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은 거의 절정을 치닫고 있는데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못하다.
데미지를 입은 탓인지 기억도 많이 지워지고...ㅎ
뭘 어떻게 써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할 말 없을 때 핑계...ㅎㅎ)
사진을 보면서 드문 드문 생각나는 기억의 갈피를 붙잡아 연결시켜 본다.
둘레길에서 하루 휴식은 신의 한수였다.
발걸음도 가볍고 지친 기색은 1도 안보인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이런 여유로움이라니...
다만 다소 지친 듯 보였던 황 신입이 다시 썽썽하게 회복되어 더 이상 군기(?) 잡을 일이 없어졌다는 게...ㅎㅎㅎ
원래 계획했던 4구간 금계-동강 구간은 건너뛰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걸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5구간 동강 -수철 구간을 지나 산청까지 걷기로 한다.
출발지점은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은
6.25기간 중이던 1951년 2월, 국군 11사단이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을 수행하면서
산청, 함양의 민간인 705명이 희생되었는데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2004년에 공원으로 완공된 곳이란다.
그 당시 빨치산과 민간인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며,
어려운 작전 중이었던 국군의 입장은 고려치 않은 결과(?)...
공원 안에는 굳이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인증샷만 하고 출발...
두 손을 드는 모습이 혹시 빨치산?ㅎㅎ
출발과 동시에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이제는 이런 곳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찍어달라고 멈춰 돌아본다.ㅎㅎ
몇 가구 있지않은 산골인데 집 앞까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다.
겨울에는 어떻하느냐고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으니 군청에서 눈을 다 치워준단다.
시골살이가 옛날과 같이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ㅎㅎ
이제 시작인데 벌써 다 끝난 듯한 포즈이다.ㅎㅎ
고갯마루를 넘자 마자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80대 중반
자기가 이곳의 역사에 대해 좀 설명을 해주겠다고 바쁘지 않으면 시간을 내 달란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설명하는 것이 마치 역사 선생님 같다.
주변의 왕산, 왕등재 등에 대한 이름의 유래부터 6.25 때 빨치산들의 이동경로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에 대한 이야기 등은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역사 지식에 대한 해박함에 놀랐다.
마을의 맨꼭대기에 위치해서 지나는 사람도 별로 없어 대화할 사람이 갈급했던 듯도 보인다.
우리가 서 있던 길 옆에 나도송이풀이 보이기에 귀한 야생화이니 잘 가꾸시라고 이야기해주었다.ㅎㅎ
그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왕등재(구형왕이 올랐다는 고개) 에서 뒤돌아 본 풍경이 멋지다.
고갯마루에 세워진 장승이 우리들이 제대로 걷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피고 있다.
그 모습에 약간 쫄은 듯 눈길을 피한다.ㅎㅎ
내려가는 길은 임도로 잘 포장되어 있다.
한 무리의 잔차팀들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저 사람들은 걸어 내려가는 우리를 부러워할까?ㅎㅎ
왜 힘들게 저리 탈까?
그냥 모터 달린 잔차를 타면 안될까?
쓸데 없는 생각을 해본다.ㅎㅎ
주막이 하나 보이는데 아무도 없다.
점심을 사먹을까?하여 주인을 찾으니 1분만 기다리란다.
이런 곳을 1분만에 어떻게 온다는 것이지? 하고 있는데 부르릉!하며 차량 한 대가 나타난다.
주막 바로 아래에 집이 별도로 있단다.
식사는 안되고 술안주만 가능하다고 하여 점심은 핫앤쿡으로 대신하고
부침이 하나를 주문하여 막걸리와 한 잔!
걷고 마시는 막걸리가 그게 바로 약주이다.ㅎㅎ
한 무리의 단체 둘레길 걷는 팀들이 올라와서 자리를 내어주고 계속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와 수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김 수철>이 여기까지 와서 카페를 운영한다니 기념으로...ㅎㅎㅎ
카페 주인이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화분을 예쁘게 관리를 해놨다.
그 중에 "아부하면 튈놈(아부틸론)"이 있어서 살짝...ㅎ
수철 카페를 지나 논두렁과 아름다운 마을이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수철>이란 옛날에는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들을 만들어 파는 철물점이 있어서 무쇠동, 수철점이라고 불렀다가
<수철마을>로 바꿨단다.
마을이 참으로 평화롭고 온화해 보였다.
걷다가 가끔 심심하거나 내 사진이 필요하면 이렇게 담아본다.ㅎ
날 버려두고 세 사람만 저리 가는 게 꼴보기 싫기도 하고...ㅎㅎㅎ
산청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시설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기야 여기서 사천까지는 그리 먼길이 아니기에...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산청읍내가 멀리 보인다.
가운데 붉은 지붕이 보이는 곳이 오늘 종점이다.
경호강 강변에 구절초가 푸른 하늘의 가을을 부른다.
참으로 공기도 맑고 깨끗하다.
이 강이 흘러서 아마도 진주 남강까지 흘러가는가 보다.
종점이 보이니 발걸음이 다시 씩씩해진다.ㅎ
어제 하루 쉰 효과로 힘들지 않고 쉽게 온 듯하다.
날씨가 너무 좋은 것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여기 산청에서 3박을 하면서 6, 7, 8구간을 걷는다.
숙소는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곳으로 편안한 휴식을 보장해 줄 듯했다.
산청에서 3일! 많은 기대를 갖는 곳이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벌써 다 잊어버린 트레킹 길을
기억력도 참좋다. 그래서 주작가를
나는 지성이라 부른다...ㅎㅎㅎ
후기 다시 한번 감사......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사진과 멋지고 구수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주작가 계속 근무하소^^ 홧팅!
데미지를 입으셨다고라....?
글솜씨를 봐서는 전혀 변함이 없으신것 같은데 아마도 며칠 쉬다보니 주저앉고싶은 안일한 불의의길? ㅎㅎㅎㅎ. 이해가 됩니다!
해파랑길 걸을때는 중간중간 요약도 하던데, 이젠 베테랑이 되셔서 사진만 훑어보면 스토리가 엮여진다니 그능력 대단합니다 그~려....
덕분에 오늘도 지리산을 걷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