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9일 선운사에서 저녁 7시부터 산사음악회가 있었다.
소리새, 오정혜, 이선희 등이 초대되었다.
오정혜씨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나 내려가요? 더 할 수 있는데..."
말 끝을 살짝 흐렸다.
청중은 환호했고,
그녀는 신명을 다하여 가볍고 흥겹게 들으면서도
순간, 덜컥 가슴이 저린 '이 산 저 산' '진도아리랑'을 열창했다.
아름다운 무대였다.
주지스님은 가을에 맞는 시를 지어 낭송했다.
운치있는 산사음악회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무대에 이선희 씨가 올랐다.
그녀는 어린 아이가 이웃집에 잠시 마실온 아이 같았다.
그녀는 편하게 툭 한마디 던지듯 말을 걸었다.
"전 그냥 절간이 좋아요. 어릴 때부터 놀던 곳이라 익숙해서 이고
팔자에 스님 팔자인가 언제가 사주를 보니 그냥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머물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 그냥 절간이 좋아요."
그녀의 말을 듣는데 '쿵'하는 울림이 왔다.
그녀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이혼과 이혼한 남편의 자살과 재혼,
많은 곡절을 지닌 사람이 가진 그녀의 생이 보였던 것이다.
남편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지었다는 '참 나쁘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전해주면서도
왠지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름다운 강산' 'J에게'에서는
그녀의 폭팔하는 가창력과 함께
세상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그녀의 허한 모습이
자꾸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진을 담으면서 바로 무대 앞에서 사진을 담았다.
이 선에서 사진을 담으면 턱이 돌출되고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가까이 다가설 때가 있다.
그러면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아주 잠깐씩 턱을 아래로 내려주었다.
사진을 담는 순간에는 사진을 담기 좋은 포즈를 취해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연일 줄 알았는데 그 상황이 몇 번 되자
아, 이 사람은 아주 세세한 마음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했다. 가볍게 목례를 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녀의 말과 노래를 듣는 동안 그녀의 강이 흘러서 왔다.
산사음악회가 끝나고 선운사에서 9시가 넘어서 출발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군산에 도착해서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제 설움에 운다고 한다.
나의 어떤 서러움이 그녀와 닿았는지 알 수 없다.
어쩜 이 또한 그녀와 별개의
나만의 감정 흐름일 수 있겠지 싶어
허한 웃음이 나왔다.
그러함에도
후련하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니
그냥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드는 것이 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