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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세이(2019.3.15.)
오늘은 시산제와 함께하는 대구상고 40회 산행 날이다.
해마다 시산제(始山祭)는 봄이 먼저 상륙하는 섬진강이나 남해안 등 남쪽으로 내려가서 지냈었다. 올해도 울산 우가산을 예정지로 했지만 모처럼 봄비가 온다는 소식에 청주 양승산(養僧山)으로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었다. 대청댐이 있고 청남대가 있는 곳이다. 출발할 때 비는 오지 않았으나 하늘과 높은 산에는 비구름으로 덮여있어 이내 곧 비가 내릴 징후가 보인다. 대구에서 청주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스치고 지나가는 산과 들의 모습은 언제나 그윽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천혜의 아름다운 조국강산이다. 옛 선인(仙人)들도 이렇게 좋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마음을 닦았다. 산과 들 강과 바다 하늘에는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영원한 조국이다. 그러한 그 혼(魂)은 후세들에 귀감이 되게 하였다. 글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내려준 이렇게 좋은 자연에 살면서도 옛 사람들은 언제나 힘들고 고달픈 인생살이였다. 몇 천 년 동안이나 무지(無知)와 나태(懶怠)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며 한 많은 삶을 대대로 이어받아 살아오지 않았던가! 배우지도 못하고 지도자도 시원찮아서 새로운 삶을 개척할 능력이 없었다. 오로지 자연에만 의지해서 살아왔기에 자연을 닮아서인지 마음은 순박하나 생활은 언제나 곤궁 속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러한 삶이 우리 어린 시절 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조국 강산은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살던 고향과 같아서 온 나라가 내 고향처럼 모습이 비슷하다. 우리들 조상들은 흰옷입고 들에서 삽과 괭이로 소와 함께 일하고 3대가 초가3칸 한집에서 한 평생을 살아갔다. 넓은 들 산과 강에 풍요로운 자원이 있는데도 언제나 의식주 걱정하며 고달프게 살아갔다. 참으로 힘들었던 선조들의 삶이었다. 그러한 원인을 후세 학자들은 왕과 함께 사대부의 탓으로 인정한다. 나라 위정자들은 백성들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권력유지와 쟁취에만 몰두했다. 당파 싸움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온 나라 백성들의 불행으로 이어졌다. 우리세대에서도 보고 겪는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고대 근대 현대를 몸소 겪으면서 살아왔지 않은가! 지금 우리는 자연에 의지해서 살아오다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진리를 터득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참 행복한 세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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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 나이를 4352살(단군력)로 생각해 볼 때가 있다. 12년(1960년까지)까지는 고대 원시시대를 살았다. 그 후 40년(2000년)은 근대시대를 거쳤다.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온 국민의 노력에 동참하며 40여년 살아온 것으로 간주한다. 20여년을 현대시대에 포함시킨다. 1948년 대한민국 국가가 탄생했지만, 나라 준비도 미처 다하기 전에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온 국민들의 가난과 고통은 깊어만 갔다. 그러나 그 후 세계9위의 경제대국이 된 까닭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고 뛰어난 국민들의 피와 땀의 자산이 함께 있었다. 우후죽순처럼 학교가 세워져 국민 모두에게 지식을 쌓게 해서 지혜로운 국민으로 키우는 등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기반을 튼튼히 닦은 주역들이 바로 우리가 자라날 때 나라를 다스렸던 위대한 지도자와 우리들 세대들이다. 나라와 민족의 근성을 바꿨다. 위대한 지도자와 뛰어난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세상을 바꾸었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그 시대를 이끄는 지도자 역할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 주역들이 우리와 우리부모 세대들이다. 나는 기차나 차를 타고 가다 조국강산을 구경하면 70여년 인생에서 몇 백 년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잠겨 볼 때가 있다. 50년 전에 태어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은 모두가 조선시대처럼 인생길을 걸어왔다. 해방과 6.25전쟁의 비극적인 일이 있었던 해에 갓난아이였던 우리 세대는 고대 근대를 모두 다 겪으면서 살아왔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를 음미(吟味)해서 곰곰이 생각해 추론을 해보면 누구나 다 아는 주지의 인생 경험이다. 참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살아가는 증언자다. 과거는 현재의 스승이다. 현재는 미래의 스승으로 남는다. 과거를 거울로 삼아서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궁리를 짜내 보는 일은 오늘을 뜻있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길이기도하다. 아름다운 산에 있는 묘소를 보면서 몇 백 년을 살고, 산 아래 마을 보며 오늘을 살고, 높은 산과 그 위에 떠있는 구름과 산천을 보면 영원을 살아가는 마음이다. 영원을 살아가는 넋과 얼이 잠겨 있는 내나라 내 조국이 참 아름답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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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면 중부고속도로변의 높고 낮은 산들은 밋밋하게 형성된 다른 지역 산들에 비해 주봉도 딸린 봉도 모두가 하늘 향해 수직으로 솟아있다. 즉 우뚝 솟은 산들이다. 비구름이 잠겨있으니 기상(氣像)이 더욱 높아 보고 보아도 또 보고 싶어진다. 이 나라 산들이 모두가 꼿꼿하게 솟아나 있으니 선비들이 많이 나서 꼿꼿한 기상을 몸에 지녔기에 자신의 신념을 꼿꼿하게 지켰을까! 그러다 자신과 많이 닮은 이런 산속으로 귀양을 갔을까! 그러다 산속에 살면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꼿꼿한 진리를 많이 남겼으니(漢詩) 후손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 생각이다. 우리는 그러한 선비들이 남긴 진리를 선비정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를 이어 영원히 추앙을 받고 있다. 어느덧 10시가 되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혹시 비가 오면 시산제를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서 인쇄해간 축문을 미리 배부했다. 글에 대한 내용도 조금 덧붙여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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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문의면 문산리 조동마을이 있었다. 1980년 대청댐의 담수에 따른 수몰 당시엔 조동(분당골, 부수골, 터밭, 아래장터자연부락)에 60여 가구가 있었다. 수몰이 되자 그 후 2000년 5월 28일 고향을 그리는 마음 조동마을탑 이라는 기념탑을 세웠다. 양승산을 등반한 후 내려와서 조동마을기념탐 앞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제를 지낸 후 제물을 다함께 나눠먹으면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대 자연에 심취(心醉)해 술과 음식을 나누며 새봄을 맞이하니 산행의 극치(極致)를 보여준다. 시산제를 지낸 후 박물관이 있는 옛 마을로 올라가 댐을 둘러싼 산과 마을을 구경했다. 바로 앞 긴 대청댐 주변의 정경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낙원이다. 큰 대청댐과 청남대 댐 건너편의 크고 작은 산들이 아득히 저 멀리 까지 이어져있다. 산 아래 마을들도 경치가 장관이다. 대통령 별장을 어디 예사롭게 만들었겠나하고 생각하며 구경했다. 댐에 수몰된 문화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문화관에는 문경세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옛 날의 관찰사들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의 비(碑)도 한 줄로 죽 세워 놓았다. 기와집에는 사대부들의 유물들 초가마을에는 양민과 농민들의 생활 유품들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어릴 때 함께 놀고 일했던 농기구랑 생활 도구(道具)들이다. 불과 50년 전 나와 함께 살아가던 가재도구들을 여기서 보게 되니 옛 날 어린 시절이 다시 그리워진다. 불과 50년 전 일인데 500년 전 일인 양 느껴지니 어찌 그리 까마득한 먼 옛 날이 되었을까! 등산은 이렇게 몸과 마음을 씻어주면서 심신의 건강을 지켜주고 인생을 보람되게 한다. 신체적 나이는 일흔을 넘기지만 정신적 나이는 몇 천 년을 품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고려조선 옛 시대 때 산속에 살면서 선비들이 남긴 한시에서 그것을 느끼게 되고 산행을 통해서 싱그럽게 되살아난 것이다. 세월에 상관없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조국강산은 시와 그림이 영원히 잠겨있고 끝없는 창조가 이뤄지고 있다. 만감을 느끼게 하는 행복한 하루다. 제(祭)를 지낸 후 회장이 건배를 제의해서 말했던 건배사가 생각난다. “ 산악회 회장으로부터 시산제 축문을 부탁받고 2~3분 동안 읽었던 시산제 축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1주전부터 생각하고 작성했던 지난 1주일동안이 참 행복했습니다. 우리 대구상고 40회 산악회 발전을 위하여!” 라고 건배를 선창했다. 사실인즉 축문을 만들기 위해 좋은 문구(文句)생각하며 찾아보는 그 마음을 가져보는 몇 시간 며칠이 참으로 행복하지 않았던가! 축문 때문에 나는 3월 산행을 한다는 소식을 알 때부터 이미 마음속에는 산행이 시작되었고 일주일 전부터는 더 많은 시간을 산행하고 있었다. 시산제를 하고난 뒤 산행 온 모든 친구들이 성금을 냈다. 제물을 대표해서 받아준 돼지고기는 백여만원을 머금고 천지를 바라보며 온 자연과 함께 환희 웃고 있다. 제를 지내고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談笑)를 즐겼다. 약간의 술이 가슴을 적셔주니 마음 또한 시원해서 천지가 또다시 새로워진다. 대청댐 주변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는 문화관으로 올라갔다. 조상들의 삶에 젖은 유물들을 보니 어릴 적이 그립고 수려한 주위의 경관 또한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빼어난 경치가 지금도 눈에 아롱거린다. 그래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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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댐 호수에서 산행을 한 뒤 내구로 올 때는 봄비가 봄바람과 함께 내리기 시작한다. 이내 곧 어둠이 내리고 창밖의 산천은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즐겁고 재미있는 산행을 해서인지 노래를 불러서 흥취를 돋우었다. 나는 비가 와서 비와함께 노래를 신청을 했는데 반주가 없어서 그냥 그 노래를 한곡 불렀다. 반주 없이 부르고나니 곧이어 K J G 친구가 마이크를 인수받더니 자신도 반주 없이 일본어 노래를 멋지게 이어 불렀다. 일본노래 50여곡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니 역시 대구상고명문고 출신은 세월이 흘러가도 녹이 슬지 않는다. K는 몇 년 전 고향인 홍천에 산행을 갔을 때 진달래꽃 활짝 핀 팔봉암 남한강 강변을 거닐면서 신나게 버들피리 꺾어서 불렀었다. 그 때의 천진난만한 동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연상케 해주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불면서를 연상하게 했었던 그 때 그 산행이다. 보리피리불면서의 12줄의 시 속에는 한평생 인생살이가 얼마나 애달픈지를 엿 볼 수가 있다. 말이 나왔으니 여기서 다시 한 번 또다시 읊조려 보자.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적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니리~⌟ 한하운 시인은 삼림 공무원으로 있을 때 문둥이로 판정되자 사귀었던 애인을 껴안고 눈물로 통곡했다.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 애인은 결국 헤어졌다. 몇 년 뒤 자주 가던 옛길을 보릿짚 모자를 쓰고 가는데 저 멀리 반대편에서 애인이 걸어온다. 시인은 가까이 오자 모자를 더욱 눌러쓰고 갔다. 몇 발자국 가다가 돌아서보니 애인도 돌아서 보고 있지 않은가! 다시 급히 돌아서서 뛰어갔다.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 눈물의 언덕이었다. 그 때를 못잊어 보리피리 불며 시를 남기게 된다. 봄이 오고 있는데 50여 년 전까지 모든 아이들 피리였던 보리피리는 보리를 심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토록 애달팠던 문둥이의 가련한 인간사도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져간다. 책 보따리 어께 메고 학교에 오가면서 보리 꺾어 피리 불던 1950년대 국민 학교 어린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고난과 시련 속에 자라보지 않은 사람은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를 것이다. “행복은 어디에 있었는가? 언제나 생활과 삶속에 있었다. 고통과 시련 있을 때는 희망과 함께했다. 좌절과 절망에 처했을 때는 믿음을 안겨 주었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는 100세의 K교수님의 글을 읽고는 또다시 올지도 모를 고통과 시련 절망과 좌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겁나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2019.3월 15일.
♣이 시대 민초(民草)들의 삶은?!
▪남녘의 봄(이건李健 :1614~1662년)
聞設江南又到春 듣자니 강남땅에 봄이 찾아왔다니
上樓多少看花人 누각위에 올라서 꽃 보는 이 많으리.
牧童橫笛驅黃犢 송아지 몰고 가며 목동은 피리불고
兒女携筐採白蘋 광주리 낀 아낙들은 흰 마름을 캐겠네.
남녘의 봄소식에 마음이 설렌다.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나고 사람들은 누락에 올라가 추웠던 지난겨울 이야기 하겠지. 목동은 망태 메고 봄풀을 베려가고 송아지 몰고 가며 흥에 겨워 피리를 불고 아가씨들은 광주리를 들고 봄나물을 캐겠지. 해마다 오는 봄은 모든 이의 思春期 시절이다.
첫댓글 등산을 가게되면 그져 넘어질까 겁나고 따라가기 바뻐서 앞뒤 좌우 볼 틈이 없고, 내려와서는 허기진 술배 채우느라 정신이 없을 사이,
사방 팔방 바쁘게 다니시면서 기행문을 쓰시는 데미안 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그 순간 행복한 마음 가질 수 있게 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白川선생의 반가운 "산행 essay" 감명있게 읽고 共感"합니다! 白川은 고대, 근대, 현대를 산, 經驗으로 인생의
참맛을 알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동기로 여겨지며! 白川! 隨筆 揭載에 감사드리고 약동하는 새로운 봄의
향연에 미래를 향한 계획하셨던 모든 일들을 이루시며 건강과 형통, 승리의 일정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