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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살짝 걷힌 중국 천저우 망산의 잔도를 걷는데 하얀 안전모를 쓴 한 남자가 바위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다. “이런 산도 암벽등반을 하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잔도공’이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새끼줄에 의지해 허공에 매달린 채 망치와 정으로 단단한 암벽을 쪼아 구멍(촉혈)을 뚫고 있었다. 웬만한 강심장아니면 해내기 힘든‘극한직업’이다.(실제로 EBS의 ‘극한직업’에도 소개됐다). 잔도공이 없었다면 우리는 망산, 황산, 장가계 같은 중국의 명산을 걸을 엄두도 못냈을터다.
잔도는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가파른 절벽 등을 따라 폭1.5m내외로 만든 길을 뜻한다. 산세가 높고 거친 고산지대의 깎아지른 절벽에 잔도를 내다보니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이런 작업을 잔도공들은 최소한의 안전장비만 갖추고 일하고 있었다.
10여년전 ‘무한도전’에서 하하와 정형돈이 중국 허난성 왕우산 해발 1700m 절벽에서 일일 잔도공에 도전했으나 포기했다. 4시간만 채우면 됐지만 고소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두사람은 방송에서 “차라리 4시간의 4배인 16시간의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다.
잔도의 역사는 무척 길다. 진나라때부터 군사 이동과 교역을 위해 깎아지른 절벽에 건설됐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북벌 경로로 유명한 ‘촉의 험준한 길(촉도난)’이나 한중(漢中)으로 향하는 관문들이 바로 이 거대한 잔도로 이뤄져있다.
현대적인 장비나 안전시설이 전혀 없던 그 옛날엔 잔도공들은 목숨을 걸고 작업을 수행했다. 천미터 이상 허공에 매달린 채 암벽에 구멍을 뚫은뒤 굵은 나무 기둥을 박아 넣고, 그 위에 판자를 촘촘히 엮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을 완성했다.
지금도 발을 헛디디거나 암벽이 무너지는 등 사고 위험이 극도로 높아 수많은 잔도공들이 공사 도중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중국의 산악관광산업이 활성화된 것은 산 풍광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희생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과거의 험준한 잔도 자리에 철제와 강화유리를 결합한 현대식 유리 잔도를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망산엔 잔도를 넘어 아예 절벽과 절벽 사이를 연결한 출렁다리도 만들었다. 출렁다리 바닥은 유리로 만들어 보기만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다.
잔도공은 주로 산악 오지에서 공사가 진행돼 현장 근처에 임시로 숙소를 짓고 합숙하며 며칠 또는 몇 주씩 연속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루 노동 시간은 대략 10시간 안팎이다.
위험을 수반한 고강도 육체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중국기준으로도 박한 편이다. (중국 국영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는 월소득 200만원선, 중위월소득은 95만원 선으로 집계된다). 잔도공 보통 하루에 약 300~400위안(한화 약 5만 5천 원 ~ 7만 3천 원 선)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7만원 땀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귀하게 느껴진다.
흔히 더이상 물러설곳 없는 탄광의 마지막 작업구간을 막장이라고 부르는데 고산 절벽에서 저임금을 받고 잔도작업을 하는 잔도공들이야 말로 ‘막장인생’인 셈이다.

첫댓글 무섭고 위험해보이는 일...
그들의 어려움이 망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원천이 되었어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지금의 행복이 누군가의 고단한 역할이 밑거름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
잔도공이야말로 극한직업중 하나에요 보기만해도 아찔하고 자칫하면 죽을수 있는 일! 저들의 수고로 편안히 여행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