 팔려 가면 언제 어떻게 양반 놈이 헌신 짝 버리듯 버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 내일 배를 타고 건너오는 상단 쪽에서 무예를 하는 놈들을 필요로 해서 내달라고 했다. ”
“ …그래서요? ”
서우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던 손을 거두고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 서희를 보낼래. 서우를 보낼래. ”
“ 당신 지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 계집애가 팔려가는 것보다 사내놈이 팔려 가는 게… ”
그러자 그의 부인은 거침없이 남편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미친 듯이 몸을 때렸다.
“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알고 말하는 거야!? ”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며 여인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힘을 내며 남편을 때렸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서서 부인이 때리는 매를 모두 맞아 주었다. 어둠 속에서 부인의 눈물이 그리고 간간히 남편의 눈물도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 누구도 안 보내! 내 새끼야!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라고! ”
결국 부인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소리를 치는 서우의 아버지.
“ 그래서! 그래서 계집년을 늙은 양반 새끼손에 쥐어주겠다고?! 기생 년들처럼 몸 팔게 하면서 살게 하겠다는 거야?! “
“ 당신! 당신……. ”
“ 서우는 사내야! 몸은 축나겠지만 계집애만큼 개 팔자는 되지 않을 거라고! ”
“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자식을 팔아…어떻게……. ”
부인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 상단으로 가는 것이니까 크게 고생은 하지 않을 거라고. 이곳에서 무예를 파는 거나 그곳에서 일을 하는 거나
매한가지야. 그러니까. “
“ 자식을 팔고…어찌 살라고…! ”
“ ……. ”
어미는 목을 놓고 울었다.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는 아비는 가만히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성을 붙여주지 않았어도
자식은 자식이었다. 내 씨를 주어 내 피를 이어받아 내 살점을 갖고 태어난 새끼들이었다. 그 새끼들을 먹여 살리려고 장터에
나가 구걸도 하고 무예를 팔기도 했다. 지금의 이 선택이 부모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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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날이 밝았다. 서희는 어제 서우에게 밥을 차려주고 함께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어제 밤에 잠이 들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서희도 언제 일어나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 서우는
자신의 이불을 개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배부르게 먹고 자서인지 아침이 개운했다. 배를 두드리며 마당을 둘러보는데 마당 가운데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 어머니는요? 누이는요? ”
“ 장터에나 가자. ”
“ 예? ”
서우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마당을 벗어나는 아버지. 서우는 갸웃거리며 빨리 나오라는 아버지의 호통에 그대로 마루에서
내려와 신을 신으로 아버지의 뒤를 따라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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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장터에 아버지와 들어서니 긴장감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우였다. 어제의 일도 있었지만 서우는 평소에
무뚝뚝하고 화를 잘 내는 아버지를 무서워한 탓에 아버지의 앞에 설 때면 바짝 긴장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길을 걷던 아버지가 툭 내던지듯 뱉어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 국밥 먹을래? ”
10년을 지내면서 아버지가 이렇게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서우는 가만히 서서 아버지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 10살 서우가 바라본 아버지의 눈은 생전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자신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으나 하지
못하는 10살 서우의 나이에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담은 눈빛이었다.
“ 어미랑 누이는 산에 약초를 캐러 갔으니 오늘은 이 애비랑 있자. ”
“ ……. ”
“ 왜 대답이 없어. 싫으냐? ”
“ 예? 아니요! 싫지 않아요. ”
“ 가자. ”
“ 예. ”
서우의 아버지가 길을 걷다 한 쪽 손으로 빠르게 눈가를 문질렀다. 서우는 눈에 무언가가 들어 가셨나 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눈물인 줄도 모르고…….
어느새 부자는 주막에 들어와 국밥 두 그릇을 놓고 마주 앉아 있었다. 서우는 입맛을 다시며 수저를 들었다가 다시 그 수저를
멈추고는 아버지를 보았다.
“ 어머니랑 누이도 함께 와서 먹어요. ”
“ 산에서 내려오면 먹을 거니까 너나 먹어라. ”
“ 예. 아버지도 어서 드세요. ”
그제야 서우는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찌나 잘 먹던지 수저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서우의 기억 속에 국밥을 먹었던 것이
언제인지 무슨 맛인지도 까먹을 만큼 오랜 만에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는 쉬지 않고 국밥을 먹는 통에 앞에 앉아있는
아비를 쳐다보질 못했다.
서우를 내려다보며 또 다시 눈물을 보이는 아비의 얼굴을. 애써 감추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는 그 모습을. 얼마나 지났을까
서우가 자신의 국밥을 다 비워나갈 쯤 아비는 자신의 국밥에 있던 건더기와 밥을 서우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 아니에요. 아버지 드세요. ”
“ 나는 나올 때 찬밥 몇 덩이를 먹고 왔더니 생각이 없다. ”
“ 그래도. ”
“ 어서 먹거라. ”
다시 국밥을 먹는 서우를 보다 아버지의 가슴이 저릿해져왔다. 어제 자신의 발길질로 인해 서우의 얼굴에 상처가 생겨있었다.
“ 얼굴…많이 아프냐. ”
“ 예? 아~ 하나도 안 아파요. ”
“ …얼른 먹어라. 식겠다. ”
“ 예~ ”
아프지 않다고 했으나 그는 계속해서 서우의 얼굴에 난 상처가 눈에 걸렸다. 착한 심성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매번
자신을 거칠게 때리는 아버지에게 화를 낸 적이 없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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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이것저것을 구경하며 장터를 돌아다녔다. 서우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엄격하게 무술을 배우느라고 이렇게
돌아다니며 놀 시간도 없었다. 무술을 다 익히니 이제는 그 무술로 장터에서 돈을 벌어야했다. 서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값져 보였다. 보는 것마다 ‘우아’ 하며 탄성을 지어냈다.
“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라. ”
오늘따라 아비가 이상했다. 정말로 무엇을 말만하면 다 사주고 들어줄 것만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다 떨어진 짚신 생각에
새 짚신 한 켤레를 사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이가 신는 짚신의 상태를 알기에 그리질 못했다.
이것저것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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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의 아버지는 서우를 데리고 배가 줄을 지어 선 곳으로 데려갔다. 오늘 하루 너무도 기분이 좋았던 서우는 이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아비의 귓가를 맴돌았다. 돌고 또 돌았다. 무엇을 알고 이리 기분이 좋을까.
“ 서우야. ”
“ 예. 아버지. ”
어느 배 앞에 선 아버지가 자리에 멈춰 서서 서우를 내려다보았다.
“ 너를 보내는 것이 너를 미워해서도 싫어해서도 아니다. ”
“ 예? ”
“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너를 보내지 않으면 네 누이를 보내야하니. ”
서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구를 보내고 어디로 보낸다는 말인가.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한 서우가 눈알을 굴리며
어리둥절해했다.
“ 누가 어디에 가요? ”
“ 네 누이 대신 너를 보내기로 했다. ”
어린 나이에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린 서우는 가만히 서서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짧은 순간에 많이 생각이 났다.
“ 아, 아버지. ”
“ 네 누이는 모른다. ”
“ 아버지……. ”
“ 평생 죽을 때까지 웃지 않으마. 마음 편히 음식하나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을 거다. 잠도 편히 자지않을 거다. 그러니…. “
“ 제가 어제 밥 달라고 해서 아직도 화나셨어요? 네? ”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을 두 눈 가득 담고서 이제는 아비의 손을 잡고 목이 가득 메인 목소리로 말하는
서우를 향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안 먹을게요. 다시는, 다시는 밥 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
“ ……. ”
“ 더 많이 연습해서 돈도 많이 받아 올게요. 겨울에 춥다고 엄살 피우지 않고 여름에도 게으름피지 않고 열심히 칼
휘둘러서 돈 받아 올게요. 그러니까 보내지 마세요. 아버지. “
어린 서우의 두 눈에서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아버지는 그대로 서우를 안아 주었다.
“ …미안하다…내 새끼. ”
“ 싫어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이도 없는 곳에 가기 싫어요! ”
그럴수록 아버지는 서우를 더 꽉 안아주었다. 떠나기 싫다고 울며 난리를 치는 아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어느새 아버지의
두 뺨도 눈물로 젖어있었다.
“ 잘 할게요…흑…아버지가 화나지 않게…잘 할 테니까 제발…제발요. ”
서우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터져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기를 어디로 누구에게 보낸다는 것인가.
부모님이 자신을 버린다는 생각은 꿈에도 어디서도 해 본적이 없는 끔찍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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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앉아서 바느질을 하며 앉아있는 서희가 마당에서 나는 인기척 소리에 손에 들려 있던 것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돈을 벌어야 한다며 새벽같이 산으로 약초를 캐러 갔던 어미가 돌아온 것이었다.
“ 서우는! 서우는 어디 간 것이야?! ”
“ 서우는 아버지가 데리고 나간 것 같은데요? ”
“ 네 애비가?! 언제! 어디로! ”
어머니가 손에 잡고 있던 바구니를 바닥에 던지며 다급하게 외쳤다. 서희도 어미의 모습에 덩달아 함께 놀랐다.
“ 아침에 물 길어오니까 안 보이던데요? 무슨 일이에요? ”
서희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이 양반이, 이 양반이! ”
서희가 맨 발로 뛰쳐나가 어머니를 잡아 주었다.
“ 어머니. 서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예?! ”
“ 네 애비가 너 대신 서우를 보낼 생각인가보다……. ”
“ …어머니!!
“ 물 건너오는 상단에서 무예를 하는… ”
서희는 어미의 그 말을 잘라먹었다. 미친 생각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어린 동생이 팔려간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맨 발로 밖으로 뛰쳐나가던 서희가 다시 돌아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찾더니 찾은 그것을 들고
미친 듯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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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뒤에서 서우를 사들인 상단 사람이 이제는 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아버지가 서우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냈다. 그러나 서우는 아버지의 한 손을 잡고는 절대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 죽을 때까지 이 애비를 용서치 마라. ”
“ 흑…아버지. 가기 싫어요. 보내지 마세요. ”
“ 가자……. ”
아버지는 서우를 잡고 배에 태우기 위해 걸어갔다. 그러나 서우는 자리에 서서 몸을 늘어뜨리며 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안 되겠는지 그의 아버지가 서우를 번쩍 들었다.
“ 싫어요! 가기 싫어요! 아버지! ”
“ ……. ”
“ 어머니도 누이도 못 봤단 말이에요…흐윽…흑……. ”
그러나 이미 마음을 굳힌 아비는 그대로 상단이 탄 나룻배에 서우를 태웠다. 서우는 계속해서 내리려고 했지만 그 쪽에서
덩치가 큰 사람이 서우를 잡았다.
“ 죽을 때까지 이애는 볼 수 없을 거다.
“ …잘 부탁드립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배를 잡아주고 있던 줄이 풀렸다. 천천히 배가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서우는 더욱 더 크게 발악을 했다. 목이 쉬어라 피를 토해라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쳤다. 이정도 거리면 배에서 뛰어내려 헤엄칠 수 있는 거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르고 또 불렀다.
“ 아버지!!!!아버지!!!!! ”
그리고 그 때 뒤에서 누이와 어머니가 보였다. 아버지의 곁까지 달려온 누이는 배에 탄 채로 팔려가는 서우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못했다.
“ 서우야!!! ”
서희가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물에 뛰어 들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서희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았다.
“ 놔요! 놔! 놔요…서우가…서우가 멀어지잖아요!!!!!! ”
서우의 두 눈에 가족이 그려졌다. 난리를 치며 물속으로 몸을 던지려는 누이와 서우를 보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리는
어미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
이미 서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멀어져 버렸다. 멀리서 가족들을 향해 소리치고 몸부림을 치던 서우의 모습이
이제는 아득히 멀어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를 간간히 들려왔다. 아버지…어머니…누이 라고 애타게 부르는
그 음성은 여전히 들려왔다.
“ 누이야!!!!!! ”
서희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서우의 새 짚신이었다. 너무 낡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에 조금씩 모든 손으로 사둔 것이었다.
언제 줄까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 발이 아플 텐데…짚신이 다 헤져서…아플 것인데…흑……. ”
서희는 짚신을 가슴에 품고 고개를 바닥에 묻고는 숨이 넘어가라 이 바다가 떠나라 서럽게 울었다.
“ 서우야…서우야…흑…서우야. ”
“ 미안해…누이 때문에…흑…미안해 서우야……. ”
아버지는 말없이 옆에 쓰러져 있는 부인을 자신의 등에 업었다. 서희는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계속 서우의 이름만을 외치고
또 외쳤다. 가만히 서서 서우가 멀어져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귓가에 조금 전 서우가 흥얼거렸던 콧노래가 곁을 맴돌고
있었다.
배에 탄 서우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족을 눈에 담기 위해서 눈물을 닦으며 가족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젠 가족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서우를 뒤에서 잡고 있던 덩치 큰 사람이 서우를 놓아 주었다.
“ 거참, 난리법석 떨기는. ”
“ …누이야…누이야……. ”
서우에게 서희는 언제나 다정하고 착한 누이였다. 서우가 잘못을 저지르면 서희가 모두 뒤집어쓰곤 했었다. 언제나 동생을
감싸주었고, 옆에서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10살 서우에게 그 충격과 시련을
이기기에는 서우의 나이가 너무도 어렸다.
“ …흑…가기 싫다…무섭다…. ”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 고향의 모습. 서우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고, 무섭고 매정한 거리에 홀로 서게 되었다.
배를 굶고 일만 하는 날은 그래도 마음이 편한 날이었다. 잘못해서 주인의 아들놈에게 걸려 개가 맞듯 맞는 날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얻어맞는 날도 있었으니 차라리 종일 굶고 일하는 게 나았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보다 누이가 보고픈 마음이 더 진했다. 길을 가다가 누이인 줄 알고 따라 나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날은 서우가 도망을 치려했다고 다른 이들이 주인에게 이르는 바람에 온 몸에 새파란 멈이 들 때까지 맞고, 몇 날 며칠을
비와 바람 속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서우는 사람이 두려웠다. 매몰찬 인간들이 그저 무섭고 믿을 수 없었다.
번외편 끝.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번에는 서우의 번외편을 준비해보았어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기에 열심히 써서 한 편을 만들었는데;
괜찮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그냥 어렸을 적 과거얘기죠.
오늘은 선거하는 날.
저는 내년부터 할 수 있다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요.^^;
모두들 많이 선거하셨으면~ 한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번 편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당.
세이티 . 웃쟈 . 바람을싣고 . noeul0329 . 리에이치 . 푸히힝히 . 惠元
업뎃쪽지 = 꽃
첫댓글 꽃 허억! 충격이에요ㅜㅜㅜ 서우 ㅜㅜ 서우ㅠㅠㅠ 진짜 눈물 났어요 불쌍한 우리 서우
안녕하세요. 눈물나셨다니ㅜㅜ정말 서우를 아껴주시네요.밑에분들모두요. 잘 읽어주셨다니 저는 감사할따름입니다. 실망하시면어쩌나..내심걱정했는데.감사합니다.
꽃
아ㅠㅠㅠ서우가너무불쌍하네요너무슬퍼요!
안녕하세요. 서우의 과거는 팔리고 팔리는 생활이니까요.ㅜㅜ 감사합니다.
꽃 ㅜㅜㅜㅜ 서우가 살아서 저 가족 분들을 한번은 만나는 장면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ㅜㅜㅜ 슬프당
안녕하세요.ㅜㅜ서우의 가족과의 만남씬이라...음..비밀이에요,고건ㅋㅋ막요래ㅋㅋ아무튼 잘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감사합니다.
꽃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슬프게 읽어주셨다니 제 의도대로..ㅋㅋㅋ감사합니다.^^
꽃 ) 흐엉.. ㅠㅠ 서우 어린시절 너무 슬프다아 ㅠㅠㅠㅠㅠㅠ 진짜 [harene]님 말씀 처럼 살아서 가족 만나는 장면 하나 있음 좋을꺼 같아요 ㅠㅠ 서우 불쌍해 ㅠㅠㅠㅠ
안녕하세요. 어린시절슬프셨어요?ㅜㅜ제의도에요...ㅋㅋ가족만나는씬이요?! 그건 비밀이에요.ㅋㅋㅋ잘읽으셨다니 다행이구요 감사합니다.^^
서우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을줄이야~~맘이 아프네요...
안녕하세요~ 서우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죠ㅠㅠ 서우의 과거에 함께 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꽃 정말 슬퍼요ㅜ
안녕하세요~ 잘읽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제 의도대로 ..ㅋㅋ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