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는 우리나라에서 남서쪽으로 가장 멀리 있는 섬이다.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섬을 절해고도
(絶海孤島)라 하는데, 가거도는 그러한 표현에 맞는 멀고도 먼 섬이다. 목포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출항하는 쾌속선을 탔다. 6월에는 비가 내려 흑산도 산행을 끝으로 가거도로 가는 일정을
미루었는데, 이번에도 이틀간 비바람이 불어 배가 다니지 못하여서 사람이 많다. 대부분 낚시꾼들이다.
지금이 여름철 낚시가 한철인 모양이다. 가거도는 여름에는 태풍이 오는 길목이고, 겨울에는 북서풍을
맞아야 하니 바람과 뗄 수 없는 곳이다. 고기가 올라오는 길목이어서 어장으로도 중요한 위치이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인데, 뱃길로는 233㎞로 쾌속선으로 4시간 걸린다. 시속 60㎞로
물 위를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 전날 바람이 남아서인지 배가 아래위로 흔들리더니 비금도를 지나
큰바다로 나서자 배는 더 움직이고, 섬이 안 보이는 망망대해에서는 움직임이 더 커져 가벼운 배멀미가
난다. 멀미는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달팽이관 부조화에 의한 감각 불일치로 생기는 것이라 자세를
편안히 하고 눈을 감고 있으니 덜하다. 4시간만에 동경 125.07도 북위 34.04도 우리나라 최서남단
국토 가거도에 도착하였다. 아주 작은 섬인줄 알았더니 면적이 9㎢나 되는 생각보다는 큰 섬이다.
가거도항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고 독실산으로 향했다. 독실산 직전 삼거리 부근까지 5㎞ 시멘트길은 숙소 트럭을
이용하였다. 그런 이용자가 많은지 식당 안내판에 이동 요금을 적어 놓았다. 섬산은 풀잎 크기가 대체로
크다. 큰쐐기풀,큰천남성,물봉선,산수국 잎이 모두 크다. 안개가 잦고 습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을 지나 등대 방향으로 내려서니 이끼가 가득한 산속이다. 바위며 나무며 온통 이끼이다. 적막한
신비의 숲터널을 걸었다. 원래가 습한 곳인데다 비가 내린 후라 바닥은 미끌하고, 콩짜개덩굴 등 덩굴
식물은 바위와 나무를 휘감고 이끼까지 많으니 별천지이다. 습한 곳이라 민달팽이가 곳곳에 붙어 있다.
하산길은 돌길이 있고 미끌한데다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닌 길이라 만만치 않다. 등대까지 와서 따끔
거려 살펴보았더니 서너 군데씩 거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