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후식(dessert)카페
후식(dessert)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다. 후식이란 만찬晩餐의 대미를 장식하는 음식이다. 다시 말해서 메인 요리로 말미암은 포만감에 달콤한 여유와 멋을 더하여 교제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해주는 음식이다. 이는 정신적인 포만감을 위한 최고의 배려이며 이로써 그날의 만찬이 아름답게 기억된다.
최근 들어서는 후식이 하나의 완성된 식문화로 탄생했다. 후식용 음식으로 메뉴를 짜서 제공하는 디저트카페가 외식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후식용 음료와 먹을거리가 있고 좋은 시설과 쾌적한 분위기를 갖춘, 그리고 요기·휴식·교제와 간단한 업무활동이 동시에 가능한 디저트카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있어서 후식은 서양음식에 속한 영역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후식이라는 것이 커피, 홍차, 케이크, 쿠키, 푸딩, 아이스크림 등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정식의 대중화와 함께 후식에 대한 개념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이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기에는 너무나 보잘 것이 없다.
우리의 후식은 숭늉으로 입가심하는 수준을 겨우 면한 정도이다. 식혜, 수정과, 화채를 비롯하여 약간의 과일, 떡, 한과 등을 접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진부하고 품질이 조악하다. 우리의 음식문화가 매우 다양하고 풍성하면서도 유독 후식부문에서 열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하나는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한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무절제한 음주문화 때문이리라. 고급스러운 한식코스요리의 경우에도 후식에 이르면 싸구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진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초라한 음식들이 마치 식사종료와 퇴장을 선언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훌륭한 메인요리를 먹었더라도 그것은 오직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 즉 ‘먹는 일’이 되고 만다.
우리에게도 후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문제는 문헌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을 뿐 일상 속에서는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후식은 ‘다과상’에서 찾을 수 있다. 다과상이란 끼니때를 비껴서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간단한 상차림으로서 차와 음료 그리고 떡이나 과자 등을 차려내는데 모두 후식용 음식으로 훌륭하다.
특히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을 ‘다식’茶食이라고 하는데 후식으로 그만이다. 김영배 선생은 「다도학」에서 다식의 유래를 이렇게 밝혔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는 ‘인단印團을 속어로 다식이라 일컫는데, 말린 밤이나 깨의 가루 혹은 솔꽃가루 등을 꿀로 반죽하여 목함木陷에 넣고 꽃잎, 물고기, 나비 모양으로 박아낸다.’고 했다. 또한 조선시대에 왕과 왕비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베푼 연회기록인 진찬의궤에는 녹말다식, 흑임자다식 등의 기록이 있고,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 빙어각 이씨의 규합총서, 서유구의 임원십육지 등에도 다식에 관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다식은 쓴맛을 지녔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실 때 미각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차는 물론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 있어서 다식이란 차와 잘 어울리는 모든 음식을 뜻한다. 철따라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떡, 유과, 정과, 강정, 숙실과熟實果 등을 모두 다식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이는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후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통음료도 다양하다.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경제지 등 옛 문헌에 의하면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화채花菜 밀수蜜水 탕湯 장漿 갈수渴水 숙수熟水 즙汁등으로 분류되는 각양각색의 음청류가 있다.
당신은 석탄병惜呑餠, 잡과병雜果餠, 사과정과沙果正果, 포도갈수葡萄渴水, 회향탕茴香湯, 빙사과氷砂菓, 제호탕醍醐湯, 습조탕濕棗湯 등의 후식을 접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하며 어쩌다 접할지라도 대부분 완성도가 떨어진다. 달콤한 맛과 자연의 색과 향을 갖춘 각색의 정과正果를 이따금 접하긴 하지만 다양성이나 품질에 있어서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의 것들이 많다.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한식의 세계화를 원한다면 외국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후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사라지다시피 한 우리 고유의 후식들을 찾아내고 이용 가능한 것을 재연하여 상품화해야 한다. 우리 한식으로 즐기는 후식문화가 정착되고 전통후식이 디저트시장의 한 축을 이루는 날이 속히 와야 한다.(월간 Coffee & Tea 2013. 6 Opinion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