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사건, 허위환자 부당청구와 노동인권 탄압
지난 2015년 3월20일, 나는 강화도에서 인천성모병원지부 상임집행위원회 간부들과 함께 1박2일 수련회를 하고 있었다. 오후에 휴대폰에 들어 온 문자 하나와 그에 딸려 온 언론 기사 하나. 국제성모병원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그날 MBC 저녁뉴스와 많은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학병원이 가짜 환자를 동원해 의료급여를 타낸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직원들의 지인과 친인척까지 동원됐는데 의심되는 가짜 환자가 수천 명입니다…인천 한 대학병원의 환자 진료 기록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 위염, 월경통 등, 대부분 가벼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입니다. 경찰이 확인해 보니, 이들은 대부분 병원 직원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이었고, 일부는 병원을 방문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이들 명의로 진료 기록부를 작성해, 1인당 2만 원에서 5만 원씩 의료 급여를 받아냈습니다….”(2015.3.20 MBC뉴스)
병원이 가짜환자를 만들어 허위로 진료기록을 작성한 사실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부당청구한 의혹이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후 인천경찰청은 “2014.3.10~10.9까지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은 1,500Day, 2,000Day, 3,000Day라는 명칭으로 환자유치 행사계획을 수립한 후…총 4회에 걸쳐 직원들의 친인척, 지인 등을 환자로 유치하면서, 행사일 동안 방문한 환자 본인부담금 총 3,467건을 면제해 주고…행사목표 달성을 위해 환자들이 사실은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음에도 마치 내원하여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내용으로 41건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자료(인천경찰청 브리핑. 2015.6.22)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병원장과 의사 14명을 포함하여 16명이 의료법위반으로 기소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10월 국회 정기국정감사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그러나 11월2일 인천검찰청은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부당청구 사건에 대해 환자유인알선행위에 대해서만 의료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병원장과 법인에 각각 3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인천서부경찰서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한 국제성모병원 환자유인알선(3,467명), 진료기록부 허위작성(표본 50건 중 41건 확인), 부당청구(일부)를 모두 밝혀 검찰에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검찰의 약식기소는 국제성모병원 ‘봐주기식’ 축소은폐 수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보건의료노조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인천검찰청의 제대로 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가 2015년 10월23일 답동성당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
처음 이 보도를 접한 나와 상임집행위원회 간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천주교인천교구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인천성모병원에서는 이미 10년간 수차례에 걸쳐 똑같은 일들이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첫 언론 보도 이후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대학병원에서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에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성모병원과 천주교 인천교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의 엄정한 수사와 천주교 인천교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켓시위 등을 벌였다.
그런데 그 며칠 후 병원은 이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나를 느닷없이 언론제보자로 지목하고 중간관리자들을 동원해 집단 괴롭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병원 측의 이런 집단 괴롭힘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2년, 2013년에 이어 3년째 반복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3, 4명 혹은 6, 7명의 관리자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근무시간 중에 나를 찾아왔다. 관리자들은 나를 로비 혹은, 다른 부서 빈 공간으로 데리고 가거나 간호부로 호출하고, 때로는 업무를 보고 있는 부서로 들어와 환자들과 부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얼굴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니 당장 나가라”, “우리 집 개도 밥을 주면 밥값을 한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냐”, “보건의료노조가 저렇게 병원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데 왜 항의하지 않느냐. 반성해라”, “그렇게 불평만 많고 원망하고 이런 마음만 가득 차 있으면 지옥 가는 지름길이야, 너” 등 감당하기 힘든 말로 모욕을 주며 괴롭히고 위협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식당을 오가는 길에서도 쫓아다니며 이 같은 일들을 벌였다.
3년간 총 40명의 중간관리자들로부터 20차례의 집단 괴롭힘을 받으며 스트레스가 심각하게 쌓여가던 나는 급기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출근 도중 실신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고, ‘적응장애’라는 정신과 진단을 받아 3개월간 병가를 들어가야 했다.
종교기관에서 벌어진 허위환자 부당청구와 간호사이자 노조지부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라는 반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이 두 가지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년 만에 초토화된 노조
두 사건의 본질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11월 천주교인천교구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50년간 운영해 온 가톨릭대학교성모자애병원의 경영권을 인수받았다. 50년 전 전쟁고아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설립했던 병원 이념이 21세기의 변화된 시대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들조차 재벌기업 초대형 병원들과 경쟁을 하며 수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하는 보건의료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결국 수녀회는 경영을 포기하고 천주교 인천교구에 병원을 그대로 봉헌한 것이다.
인천교구는 병원경영을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인 수익경영을 과감히 펼쳐 나갔고 그 첫 과업으로 노조를 파괴했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대대적인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재산가압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탄압으로 노조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인천교구는 마지막으로 단체협약 해지까지 단행해 3년 만에 노조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병원은 중간관리자를 조직해 이들을 구사대로 내세웠다. 한솥밥 먹고 격 없이 지냈던 관리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눈빛과 행동이 바뀌고 사고가 바뀌는 과정을 노조는 생생히 목격했다. 용역경비업체를 고용해 노조사무실 앞에 상주시키고 조합원과 노조간부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병원은 또한 노조가 집회를 할 때마다 병원 전체를 군용철조망으로 둘러쳐 놓고 전투경찰 수백 명을 성모마리아상이 세워진 병원 안에 들이기도 했다. 노조의 입장을 알리는 선전‧홍보활동은 철저히 봉쇄했다. 50~60명의 중간관리자들이 아침 출근선전전을 하는 노조간부 5~6명을 몸으로 둘러싸 밖으로 몰아내고, 식당에서 중식선전전을 하면 인사노무팀 직원들이 내려와 누가 유인물을 받아 가는지 사진을 찍고, 유인물을 받아 간 직원들은 부서 팀장들에게 면담을 당하고 유인물을 빼앗겼다. 매년 임금은 일방적으로 동결하거나 인상해서 병원 마음 내키는 대로 적용하고, 단체협약은 교섭 때마다 개악되어 있으나마나한 수준이 되었다.
노조는 맹렬히 저항하고 투쟁했다. 매일 부서순회와 함께 조합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병원의 노조파괴 실태를 알리며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했다. 또한 부당노동행위실태를 고발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까지 나서 병원의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집중투쟁, 집회 등 총력투쟁을 벌였다. 인천교구 주교에게 노조지부장이 직접 친필로 노조탄압 중단을 호소하는 편지도 수차례 보냈다. 그러나 그 편지조차 노조파괴 당사자인 병원을 경영하는 신부에게 다시 전달되어 더 가혹한 탄압으로 되돌아 왔다.
노조 집행부는 있는 힘을 다해 조합원과 노조를 지키고자 투쟁했지만 경영자인 신부가 진두지휘하며 제압하는 서슬 퍼런 공포분위기에서 조합원들은 사표 아니면 노조탈퇴서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 속수무책으로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가 이어졌다. 성직자가 경영자라는 특수한 신분과 종교기관이라는 성모병원의 이중 정체성의 특수한 상황은 그 순기능이 상실된 채 역방향으로 작용해 노조탄압에 가공할 힘으로 발휘되었다.
20년간 단단히 유지됐던 민주노조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싸웠지만 불가항력이었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 조합원 수는 당시 직원 450여 명 중 213명이던 것이 현재 1,600여 명의 직원 중 11명만 남았다. 끝을 모르는 엄혹한 탄압에도 지금까지 노조 깃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조합원들이 가히 존경스러울 뿐이다.
수익창출을 위한 병원의 공격적·비상식적 경영
한편 병원은 수익창출을 위해 공격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영활동을 펼쳐갔다. 첫 4년간 경영이 어렵다고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4년간 동결해 놓고 그 기간에 병원장신부, 행정부원장신부를 포함한 경영진은 임금을 2~3배 올려 억대의 연봉을 챙겨갔다.
직원들에게는 신규환자 소개 업무를 할당하고, 1년에 몇 차례씩 ‘2,000데이’, ‘3,000데이’라며 외래환자 내원 목표를 설정하는 동시에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직원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을 환자로 등록해 처방을 받게 했다. 이번에 드러난 국제성모병원 사건과 동일한 행태가 인천성모병원에서는 이미 경영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것도 모자라 병원은 외래환자 수 3,000명을 채우기 위해 ‘에이스3,000’이라는 이름으로, 전 직원을 20여 명씩 나누고 조를 구성해 퇴근 후 시내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병원 홍보물과 판촉물을 나눠주며 병원 홍보활동을 하게 했다. 이 행사에 참여해 봤는데,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또한 동네 미용실을 찾아가 병원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나눠주고 미용실 원장 명함이나 전화번호를 받아오게 했으며, 아파트부녀회를 대상으로 병원 홍보활동을 하게 했다.
하루 일정량 이상으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PET-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등 고가의료장비 검사의 건수를 유지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의료진에게는 개개인마다 목표 실적을 정해주고 도달한 실적에 따라 지정진료비를 차등 적용하는 비인격적인 인센티브제 등을 적용했다. 의료진들은 여러 가지 불만을 제기했고, 병원과의 마찰로 인해 많은 의료진들이 병원을 떠났다.
심지어 수익 위주의 임상과를 선정하여 집중 지원하고 종합검진도 ‘VIP마케팅’을 중심으로 한다는 수익 추구 경영방침들이 병원의 회의 문건들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노조는 해마다 교섭석상에서 이 같은 병원 홍보활동 등 무분별한 돈벌이 경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은 ‘종교기관으로서 병원 정체성에 관련된 사안이므로 교섭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노조의 문제제기를 묵살했다.
인천교구의 병원경영 후 10년의 명암
올해 11월1일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 경영을 시작한 지 꼭 10년을 맞는 날이다. 인천교구는 10년 동안 인천성모병원의 규모를 2~3배 확장하는데 성공했고 1,000 병상짜리 국제성모병원을 새로 지었으며, 264세대의 ‘마리스텔라’ 실버타운을 지어 분양했다. 또한 관동대학교와 지난 9월에는 ‘시사메디인’이라는 언론매체까지 인수했다.
반면 건강했던 민주노조는 초토화되었고 직원들의 노동기본권은 가톨릭대학병원 7곳 중 최하위가 되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구조도, 건강한 견제세력도 없는 탓에 정규직으로 10년, 20년을 일해 오던 부서 전체를 통째로 아웃소싱해서 하루아침에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남아 있는 조합원과 간부들은 수시로 부서이동을 당하고, 부서장이 사사건건 면담을 하며 여전히 노조 탈퇴 압박과 회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퇴직간호사의 제보로 어쩌다 세상에 드러나게 된 국제성모병원의 허위환자부당청구사건과 일상처럼 저지른 노조 지부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 사건은 어쩌면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재수가 없게 걸려 드러난 일일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병원이 이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취하고 있는 입장과 태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선택의 여지도, 물러설 곳도 없다
▲ 9월10일 FP CGIL 세미나에 참석 중인 보건의료노조 바티칸 원정투쟁단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정신 질환으로 발병했지만 인천성모병원은 신청한 병가조차 말도 안 되는 이러저런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내용증명을 수도 없이 집으로 보내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을 위해 사학연금공단에 직무상질병승인신청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15년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3대 캠페인 투쟁을 위한 5대 사업장의 하나로 인천성모병원에 대해 산별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인천본부도 지역 현안으로 투쟁에 나섰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운동의 메카인 인천지역의 노동운동 원로 선배들이 더 이상 인천성모병원의 반가톨릭적인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고 인천지역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 투쟁을 함께 하는 모든 단위에서는 병원 측에 사태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대화는커녕 상황을 점점 악화일로로 만들어 갔다. 병원은 경찰 수사로 확인된 국제성모병원사건에 대해서조차 언론에 ‘일부 직원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전산 시스템 오류로 벌어진 일’이라며 거짓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원 안팎으로는 온갖 선전물을 만들어 ‘홍OO 간호사는 병원과 교직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심각한 해사행위를 하는’ 이기적이고 문제가 많은 노조지부장, 나쁜 직원으로 매도했다. 이런 선전물은 지금도 전 직원이 보는 식당게시판에 버젓이 붙어 있다.
이 투쟁 와중에도 병원은 병가 기간이 무단결근이라며 지난 7월15일 징계위원회까지 소집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관할 고용노동부의 개입과 지역시민대책위의 항의로 징계결정은 하지 못한 채 ‘법적 검토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재까지 징계를 보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 병원은 모든 대화를 거부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경영주체인 천주교 인천교구가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께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교구는 ‘병원 일은 교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수차례 면담거부 답변을 보냈다. 할 수 없이 인천교구청이 있는 답동성당 앞에서 1인 시위와 피케팅을 하고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이어갔다. 인천교구 주교와 본당 신부들에게 직접 편지를 두 차례나 써서 호소도 했다.
그러나 5개월이 되어도 병원과 인천교구는 단 한 차례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아니, 노조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얘기만 전해졌다. 보건의료노조의 집중투쟁으로 단 한차례 이뤄진 교구청 관리직 신부들과의 공식 면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주교님께 일이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 지금까지 공식 대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교구 내부적으로는 많은 신부들이 이 사태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나는 대화하자는 요청마저도 외면당하는 현실에 좌절하며 인천교구 앞에서 7일간의 단식투쟁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나를 포함한 원정팀을 구성해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원정투쟁에 나섰다. 10일간 로마에 머물며 바티칸의 교황청 각 단위를 찾아 공식, 비공식 면담을 통해 우리의 상황을 알리는 서한을 전달하고, 교황청에서 한국 천주교 인천교구에 조사단을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이탈리아노동총동맹(CGIL)의 공공부문노조인 FP CGIL과 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련(UNI) 등 국제노조단체의 연대로 많은 활동과 투쟁이 이어졌다. 바티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 행사에 두 차례 참여해 대형 현수막 시위를 전개했는데, 교황청 정문 앞에서 현수막 시위를 하던 중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최근 교황청에서 이번 두 사건의 사태를 포함해 인천교구와 관련된 상황을 파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 원정투쟁까지 했지만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는 여전히 한 치의 입장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역시민대책위의 원로들이 1일 릴레이단식에 돌입했고 현재(10월26일)까지 32일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답동성당 앞에 100여 명씩 모여서 촛불 집회를 진행한다. 급기야 가톨릭 평신도들이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인천교구에 대해 문제의식과 우려를 표명하며 주교에게 사태해결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천교구와 병원이 결자해지해야
▲ 인천시민대책위가 10월20일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
‘매듭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이 말은 지금 천주교인천교구와 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국제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사용자에게 적확하게 들어맞는 사자성어가 됐다. 지금의 이 사태는 노조가 임금인상이나 어떤 권리를 주장하며 시작된 투쟁이 아니다.
경영진의 일상화된 권력남용과 폭력으로 인해 직원 한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몹쓸 짓을 저질러 벌어진 일인 동시에 노조를 파괴하고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병원경영의 단면이 사회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건의 매듭은 천주교 인천교구와 병원 경영진이 스스로 맺은 것인 만큼 스스로 풀어야 한다. 종교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도 힘든 상황인데 정작 당사자인 인천교구와 병원경영진은 여전히 ‘배 째라’는 태도다.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의 성지였고, 쫓기는 노동자들을 받아 품어주었으며, 사회정의를 위해 울림이 큰 목소리를 내주고, 민주화의 횃불이었던 천주교인천교구가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이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슬픈 목소리이다.
7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이 투쟁은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를 넘어 천주교 인천교구의 가톨릭정신 구현을 염원하는 가톨릭신자들의 청원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 사건과 인천성모병원 집단괴롭힘 사건에 대한 공개 사과·책임자 처벌·재발방지대책 마련, 둘째, 병원의 무분별한 수익추구 돈벌이 경영 중단과 경영진 교체, 셋째, 노동조합 원상회복 및 정상적인 노조활동보장이다.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시간일 것이다. 천주교 인천교구와 인천성모병원이 모든 인천시민과 가톨릭 신자들에게 신뢰, 정의와 희망의 등불이 되는 곳으로 다시 자리매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길 촉구한다. 스스로 맺은 매듭을 풀 때까지 이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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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노동사회」에 게재된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 홍명옥 씨의 글이다. 글에는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해 인천의 시민사회 등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과 더불어, 관동대학교국제성모병원의 ‘가짜환자 유치’ 사건과 인천성모병원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 사건, 그리고 이 사건을 놓고 그간 천주교인천교구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 등이 잘 정리돼 있다. 글이 작성된 시점이 10월 26일이지만 <개미뉴스>에 게재한 시점인 11월 17일 현재까지 천주교인천교구의 입장 등에는 큰 변화가 없다. <편집자>
홍명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성모병원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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