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의 아침,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커피숍조차 열지 않은 이른 아침, 호텔 로비에 커피 자판기는 없다. 혹시나 하며 마쯔리 장식이 즐비한 여름날의 인기척 드문 센다이 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우롱차, 녹차, 캔 맥주 자판기는 널려있었지만 희한하게도 커피 자판기는 없었다. 때마침 가게 열 준비로 부산한 중년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지켜보는 내 코를 커피 향이 간 지른다. ‘아, 저 친구 커피 마시잖아!’ 일단 식탐이 동하면 뻔뻔해진다. 염체불구 밀고 들어갔다. “스미마셍, 오하요 고자이마쓰.” “오하요 고자이마쓰네--?” 아직 문도 열리지 않은 가게로 이방인이 밀고 들어오자 당황한 주인이 머뭇거린다. 틈을 주지 않고 달라붙었다. “Can you speak English?" “스꼬시 데스.” “벤딩머신 for coffee. You know?" "아--, 고오히 머신!“ 바디 랭귀지와 눈치로 우리는 척척 대화를 이어갔다. 이 근처에는 커피 자판기가 없단다. 그러면서 커피를 준비하던 참이니 한잔 하겠느냐 묻는다. 하모하모. 그래야지. 염체 좋게 퍼질러 앉은 나는 그제서야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화과자 중에서 모나카 종류만 파는 작디작은 가게다. 커피를 얻어 마시고 흐뭇해진 나는 진열장을 둘러보다 모나카 두 팩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주인이 문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고차원의 보디 랭귀지를 동원해 소통한 내용인즉슨, 커피 대접받은 답례라면 사지 말라는 요지. 뭐 그런 뜻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차피 작은 선물쯤은 사가야 하니 괜히 사는 건 아니다. 난처한 표정으로 한참 우물쭈물 하던 주인장은 마지못한 듯 포장해 준다. 포장은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귀국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아이들이 뜯은 과자상자에는 분명 한 겹씩이라야 할 모나카가 꾹꾹 눌러 두 겹씩 담겨져 있었다. “이런 이런” 그제야 시간이 걸렸던 이유를 깨달았다. 커피를 빌미로 모나카 파는 인간이 되기 싫던 주인장이 두 배를 담아준 것이다. 그가 꾹꾹 눌러 담은 것은 모나카가 아니라 도호쿠 사람다운 순박함이었다.
그런 심성을 지닌 사람들의 고장, 센다이가 지금 초토화되었단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간바레!! 니뽄! 頑張れ! 日本!
|
첫댓글 니체가 이렇게 말했던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Humanitisch zu humanitisch!.......
언제 이런 좋은 기행문을 메모리 해 놓았는지.. 덕분에 실감나는 일본인들의 대단한 기질..
자네의 육성으로 직접듣고 다시 글로보니 훨 아주 훨 인상적이군.
센다이 뿐만 아니라 후꾸시마, 이바라기껜 역시 도후꾸 지방으로서 순박하고
인심 좋기로 알려진 곳인데 일순간 초토화된 쓰레기더미 위에서 가족 찾아
울부짖는 애절한 절규에 가슴이 메이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