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의 일애(日曖)
31일 태백행 버스를 탑승하려 했으나,
차 문화 협회에서 주관하는 연합다회 야유 행사가
이날 잡혀 있어 부득불 민주지산행
청춘 열차에 막차로 합류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연말은 버겁다.
여산(如山)은 이때가 되면 다사다난이라는 말보다
다사다급이요 공사다망이다^^
많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들과 어울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산과 같이 如했던 마음도 흩어지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산은 나에 있어 유일한 해방구요 일탈의 장소다.
각설하고..
오늘은 산과나 카페에 두 번째 참여하는 산행이다.
사실 민주지산은 여산이에겐 그리 흥미를
심어주지 못했던 산이라 그저 큰 기대보다는
발밑에 뽀드득 이는 눈의 명상을 가슴에 담고자 떠나게 된다.
이 날의 새벽 아침이 여느 때보다 상쾌한 것은
지난주의 행복한 여운이 남아서일 것이다.
지하철도 편안해 보이고..
사람들도 편안해 보인다..
서면에 당도하니 먼저와 있는 두 분이 반갑게 맞아주는데
버스 앞에 32인승 리무진이라 적혀 있어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에 인사도 얼렁뚱땅 해버렸다^^
이참에 그분들께 죄송했다는 말을 전한다. 꾸벅~
이 차가 맞긴 맞는데..
재차 확인을 하고는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고^^
운영자님 말씀처럼 일찍와서 좋은 자리 잡는것까진 좋았으나..^^
이럴 땐 참으로 난감하다. 흐미~~
32인승 리무진이라는 스티커 참으로 헷갈렸다^^
시간이 흘러가자 버스에서는
여전히 회원관리 하느라 분주하게 바쁘신 운영자분들..
그들이 있어 또 한 번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도 열외가 없는 주중 행사인 자기소개가 끝나고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시간을 가지며
그렇게 10시가 지나서야 민주지산 초입에 도착한다.
모두 버스에서 하차하여 개인장비를 점검하고는,
운영진의 배려로 몸 풀기를 하는데.. 체조 이거 기분 좋다^^
음악만 있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쉬워하면서,
국민체조 같은 몸풀기를 마치고 나니, 마음 또한 상쾌,경쾌해진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하나 되게 흐트러진 뼈를 맞추고는
출발 신호와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중간이나 후미에 가리라 다짐하고
걷기를 시작하는데..
이놈에 다리가 쌍으로 주인님의 말을 듣지 않는다.
몇 번의 슬로우 모션을 시도하다 그냥
마음만은 후미에 두기로 하고 조금씩 치고 오른다.
마을 초입을 지나니 물한리 계곡이라는 석물이 커다랗게 보인다.
산 깊고 계곡 깊어 산자 수려(山紫水麗)한 물한리의 계곡!!
물한리 계곡은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의 3도에
걸쳐 있다는 삼도봉에서 발원하는 20여km 계곡이다.
삼복더위에도 물이 차가워 한천 냉골이라 불렸다는 곳이다.
우린 눈이 덮인 물한계곡 옆 융단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가끔은 미끄러지기도 하고 또 가끔은
백설의 유혹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10여 분을 아장 아장 오르니
키가 무지 큰 잣나무 숲에 다다른다.
물한계곡의 숲은 사람 손 타지 않는 원시림으로
전국에서 손꼽힌다더니 이 잣나무 숲이 그걸 말해준다.
잣나무 숲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우린 왼쪽으로 향한다.
곳곳에 걸려 있는 눈 덮인 폭포가 장관이다.
주차장에서 올라올 때 등산 안내도 입간판에 쓰여 있던
옥소폭포와 의용골폭포, 그리고 음주암 폭포다.
몇단으로 떨어지는 폭포물이 눈을 녹여 부지런히 아래로 나른다.
그 굴곡이 내 마음 같이 소담하니 운치도 있다.
백설 융단 계곡길을 돌아들 때, 물소리가 계곡을 가득 메우면
어김없이 그 곳엔 폭포가 있다.
모처럼 만에 들어보는 시원하고 경쾌한 소리다.
선두 조는 여기 벤치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며 허기를 채우는데..
곳곳에 있는 눈 덮인 벤치와 평상이 이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아직은 닉을 잘 몰라.. 어느분인지는 모르나..
안부로 오르는 경사가 피앙새의 애정을 더욱 돈득히 해 주려는듯..
눈꽃으로 수를 놓아 부부의 금술을 확인시킨다.
부럽다^^
나도 이참에 산에서 연예나 함 해 볼까나..^^
그런 생각이 꿈처럼 밀려오지만..
이내.. 아직은 아니란걸 알고는.. 마음을 다 잡는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 다다른 곳은 안부
올라올 때 숨이 차도록 거친 호흡을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듯
답답한 가슴을 탁 틔워준다. 장관이다!!
가야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이때가 되면 늘 바쁘신 우리 세석기자님..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멎뜨러지게 한 컷을 담고는 다시 삼도봉을 향해 오른다.
삼도봉은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지리산에 있는 삼도봉과 같은 뜻이다.
곧 우리는 산과나의 산행대장인 대두님을 위시하여
선두 조는 삼도봉을 탈완하니, 사방 천리가 우리 품 안에 들어온다.
눈 덮힌 설산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
미끄러워 넘어지고 엎어져도, 눈을 원망하지 않고
눈 녹은 물에 발이 젖고 옷이 더러워져도, 눈을 이해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설산의 묘미다.
망망대해의 푸르름이 고독이라면
망망대산의 푸르름은 기백이요
망망설산의 백설은 그리움이다.
언제 이별할지 모르는 어머니의 눈물 같은 그리움..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설산은 참으로 포근하다.
나만 그런가!!^^
여전히 여기서도 우리들 특기인 찍기 놀이는 계속되고
한참을 지나 식사를 하러 헬기장으로 향한다.
사람이 무척 많다.
오늘의 인기스타는 당근~ 봉우리님이다.
당근님과 봉우리님이 아니라^^ 당연히 봉우리 님이라는 뜻이다. ㅎㅎ~
어딜 가나 아는 사람이 있어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다^^
그렇게 옹기종기 삼삼오오 모여 모두 가벼운 식사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고는 석기봉을 거쳐 민주지산으로 향한다.
눈길에 낭떠러지라 무척 험하다.
어딜 거리 모두 바쁘게 가는지..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으로
좁은 소로는 일순간 인산인해가 되고,
도로의 정체처럼 막히고 풀리기를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휴식이 잦아지니 조금은 피곤한듯
몸도 무거워 지고 호흡도 거칠어 진다.
그렇게 산과나 일행은 거친 호흡을 뒤로하고
석기봉에 당도하여 휴식을 취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맥주 한잔하라는 말이 이렇코롬 달콤할 수가 없다.
머리를 돌려 맥주가 메아리 치던 곳으로 향하니..
배낭에서 피티병에 들어 있는 맥주가 나온다.
그 무지막지 하다는 피티병 소주에 필적하는 폭팔물이지만..
이렇듯 갈증이 나는 산에서는 정말 반가울 수가 없다.
몇몇이 나누어 마시니 더욱 꿀맛이다.
산타클로스는 교회만 있는줄 알았는데 산에도 있었다^^
맥주 주신 젊은분 감사해요~~~^^ 복 받을겨~~^^
잠시 타들어가던 갈증을 해소하고, 선두 조는 맥주의 힘으로
민주지산을 향해 계속 쾌속 항해한다
산에서 주고 받는 인사에는 정감이 묻어 있다.
반갑습니다. 조심히 가이소. 조금만 가면 됩니다.
여기서 산악인의 대표적인 거짓말!! 5분만 가면됩니다 까지 포함된다^^
이말 참으로 사람 환장하게 한다.
5분가서 또 다른이에게 물어보면 또 다른 5분이다 -..-;;
그렇지만 산꾼들이 산에서 해줄 수 있는
최고 위로의 말이 아니든가!! ^(^*
거친 숨을 뒤로하고 구름과 같이 흘러 흘러
일행은 민주지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몇몇은 휴식을 취하고 선두조 대부분은 정상으로 향한다.
경사가 가파르다.
젓먹든 힘까지 내어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뾰족한 흙 덮힌 돌바위..그리고 표지석!!
여기가 민주지산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정상에 올랐으니 詩가 빠질수 있나^^
일애(日曖)/여산
해는 구름으로 기울어..
눈 내린 어둠은 산만큼 내려온다.
빛이 있어 낮인걸 알았겠느냐 마는
이 순간은 해를 가린 구름이
낮이란 걸 전해준다.
운산백설(雲山白雪).. 그리고 산과나
이 글 속에도 낮은 어둡고 적막은 고요하다.
잠시 머물다 정상에서 내려오니..
후미에 오던 일행들이 합류하고, 하산을 서두르게 된다.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이렇듯 정겹다^^
집에 간다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저 오늘도 무사히 산을 가슴에 품었다는 희열과
땀으로 얼룩진 지친 몸을 따뜻한 물에 뉘울수 있다는
작은 행복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느낌이 있는 산행이기보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산행이 되었다.
사실..
生死가 연기인데.. 무얼거리 바라겠느냐 마는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
無去無來 인생사 아닐런지..
더도 말고 들도 말고 지금 인연 지켜지어
산과 함께 할수 있는 오랜친구가 되길 바래본다.
*^)^___ 山 ___^(^*
산과나 회원님들 모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無如垢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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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이 묻어납니다. 노래와함께 어제 민주지산의 추억이 살아나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유니온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날나다 좋은날 되소서..()..
후기글 잘 읽고 갑니다. 자주 오이소~
예~~ 자주 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번째 후기도 좋군여...이제 여산님의 후기를 기다리게 됩니다...여운이 많이 남는 향기로운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봐여^^
당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날마다 다복 하소서 ..()..
후기 멋집니다.잘 읽고 갑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산들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날마다 좋은일만 가득하소서..()..
어쩜 표현을 이렇게 잘하십니까? 부럽습니다...새해 복 많으세요.. 내년 산행때 뵙겠습니다 ^^
헤라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행운 가득한 나날 되소서 ..()..
여산님 우~아~ 산행후기 정말 감동적입니다. 지도 언제 요루꾸럼 글 솜씨 한번 뽐내고 싶은데 실력이 쪼메 거시기 해서리~~~ㅎㅎ 농담이고 정말로 존경합니다. 다가오는 정해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봉우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기체만강, 가내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