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9 - 서영남
어제 저녁에는 베로니카와 함께 만수 3동 성당에 갔습니다. 저녁 미사 후에 이일훈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안드레아와 재찬씨 그리고 신 선생과 노성씨도 함꼐 갔습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불편하게 살기, 작을수록 나누기, 늘여살기...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저녁도 못 먹었습니다. 모니카가 짜파케티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요!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두부 두 모를 끓는 물에 데쳐서 두부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참 맛있습니다.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민들레가 추운지 웅크리고 자고 있습니다. 담요를 덮어주었더니 아주 편안하게 잡니다.
오전 여덟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국수집 안에 손님 한 분이 오돌오돌 떨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철(가명)씨입니다. 치아가 거의 없습니다. 식사하실 때도 겨우 김치국물에 비벼 드십니다. 요즘은 빈집에서 자는데 자도 자는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입니다. 겨우 쉰 아홉입니다. 그런데 칠십 노인처럼 보입니다. 순철씨 같은 분이 한 분 더 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어떻게 도와드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시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10월달에는 옥련동 민들레집을 수리를 해서 노인인데 노숙을 하시는 몇 분을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습니다. 순철씨가 온종일 민들레국수집 채소를 다듬어 주시다가 아주 어렵게 이야기합니다. 오천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돈 생기면 갚는다고 합니다. 왜 돈이 필요하신지 물어봤습니다. 뼈 속까지 시려서 오늘 밤은 찜질방에서 자고 싶다는 것입니다. 만 원을 드렸습니다.
철수(가명)씨가 지난 5월부터 전기료를 못 냈다고 합니다. 전기 끊기기 전에 대신 내어주었습니다. 다섯 달 치 밀린 것이 겨우 122,800원입니다. 대신 내어드렸습니다. 나중에 부자되면 더 어려운 사람에게 몇 배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싱싱하고 달콤한 멜론을 한 상자 보내오셨습니다. 네 개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둘은 민들레국수집에서 먹고 하나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 보내고 또 하나는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 보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 간식나눔 파티를 합니다. 배도 열 개나 보냈습니다.
내일은 베로니카와 함께 원주교도소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원주에 있는 형제는 이번에 고입검정고시 합격했습니다. 합격점 60점을 가까스로 넘겼다고 합니다. 얼마나 대견스러운지요!
모레인 10월 1일(금)에는 청송교도소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민들레 식구 중 한 분이 일하는데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한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그마한 소포가 하나 왔습니다. 열어보았습니다. 카시오 공학용 계산기가 들어있습니다. 희한합니다. 필요하다고 했던 우리 민들레 식구에게 드렸습니다. 참 희한합니다. 보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민들레 국수집' 일기를 읽으며 만나는 모든 분들을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기를 기도하였어요.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국수집~ 항상 응원하고 기도할께요^^
삶이라는 우물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따뜻한 민들레 국수집이 좋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웃들에게 웃으면서 희망을 전하는 수사님을 힘차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