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9홀마다 비거리 측정…은근히 신경
그 홀만 가면 멀리 보내려고 더 힘껏
내년 목표는 미·일 그린 동시정벌!”한국 남자골퍼로는 최초로 일본 프로골프(JGTO) 투어 상금왕에 올라 동아스포츠대상 남자골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시즌 목표와 일본 투어에서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첫 번째 목표는 일본 프로골프 투어 상금왕 2연패 달성이고 그 다음은 미 PGA 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김경태는 말했다.
상금왕 2연패의 최대 걸림돌은 이시카와 료다. “이시카와도 부담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 하지만 완벽한 선수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경계대상 1호로 지목했다.
내년 일정은 더 바쁘다. 올해보다 5개 대회 정도 더 출전한다. 세계랭킹 30위로 시즌을 마감해 미 PGA 투어에서 최대 12개까지 나갈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20개, 한국에서도 매경오픈과 발렌타인 챔피언십, 신한동해오픈 등 최소 3개 대회 정도 출전 계획을 잡아뒀다.
시즌 출발은 미국에서 한다. 오는 2월 애리조나 주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가 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을 세워 두지는 않았지만 액센추어 매치플레이가 첫 대회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초청이 들어오면 1개 정도 더 나갈 수도 있다.” 첫 출전하는 마스터스에도 기대감이 크다. 올해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 두 번 출전해 모두 공동 48위를 기록했다.
일본투어를 뛰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김경태는 한국에서 뛸 때만 해도 장타자 측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투어에 건너가서는 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었다. 올해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77.3야드로 60위다. 라이벌 이시카와는 296야드로 김경태보다 20야드 가까이 멀리 친다. 거리가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
“일본에서는 9홀에 한 차례씩 비거리를 측정한다. 그런데 그 홀에만 가면 멀리 보내려고 힘껏 친다. 경기가 있을 때는 매일 선수들의 거리를 측정해 공개하는 데 은근히 신경 쓰인다”고 김경태는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프로 골퍼들도 거리에 신경을 쓰는 건 다르지 않았다.
450야드가 넘는 긴 파4 홀과 400야드가 안 되는 짧은 파4 홀의 공략에 대해서도 공략법을 들려줬다.
“어떤 파4 홀이 더 까다로운가”라는 질문에 “길고 넓은 파4 홀보다는 페어웨이가 좁은 짧은 파4홀이 더 힘들다. 420∼430야드처럼 거리도 짧지 않으면서 페어웨이까지 좁은 코스가 제일 힘들다”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귀국 후 쇄도하는 인터뷰와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 김경태는 내년 1월 14일까지 한국에 머문 뒤 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곳에서 1개월 정도 훈련한 뒤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를 시작으로 시즌에 돌입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