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고 여유로운, 그러나 혼동된 금요일,
늦잠을 자고 이제야 일어났다,
어제가 보름이라서 오곡밥에 부럼을 깨물어야한다던데,
오곡밥과 부럼은 커녕, 집에 귀가하다 순댓국으로 저녁밥을 먹고 귀가했다.
조상들은 어떤 생각으로 귀밝기(귀발기) 술이나, 부스럼을 부정하는 부럼이나,
오곡밥에 나물들을 먹고, 잡기를 쫓는 불놀이 날로 대를 이어 만들어 놓았을까,
지금이야 아스라히 명맥만을 유지한 채, 형식적인 행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정에서는 오곡밥에 부럼에 귀밝기 술을 마시지 않을까,
나야 흰쌀밥을 해 먹는 일이 들물다 보니,
매일 오곡밥 보다 더한 여러 종류의 잡곡을 넣어 먹지만 말이다.
땅콩이나, 아몬드, 호두 같은 것들은 냉동실에 넣어 놓고,
일년 내내 심심할 때나, 간혹 간단한 술 한 잔 집에서 할 때에 안주로 쓰다보니,
부럼을 깨물어야한다는 속설이 웃기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오늘은 남은 밥도 없어, 잡곡밥(흰쌀, 현미, 수수쌀, 서리태콩, 회색 팥, 찰좁쌀,은행알)을
전기압력밥솥으로 했다. 반찬 없이 밥만 퍼 먹어도 맛이 좋으니, 언제고 재래장이 서는 날,
나와 시간이 일치하여 맞게 되면, 다른 잡곡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아침에는 맛 좋은 잡곡밥에 명란젓, 뚝배기된장찌게, 김, 더덕무침, 멸치 등으로 아침밥을 마쳤다.
아주 오랫만, 일주일만에 불로그에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마셔가며 궁금해 할 분들을 생각하여 몇 자 끄적거린다.
공부할 것이 생겨, 밤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어로 된 문학 선생이니, 읽을 거리는 쉬운 거 부터 아주 어려운 글들이 많다 보니,
책을 끼고 살아야 그나마 내 자신에 만족을 겨우 할 뿐이다.
어제는 온종일 나라 안이 쇼킹한 뉴스 거리로 난리가 났었나 보다.
나도 저녁을 먹으며 식당 안 텔레비전으로 잠시 뉴스를 보았지만,
김기종씨란 분이 테러리스트란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분명치가 않다.
그가 찿아가 폭력을 행사한 곳이 보수단체 <민화협>이란 곳인데, 이 단체의 회원이기도 하다고 하니,
그를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종북좌빨이라 몰아갈 수도 없고, 또 극우꼴통우파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행동으로 보아, 그가 주장하는 전쟁반대와 한미훈련 반대는 그 구호만으로 볼 때,
타당하고 올바른 것이라 생각되고, 한국과 미국의 동맹또는 혈맹관계가 한민족에게 반드시 우호적이고,
이롭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은 상존하며, 미국과의 일방적인 동맹관계가 자칫 한국이라는 약소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가져갈 수 있는 점도 분명히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민족의 자주와 자생 독립, 그리고
주변 열강으로 부터의 영구한 생존을 위한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민족에 대한 신념과
외세 헤게모니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폭력성 밖에는 없었는가 하는 물음을 되 묻지 않을 수 없다.
맹목적인 한미관계의 추종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반대의 표현수단이 폭력성을 동반한다면, 그 의미 또한 반감되며
오히려 추종세력의 역공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김기종씨를 종북좌빨이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라든가, 혹여 어리석은 민심은
심지어 정신병자라는 등의 비난 일색의 여론을 듣게 될 때,
우리가 얼마나 분열된 비이성의 모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가를 새삼 되돌아 보게 만든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분단된 민족들끼리, 분열된 비이성의 모습이 비추어 보이는 슬픔,
그것이 우리가 갖는 크나큰 슬픔이며, 비극이다.
나는 이제, 차를 몰고 일주일 분의 먹거리를 사러 나갈 참이다.
하나로 양재점과 양재 코스트코Costco를 가야겠지만,
햇빛도 나니 드라이빙을 즐길 겸, 나서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