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리는 시간,
내가 기다리는 시간.
한강이라..
서울에 가면 늘 그 자리에 있고, 유람선이라든지 63빌딩이라든지의 유명세와 더불어 한발 나아가 선사시대의 주거지 암사동과 백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풍납토성을 설명할때도 그저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았던 한강이었다.
송파문화원과 위례역사연구회의 한강탐사대활동은 이제 그 한강을 고유명사로 비치면서 내게 파고든다.
아, 그 검용소!!
검용소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그 벅찬감동을 나는 평생 간직하게 될 것이다.
514.4km의 한강발원지가 되는 곳으로 2000년 건설교통부에서 한강의 기준점에서 최장 발원지로 공식발표한 곳이다.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사계절 9도를 유지하고 있고 물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는 곳.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상류연못을 찾아 헤매 와서는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자국이라고 하는 맛깔나는 전설이 어린 곳.
-- 태백의 광명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했다.--
새겨진 그 글귀 한 자 한 자가 내 가슴에 새겨지듯 다가온다.
모든 것의 시작은 이러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시작도 작은 몸짓일것이다.
작은 물줄기가 끊이지 않고 생명력을 가지듯이 우리의 정신도 그렇게 이어져야만 한다는 먹먹한 다짐을 해본다.
검용소에서 시작한 물은 맑디 맑은데 흘러 다른 물들과 만나면서 혹은 더 넓어지면서 탁해진다.
우리네 인생과도 같으이.
떠나는 날 아침은 늘 햇살로 눈부셨다.
버스안에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몸안의 세포를 깨우고 내 게으름을 깨운다.
태백으로 갈때는 땀이 뚝뚝 떨어지는 한여름이었고 충주로 향할때는 이미 가을로 접어들어 가을억새가 한창이었다.
그때 마악 붉게 물들어가던 이파리들은 이제 선명함으로 자기를 치장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그 시간을 돌아본다.
강을 이해하려면 먼저 산을 이해하라 한다.
강과 산의 어우러짐. 산에는 어김없이 물이 있고 물은 강을 이루어나간다.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서 사람들은 교통하였다. 그 사람들의 흔적이 우리에게 문화유산과 민속자료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한(恨)의 정서로 정선아리랑을 빼놓을 수 없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며는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며는 두견새는 왜 울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잠깐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꺾일 듯 넘어가는 정선아리랑은 정선을 중심으로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에서 전승되어온 민요인데 다른 아리랑에 비해 절절한 정서가 느껴지는 민요라고 생각된다. 강원도라는 지역적인 폐쇄성에 농사도 잘 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의 삶이 고단했을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왔고 노래로라도 풀어내는 이 민족성을 어이할꼬!
임계에서 흘러오는 골지천과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이 만나 아우라지로 이름지워지면서 비로서 강이 된다. 그 아우라지는 옛날 뗏목이 서울로 원목을 운반하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서울에 도착한 뗏목들은 아주 비싼 값에 팔려 '떼돈벌다'의 어원이 되었지만 목숨을 내놓고 다녔을 그들이 불렀던 아이랑만이 메아리친다.
첫댓글 와~~~드디어 장기프로젝트 '한강'을 마치셨나요...부럽습니다^ ^검룡소 태백 정선 영월 충주 여주를 꿈에서나 다녀올라나...
외유내강이신 선생님을 뵐 때마다 그 힘의 발원이 어디일까 생각했답니다.멋지십니다...
모든 것의 시작 또는 발원은 작은 몸짓이겠죠. 뚜벅뚜벅 힘찬 행진 박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