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실장님이 글로 쓰지 말고 그냥 와서 이야기 하라는데 아무래도 글 써야 마음이 놓이겠기에 급하게 쓴 글 올립니다. 읽어보시고 가감해주세요.
091019 살림이밥상지기의 고백
아현감리교회
생명밥상지도자교육
15분 발제(안)
저는 오늘 이 제목을 받고 ‘살림이 밥상지기’라니 그도 괜찮다 싶었습니다. 언제 붙은 이름인지 모르는데 저를 지칭하는 어휘가 된 것이 신기합니다. 더구나 살림이밥상지기의 고백을 하라니 고백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우러나서 해야 하는 것인데 이리 강요당할 수 있나 싶습니다. 어쩠든 유미호님의 강력한 권고에 못 이겨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생명밥상을 알게 된 것은 2002년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생명밥상위원이 된 때부터입니다. 그때 우리나라의 음식쓰레기문제가 야기되면서 일 년에 30조원의 재원이 음식쓰레기 때문에 낭비된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항이었습니다. 밥알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안 된다고 배운 우리들은
음식쓰레기라는 말조차도 입에 담기 민망한 것입니다. 우리민족이 보리 고개를 넘긴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리도 정신 못 차리고 사나싶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생명밥상위원회가 모여서 도대체 생명밥상이 무엇이냐, 어떻게 이 운동을 펴나갈 것이냐를 논의 하면서 우리 집에서 그 첫 밥상을 차려 보았습니다.
그 후에 주변사람들을 불러 모아 밥상 노래를 부르며 주의 기도를 해석한 살림이 기도를 드리는 생명밥상을 300여회 차렸습니다. 노래가 길다고 한 절만 부르자 고도 하고 음이 높으니 곡을 바꾸자 고도 하고 얼마 지나니 그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섭섭하다고도 하고, 기도문이 좋으니 집에 가져가겠다 고도 하고. 그러면서 7년이 지났습니다.
300여회라니까 꽤 많이 한 것 같지요?
아니지요. 주부들은 70이 훨씬 넘은 제 또래들조차 하루의 세끼 밥상을 차리다 보면 일 년에도 1000여 번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하는 일상의 일을 저도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여성교회를 퇴임하고 나서는 이 밥상을 계속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제가 시작해서 해온 일이니 그냥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생명 밥상이 없어지면 안 된다나요? 돌이켜 보면 65세가 되면서 아무 할 일이 없어진 제가 여성신학을 가르치라는 어느 신학교의 제안으로 목사안수를 받고 또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생명밥상위원이고 자원봉사로 이보다 좋은 일감이 없습니다. 이제는 아예 저의 교역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렇게 일하게 만들어 온 유미호 실장님께 감사를 드려야 되겠습니다.
이 켐페인을 벌이기 위해 성서적인 근거도 제시해야 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기초하지 않으면 힘이 없으니까요.
신앙적으로 이 일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힘이 나지요.
그래서 성경말씀에서 그 명령을 찾았습니다.
하루의 양식을 간구하라 하신 예수의 주기도,
출애굽 길의 만나를 하루의 식량만 거두라 하신 하나님의 명령,
혼자만 배부르고, 잘 살지 말라하신 희년의 명령,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다 배부른 다음에
남은 음식을 모두 거둬들이라 던 예수의 말씀,
낱알과 열매를 먹으라 하신 하나님,
모든 동물에게 풀을 먹이로 주신 하나님,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는 세상을 보여준 이사야선지의 꿈,
이 모든 말씀들을 생각하면 새록새록 살아나는 생명의 말씀들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단 하나의 계명이 이 모두를 아우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온 세계가 생태계 파괴에 관심하면서
그 이웃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이 포함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니 자연을 살리는 일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줄여야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면,
하나님 사랑하는 것과 이웃사랑은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하십니까?
하나님 얼싸안고 사랑해보신 분 계세요?
하나님 뵌 적이 있으세요?
당연히 없지요.
우리는 하나님을 뵐 수 없습니다.
다만 사랑할 수 있지요.
내가 이웃을 사랑할 때 동시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신 예수의 명령은 두 가지 명령이 아니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주기도문의 완성입니다.
그러니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계명을 뛰어넘습니다.
무조건 이웃만 사랑하세요.
이런 신앙고백을 하면 밥상을 차리면서 올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고 먹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신이 나서 밥상을 준비합니다.
내가 좋아하면서 차렸으니 그 밥이 맛있겠어요? 맛없겠어요?
당연히 맛있지요. 당연히 웃음꽃이 피지요.
저는 음식 만드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런데 와서 먹으면 맛있다고들 해요.
여러 가지 잡곡을 모아 잡곡밥을 만들고 ,
우리 집 옥상 밭에서 내가 기른 채소를 포함해서 유기농 채소를 쓰고,
우리 전통음식을 따라서 또 제가 어릴 적 먹던 입맛으로 차리고,
싱싱한 재료에 인공첨가물을 쓰지 않으니 맛이 다른가!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면서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하나님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시고 참 좋다고 하신 세상을 사람들이 다 망가뜨려놓았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창조주이시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 창조를 회복하는 일을 하라고 부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를 회복하는 청지기직을 맡았습니다.
며칠 전에도 우리 집에서 생명밥상을 차렸습니다. 모여서 상에 오른 반찬 이야기도 합니다. 김자반을 먹어보더니 조리법을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얼른 김자반 레서피를 돌렸지요. 전에도 해본일이 있어서 레서피는 컴퓨터에서 금방 빼올 수 있거든요. 김부각을 렌지에 40초 돌리니 희한한 부각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부각은 기름을 조금 두르고 아주 조심해서 튀기거나 살짝 구어야 하는 경험들을 가진 사람들이라 이 간편한 방법에 이젠 부각 마음 놓고 해먹겠다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채식을 하려니 콩을 많이 먹어야겠다 싶어서 뻥튀기 차에서 튀긴 서리태 콩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냥 먹으려니 간식을 하지 않는 터라 별로 먹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콩자반을 하기로 하고 전에 볶은 콩을 간장에 넣는 것을 본 일이 있기에 나도 그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마리 간장과 3년 3개월 숙성시킨 효소를 1:1로 넣고 버무렸습니다. 간장이 다 배도록 뒤척여 놨더니 먹을 만합니다. 간단한 콩자반이 되었지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까르르 넘어가며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스트레쓰는 다 날라 갔겠지요. 모두 즐거운 모습으로 다음 날을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이제는 살림밥상이 기독여성살림문화원의 한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내가 1989년부터 관여 하던 아시아여성신학교육원이 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연구원으로 바뀌었었습니다. 제가 이사장이 되면서 여성평화의 집이 팔리고 사무실을 차리지 못하고 지내다가 지난 7월에 기독여성살림문화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 때 이사들은 한 가지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살림밥상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섯 번째 밥상을 차렸습니다. 누구나 10명 이내의 구릅으로 미리 (02-764-5036)으로 신청하면 날자와 시간을 조정해서 우리 집에서 밥상을 차려드립니다.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백입니다. 근데 그거 아세요? 실은 이 고백,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으셨던 거란 걸~ 갑작스럽게 부탁드릴 수밖에 없어 무지 죄송했는데, 여호와이레인거 같아요^^ 목사님! 감사해요.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