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장안山에서 초라하고 코믹한 자세로 점심을 먹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계남면, 번암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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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절기상으로 백로(白露)다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로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이며 일조량이 많아서
곡식이 여무는데 좋은 때다.
이 시기에는 밤 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날씨는 선선하고 차가운 기운이 돌며,
특히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이다.
장마도 걷히고 맑고 깨끗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따금 태풍으로
인해 벼 포기가 쓰러지거나 해안 지방에서는 해일로 인해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한다.
세시에서는 겨울 철새인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가며,
뭇 새들이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제철식품으로 포도가 있어서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도 한다.
팔월 마지막 주 산행지로 전북 장안山을 선택했으나 비 때문에 순연되었다.
산행을 취소하고 보니 정작 당일 날씨가 너무 좋아 회원들에게 미안했다.
총알 탄 시간처럼 세월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9월이 지난지도 며칠이 되었다.
생각건대! 어제의 나는 무었을 하고 살았으며,
오늘을 사는 나는 진정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아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헤르만 헤세”의 작 “9月” 이라는 詩가 생각난다.
뜰이 슬퍼합니다. / 차디찬 빗방울이 꽃 속에 떨어집니다.
여름이 그의 마지막을 향해서 / 조용히 몸서리칩니다.
단풍진 나뭇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 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여름은 놀라 피곤하게 / 죽어가는 뜰의 꿈속에서 미소를 띱니다.
오랫동안 장미 곁에서 발을 멈추고 / 아직 여름은 휴식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천천히 큼직한 / 피로의 눈을 감습니다.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포도가 제철이다.
좋은 포도는 포도 알의 색이 진하고 껍질에 하얀 것이 묻어나는 것이다.
하얀 것을 농약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포도안의 당분이 배어나온 것이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포도가 자흑색의 “캠벨얼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먹는
노지에서 생산하는 품종이다.
소백산 추풍령자락에 위치한 영동군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또한 거봉 포도의 주산지는 경기 안성시다.
안성은 국내 포도의 효시로 알려졌는데 1900년 프랑스신부 “안토니오 공베르”가
안성천주교회의 초대신부로 임명돼 오면서 “머스캣 함부르크” 묘목 2그루를
가져와 구포동 성당 구내에 심었던 것이 국내 포도재배의 시작이었다.
거봉은 알이 굵고 단단하며 당도가 높아 신맛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지리적으로 차령산맥을 등지고 있어 영동군과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포도야, 꿀이야? 요즘 포도는 달아도 너무 달다,
오늘 산행 할 장안산(長安山)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 계남면, 번암면 경계에 있는 높이 1,237m의 산이다.
최고봉은 상봉(上峰)으로 소백산맥의 서쪽 비탈면을 이루며,
동쪽에는 백운산(1,237m), 서쪽에는 팔공산(1,151m)이 솟아 있다.
동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섬진강의 상류인 백운천으로 흘러들고,
북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계남면의 벽남제로 흘러든다.
동쪽은 소백산맥의 준령에 막혀 교통이 불편하지만,
북동쪽의 무령고개(1,076m)와 남쪽의 어치재를 통해 경남 함양군의 산록,
계류지역과 연결된다.
서쪽 비탈면은 경사가 완만하며 장수읍의 낮은 분지로 이어진다.
추석도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유통업체의 정보에 의하면 올 추석 선물세트는 3만 원대 이하가 대세란다,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11일 빨리 찾아옴에 따라 추석선물세트 예약 판매도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유통업체는 올해 추석에는 소비 침체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과
최대 50%까지 할인 혜택을 주는 예약판매제품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3만 원대 이하의 중저가 선물세트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란다.
서민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이겠지.
어제는 하늘에 구름만 끼었을 뿐 날씨는 그런대로 좋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나 주 산행도 비 때문에 순연을 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날씨도 갑자기 싸늘해져 긴팔에 바람막이용 상의도 입었다.
오늘도 용기 있게 참여한 33명의 회원이 우중(雨中)산행에 동참을 했다.
오늘산행은 무룡고개에서 출발:-팔각정을 잠시 들린 후,
금남호남정맥을 따라 억새밭지대 -장안산 -산죽지대 -중봉 -하峰 -당동갈림길
990봉 -범연洞으로 하산하는 약 4시간 30분 소요코스였다.
오늘은 특화기업 “천연물나라” 원 팀장이 아사이벨리라는 신약을 선전하느라고
아침시간을 다 빼앗기고 남원휴게소에서 쉬어야하는데,
장수 톨게이트 입구 상가휴게소에서 쉬었다.
회원들의 반응은 다소 무관심했지만 협찬금 10만원을 받았다.
무룡고개를 자주 찾는다는 회원들의 말처럼 최근 영취산과 덕운峰을 다녀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오늘도 산행버스는 가파른 무룡고개를 “헉헉” 헐떡이며 올라가 고개정상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하산지점인 범연洞으로 떠났다,
장안山은 지난번에 산행한 영취산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행초입부터 댁-그 계단 길로 만들어져 있었고 가깝게 있는 팔각정에 올라가
가랑비 내리는 날의 풍경을 감상했다.
산길은 바위가 없는 육산으로 정비가 잘 되어있었고 필요한 곳에는 덱-그 계단과
굵은 로프가 안전을 위해 설치되어 있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나 폐세 된 산책로에도 로프를 쳐놓아 통제했다.
주변경관을 구경할 수 있도록 전망대도 몇 군데 만들어 놓았지만 오늘 산행객은
우리 회원들뿐이다.
비오는 날의 한 폭의 수채화는 아름다웠다.
산을 향해 바람이 불면서 산을 따라 공기가 상승하는 경우 생기는 하얀 뭉게구름이
산봉우리를 외로운 섬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겹겹이 쌓인 산속에 갇혀 있는 구름은 구름바다가 되어 파도처럼 일렁이고,
어떤 곳은 잔잔한 호수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게도 한다.
구름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백운산, 남덕유산, 영취산, 덕운峰, 구시봉 등이 하얀 구름이 그리는 수채화의
소재가 되어 요술을 부리고 있다.
굵은 소낙비는 아니어도 빗줄기가 있는 가랑비가 산행하는 내내 내리고 있었다.
빗속을 걷는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상쾌함과 짜릿한 감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내 몸이 청춘은 아니어도 몸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그러나 점심을 어떻게 먹어야하느냐가 오늘의 문제였다.
정상 못 미쳐 평탄한 곳에서 1진 5-6명이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우의를 입은
채로, 혹은 우산을 쓴 채로 밥을 먹고 있는데 자세가 불편하고 모습이 초라하다.
어떤 사람은 나무 밑에 선채로 우산을 받고 도시락을 걸어놓고 먹기도 하고,
배낭을 허리에 메고 식탁처럼 먹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그들과 합류해 점심을 먹었는데 자세가 불편하고 너무 급하게 먹은 것이
체해서 가슴이 답답했는데 하산해서도 낫지를 않는다.
후미 조가 10여명 도착했다.
그들은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계속 산행을 하다가 시간이 너무 지나니 배고픈
“파란하늘”의 성화로 비를 맞으며 우리처럼 점심을 해결했다.
산행은 오후 3시가 못 되어 끝이 났다.
지금 장수는 사과체험행사 중이었는데 오늘이 행사개막일이란다.
그 넓은 주차장에는 수많은 승용차들로 꽉 차 있고 대형버스들은 길옆 도로에
주차되어 있지만 비 때문인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행사 주최 측의 고민이 크리라 생각된다.
우리 산행버스도 행사장에 진입했으나 자리가 없어 되돌아 나와 한적한 시골길
빈 사과창고를 하나 빌려 하산酒를 먹기로 했다.
마침 길가에는 이 마을 주민인 할머니 한 분이 자가 생산한 사과를 팔고 있어서
회원들은 거의 전원이 만원 씩 하는 사과를 한 봉지씩 샀다.
할머니는 횡재를 만나 기뻐했고,
우리는 준비해온 찰밥을 먹었는데 나는 체기가 있어 먹지를 못했다.
장수는 사과로 유명하다.
어디를 가나 사과 밭이고 사과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김춘수 시인의 詩 “능금” 제3연중 1연을 읊어본다.
그는 그리움에 산다. /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 스스로의 무게로 /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 여운을 새긴다.
비는 하루 종일 내리고 차내에서는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부회장이 주제곡인 “10월에 마지막 밤”을 부르고 산행이사는 부회장이 해마다
이 노래를 부르니 한 살 더 먹는 것이 서럽다고 푸념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모두가 추임새를 넣으면서 흥을 돋운다.
또 회원들은 버섯농장을 하는 “보름달”을 에게 “새 송이” 한 상자(2kg들이)에
만원하는 버섯을 23박스나 구입했다.
다음 주 산행 때도 필요한 사람들은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나도 버섯을 사고, 사과도 샀으니 집에 가면 아내가 좋아하려나.
산행이사 말로는 여러 회원들이 추석이 임박했으니 금산인삼시장을 한번 들리자고
하니까 산행地를 금산 진악산으로 변경을 하자고 해 그렇게 바꾸기로 했다.
금산도 인삼축제를 연다고 한다.
인삼막걸리 한 잔에, 인삼튀김안주 한 개. 어! 벌써부터 취한다.
(2013년 9월 6일)
첫댓글 아내가 만들어 준 성찬(聖餐), 빈자(貧者)의 자세로 먹다 급체하다.
손가락 따고, 약 먹고 하루를 고생했다.
그건 너! 바로 너! 비 내리는 장안산 때문이야.
아! 가버린 청춘이여, 혹시 감기는 안 걸렸는지요? ㅉㅉㅉ
회장님 식사와 총무님 멀미, 어찌하나요? 누구 좀 도와 주세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산악회를 위해 노심초사 고생하는 산행이사님 고마워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