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에서-
선산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버스정류장은 허름하다.
앞이 툭 터진 음울한 사각의 회색 담벼락은 그림틀 역할을 하는 창이 양 옆으로
두 개 나 있다. 지금은 난만한 들꽃과 아직은 초록을 간직한 나무와 풀들로 인해
정류장은 풍요로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 안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한 배려인가-
다방에서 가져온듯한 낡은 쇼파가 서너개 놓여있다.
도로변의 정류장을 지나쳐 선산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감나무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검버섯 박힌 주홍빛의 감을 듬성듬성 달고 있는 노쇠한 감나무를 지나고,
넓은 논을 지나고, 질퍽한 밭을 지났다.
커다란 밤나무 몇그루 깊이와 폭이 넓은 농수로를 향해 머리를 누이고 있다.
논에 가득찬 벼들은 태풍을 잘 견디었음일까.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초록의 무 줄기가 무성해지고 있는 황토무우밭은 보기만 해도 내 밭이 아니건만
입가에 침이 오르며 가슴을 뛰게 하고 충만감으로 가득차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선산 입구에서 우리는 통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열대 우림처럼 키를 넘어서는 나무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가시나무로 엉키어 생울타리와 소롯길의 구분이 없어졌다. 어디가 길인지 봉분인지
눈으로는 가늠 할 수 없게 초록의 나무 줄기와 넝쿨로 뒤덮혀 버렸다.
그리고 하얗게 날아다니는 꽃가루들... 지금 이곳은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가을 고구마를 한푸대 호박 네 덩이를 수확했던 밭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튼실한 열매를 내심 기대하며 지난 봄 심었던 어린 대추나무와 감나무도
찾을 수가 없다. 모두 가시 덤불에 묻혀버렸다.
"어허 ,이렇게 자랐을 수가. 지난 한식에 오고 못 왔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구나.
더군다나, 어머님의 산소는 장마비에 한쪽이 푹 꺼져 버렸구나."
사람손이 가지 않으면 자연은 무성한 번식력을 보여준다.
"지난 한식에 오고 다섯달만에 왔는데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끌끌끌.."
몇해전 까지는 선산에 딸린 밭을 무료로 부치며 벌초도 해주며 산소를 돌봐주던
이곳의 현지민이 있었다. 이제는 그 할아버지 농사에서 손을 떼었는지 더 이상
밭을 붙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주버님은 빌려온 예초기를 어깨에 떡 하니 메더니 통로를 만들기 위해 풀을 깍기
시작했다. 제법 굵어진 나무를 도끼로 찍어 내는 아버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예전엔 어떠 하였던가. 어머님은 쑥을 캐시고 아주버님과 아버님은 열심히 벌초를 하시었다.
그러면 힘쓰는일 하면 마다 하지 않는 장한 며느리가 이에 빠질소냐.
낫을 집어들고 함께 돕겠노라 덤비어 들었던 것이다.(다분히 시아버지를 의식한 행동 구십프로)
'양손전지가위'를 구입하고 나서는 그것이 내 차지가 되었다.
나무와 풀을 한 손에 움켜 쥐지 않고도 땅바닥에 완전히 엎드리지 않고도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그 기구가 나를 현혹시켰던 것이다.
또한 양손에 전지 가위를 들고 나무와 풀을 베노라면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나무의 연한 줄기와 초록의 풀냄새가 코를 즐겁게 했다.
좀 더 굵은 두께의 나무들은 손도끼를 이용하여 내려 찍는 쾌감 이라니.
(쾌남 화장품 광고에서 이덕화가 스킨을 얼굴에 파-박-손바닥으로 쳐 바르는 느낌이랄까..)
나중에는 가시가 유난히 많은 수북하게 쌓여진 잔해들을 한곳으로 옮기는 일도 큰일이었다.
벌초와 나무 솎아내기, 잘라내기에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풀독이라는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풀독이 안오르는 체질을 타고 났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니던가.
나와는 달리 남편은 산소를 다녀 갈대마다 풀독이 오르는것은 기본. 꽃가루에 재채기에
눈물까지 찔끔찔끔 흘리는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선산에만 오면 그는 언제나 몸을 사린다.
"아버지, 좀 더 늦게 출발하면 고속도로에 차가 막히니 일은 대충 하고 빨리 출발하죠."
하는게 일이었다.
" 내 원 참, 쟤는 왜 저렇게 선산에 오기만 하면 빨리 가자고 성화냐. 얘, 네가 말 좀 잘 해봐라.
이왕 온김에 풀도 좀 더 깍고 주변도 말끔하게 완성시켜야 좋지 않겠냐."
그런데 오늘은 남편과 내가 이 예초기란 획기적인 기구를 동원한 덕을 톡톡히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이잉~~! 돌아가는 예초기의 전투력 앞에서 무료함을 느낄 즈음 내 눈에 들어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여.
그리고 눈치 보며 놀기만 하던 남과여 흐흠, 흠, 서로 의미심장한 눈짓을 주고 받는다.
" 아 참, 저기 밤나무에 밤이 제법 영근것 같던데 .."
" 그래. 그럼 우리는 밤이나 따러 갈까."
" 그러자구, 밤송이가 제법 크던데 저 밑쪽으로 가서 따자구.."
밤을 따기 위해 나는 양손전지가위와 칼을 챙기었다. 그리고 종이 쇼핑백 또한 준비했다.
선산 초입의 논둑과 농수로를 겸한 두둑에 위치한 커다란 밤나무 아래서 그는 밤을
떨어뜨렸고 나는 아람이 쩍 벌어진 밤송이를 두 발로 까기 시작했다.
아람 벌어진 밤송이도 어느덧 떨어지고 우리는 제법 크다 싶은 밤송이들을 가지에서
비틀어 따내었다. 그가 죽은 나무의 가지를 이용해 밤나무 가지를 비트니 밤송이가
내 손등으로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사람이 조심해야지 마누라를 어캐 이리 황당하게 보내려고 그러는 것이여."
뾰족한 가시로 이루어진 연초록의 밤송이를 벌리면 안에서 나오는 하얀 속살을 가진
미완의 밤톨들이 우리를 동심의 세게로 데려다 주는 듯 하다.
물이 제법 가득 들어차 흐르고 있는 농수로 아래를 보니 제법 잘 익은 밤송이들이
여럿 떨어져 썩어가고 있다.
오늘은 제법 열심히 일 한다 싶었던 남편,
이제는 밤따기도 싫증 났음인가.
내게 "이제 그만 따자. " 하며 아버님과 형님에게로 가 한 말씀 하시는것 좀 보소-.
"장호원 외삼춘댁 과수원에 가야 하니, 이만 끝내고 빨리 출발하시죠."
헐~~!
이로써 (놀멘놀멘 함서) 내몸지키기 프로젝트 2 도 성공 -
이번에도 글이 넘 길어 팍 짤라 부렷스요.
3편을 써 볼가요. 장호원 복숭아 과수원에서 피해 갈 수 없었던 <힘쓰기 대회출전기 ㅋㅋ>
첫댓글 자연과 하나된 정아님 !! 밤은 많이 따셨어요? ㅋㅋㅋ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 저한테도 좀 나눠주세요. !! 받고 자포요. ^^
에궁, 아직 글도 다 안썼는데.. 승질도 급하십니다여. 가인님,, 자 아름다운 기운> 파바박 가져가 부쇼요.
흐미..저는 다 쓴줄 알았지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몸지키기 프로젝트 2 성공이 써진걸 봤지라.......ㅋㅋㅋ 마저라..저 승질 드럽게 급해라..ㅋㅋㅋ
긍께 정아님도 담부터는..채송화님처럼 편집중이라고 쓰시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편집중`이 그 말이었어라 몰랐당게
알겠슴다. 가인님,, 지가 뭐 편집위원은 아니지만서도 편집중이라고 거창하게 써붑죠. 힝 장호원 복숭아 과수원에서 피해 갈 수 없었던 <힘쓰기 대회출전기 3편도 기대 하시라욧.
알써라...^^ 몬 힘쓰기를 해부렀소 ~~ 천하장사, 백두장사 소타는거 나갔다요? 긍께 마음 추스리면 후딱 올려주쇼야..^^ 기운내불고라.. 정아님께서.. 무리했능갑소야..
풋밤을 깨물었을때의 상큼한 물맛... 정아님 글이 입속에서 톡톡 터지면서 자연의 맛을 전해주네요
풋밤. 아, 맞아요. 서해님- 연초록으로 빠샤샤한 밤송이를 뭐라 표현할까 고심하다 . 포기 했는뎅,,, 우허 저 여기 서해님 답글에서 월척 건져갑니다. .
어릴적에 밤나무를 심어놓은 아담한 산이 하나있었지요, 그곳에서 밤을 따기도하고 야생화를 꺽기도 학고 고구마를 캐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가시에 찔려 호호불며 신나했던 그 시절이 정아님의 글속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 같네요..^^
정아씨 잘읽었어요...수필에서--> 소설로도 영역을 넓혀 보심 어떠실런지 얘기를 재밌게 전개해가는 재주꾼예요^^..나루터는 볼거리가 많다는^^
밤, 대추, 잣, 땅콩..전 이런 견과류를 싫어하는지라 안 먹지만 정아님의 글은 참 정겹습니다여^^
전......밤이 제일 맛있더만..ㅋㅋㅋㅋㅋㅋㅋㅋ아고 먹고 잡다.
어머 그러세요 아흐전 호두도 싫어../밤 더욱 싫어..
이런 대추 - 보고도 안먹으면 빨리 늙는다는 말 있잖아요. 맛잇습니다. 밤 잣 땅콩 또한 고소하고 맛있는디.. 제가 밤에 쟁반에 한가득 갖다 놓고 아이들과 먹는 모습을 남편(육식성)이 보고는 한마디 합디다. " 난, 당신을 보면 다람쥐를 보는것 같아. 글케 맛있수" 고럼 맛있구 말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전, 주말농장에서 밤을 몇 개 따온 남편이, (생밤이었뜸요) 깎아서, 설거지 하는 제게 한번 먹어보라고 입에 넣어줘서 엉겹결에 씹었는데..아흐~준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뱉지도 못하고..ㅠㅠ
생밤 을매나 맛있는디. 정성을 생각혀서 넘 맛있다 쟈기양 하고 와작ㅇ으드득 씹어먹었어야죠..^^
나가,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과자 과일..이런 거 당췌 싫어해부러라. 그람 뭘 좋아하냐구라? 밥이여, 밥순이 ㅋㅋㅋㅋ
남이 해 준 건 맛있는데 나가 하기는 싫오~(징허게 얄밉지라잉~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에 한번 놀러오시요야.......고구마에다 김치 올려서 맛나게 쪄들릴께라... ^^ 사람들은 우리집에서 먹음 뭐든 맛나데...아는 엄마는 .. 놀러오시면........밥을 두그릇 잡숴..........^^ 난 글케 밥 못먹지라..
지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과자 과일 넘 좋아 해부러 그려서 이거이 있으면 밥은 안먹어부러 대신 고구마 대여섯개로 한끼니 해결. 아님 감자 대여섯개.. 양이 넘 많나 여튼 시엄니께서 밥 더 먹으라고 하시며는ㅡ 막 승질 내부린다는``` 나쁜 며느리
지는.....고구마..옥수수.. 과자를 좋아해부러.. 고구마는 3-4개먹어라.. 감자는 글씨 잘모르것소..ㅋㅋㅋㅋㅋ
육식을 좋아하는 편이어라. 여자가 증말 부뉘기 없게스리. 그치요잉
앙^^ 회도 조금 좋아해요. 근데 글케 좋아하진 않아요. 고깃집 가면 상추에 안 싸먹고 고기만 먹어요. 근다고, 울언니, 무쉭하다고 합니다만, 난 그케 먹어야 고기 제 맛을 느끼겠더만.
아니, 가인님은 기운이 그리 없으쇼잉 뭘 먹어야 쪼깨 기운이 돌다니 지는 만날 기운이 펄펄.. 쩌ㅏ증납니다. 내 기운펄펄함에... 항상 배부른듯한 포만감 -- 성질나부러 에고,, 빨리 컴 끄라 성화에 이만 12시 넘어부렀어
오메...정아님 그 기운좀 주시요. ^^ 저는 항상 기운이 없서라...ㅋㅋㅋㅋ 좀 있었으면 좋것서라..그 기운땜시.. 못살것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