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다녀왔습니다. 오클랜드로. 2박 3일.
여행 경비 절약이라는 주목적과 가족과의 추억 쌓기라는 주객전도된 부차적 목적을 가지고서^^.
캠핑의 장점과 단점, 모르는 분이 없으시죠?^^ 그래서 생략하고 딱 한 가지만 첨언해 드린다면 초등 자녀들을 두신 가족이라면 꼬옥 꼭 다녀오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가족 중에 슈퍼맨 정도는 한 명 있어줘야 할테지만요.ㅎㅎㅎ.
일단 오클랜드로의 여행은 ‘한국 음식 실컷 먹기’ 그리고 ‘도시 구경’으로 정했습니다. 거기에 캠핑을 곁들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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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캠핑장은 오클랜드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Ambury Regional Park”, 도착해서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텐트를 치는데 바로 우리 앞으로 말 두 녀석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옵니다. 우리가 그 녀석들을 구경하는 건지 걔네들이 우릴 구경하는 건지 꼼짝을 않고 우리만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그저 “꺄악~ 꺄악~”. 그러고 보니 동물 천국입니다. 양, 소, 말, 닭, 염소. 어! 그러고 보니 돼지만 빼고 그림책에 나오는 가축이란 가축은 다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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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텐트 치는 동안 부부 싸움 발생합니다. “여기가 좋네, 이렇게 쳐야 하네, 거봐! 내 말이 맞지” 등등의 말들이 사이좋게(?) 오고 갑니다. 말들에겐 좋은 구경 거리였을 겁니다.^^;; 그 와중에 아들이 나섭니다. 자기도 텐트 치겠다며…, 그러더니 부속을 잃어 버려 분위기 더욱 꼬아 놓습니다. 말들은 계속 구경 중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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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분위기 수습 후 서둘러 오클랜드 시내로 향했습니다. “퀴~인 스트리트”, 실로 오랜 만에 보는 도시 풍경에 잠시 감타~~~안 하려는 찰나에 곳곳에 노숙인들을 발견해 내는 우리 아이들! “역시 도시는 안 좋아”, “여긴 왜 왔어?” 저마다 한 마디씩 합니다. --^ 여행 분위기 망치지 않으려 계속 화제를 돌리던 아빠 한국 식당 “놀부네” 발견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일순간 “우와~” 환호성ㅋㅋㅋ!
출발 전부터 “돼지고기 김치찌개” 왕창 먹어주고 오자던 녀석들이 차림표를 보더니 제각기 먹고 싶은 것만 얘기합니다. 아마 다 시키면 동네 잔치해도 될 듯…. 더군다나 그 이쁜 트와이스 언니들이며 오랜 만에 한국 아이돌 걸개 사진들을 보며 마냥 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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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한국 사람들 가득한 식당에 한국말 난무한 식당에서 우리 음식을 먹으니 “음~ 이렇게 좋을 수가~.” 그렇게 MSG 온 몸에 가득 채워 주고 다시 캠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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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의 밤이 찾아 왔습니다. 사방 고요, 칠흑 어둠, 달빛, 별빛, 풀벌레와 새들의 지즐거림, 이따금씩 아기 양들의 가녀린 울음, 잊고 살았던 “윤동주”라는 이름도 생각나고 “정지용”도 떠오릅니다. 전 그동안 변해버렸던 겁니다. 나도 모르게ㅠㅠ!
2-3인용 텐트에 5인이 몸을 누입니다. 애들은 좁다가 아우성칩니다. 하지만 행복해 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꿀잠 속으로 빠져 버렸습니다.
여명이 밝은 이튿날, 우리 텐트 앞으로 어제 그 말 두 녀석이 찾아와 우릴 깨웁니다. 콧소리가 하두 커서ㅠㅠ!
잠을 깬 아들 녀석이 아침은 가족을 위해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섭니다. 지난 주 학교 요리 시간에 배운 솜씨를 자랑하고 싶은 눈치입니다. 재료도 우리 몰래 잘도 챙겨 왔습니다. 예전엔 생각도 못해 본 모습이기에 마음으로 감동 먹습니다. 헐~ 그런데 심지어 맛까지 있었습니다. “행복”, “사랑” 그런 추상적 단어들이 마구마구 떠다니지 말입니다.ㅎㅎㅎ.(팔불출 아니구요^^;;)
"뉴마켓”으로 둘째 날의 일정을 시작 했습니다. 역시 도시는 도시일 뿐 진짜 별거 없었습니다. 아~ 거기서 막내(Year4)와 아빠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진짜 별거 아닌 일로 ㅎㅎㅎ. 분위기는 다시 묘~해 졌습니다.ㅋㅋㅋ! 그 분위기 속에서 오클랜드 도심 여기 저기 다닙니다. 눈에 뭐가 들어 오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데븐 포트 근처 요트들이 엄청 모여 있는 풍경은 볼만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마나도 막내가 배고프다며 어제 먹었던 제육 덮밥을 또 먹겠다는 아우성에 그 생각도 덮여 버렸습니다.
결국 더 이상의 관광을 포기하고 “하이 스트리트”에 있는 한식당 “화로”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국식 치킨집을 발견하고 아이들 몹시 흔들립니다. 워낙 치킨 귀신들이라~ㅋㅋㅋ. 난상토론 끝에 한식은 3인분만 시켜 나눠먹고 치킨은 포장해 가는 걸로~. 아들은 캠핑장에서 영화 보며 치킨 먹을 생각에 행복지수가 급상승, 동생들한테도 막 잘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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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야영장,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영화부터 준비합니다. “러브 액츄얼리”. 엄마가 강추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어~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충 얼버무리면서 그 장면은 넘기고 보는데 얼마 안가 “어~ 또~” 자꾸 곤란한 장면이 나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상영 금지 처분과 함께 “아이들 성 교육은 또 어떻게 하나?” 물음표 하나만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자려는 데 좁다고 아이들 간의 전쟁이 발발합니다. 물론 2-3인용 텐트에 5인 가족이 자려니 좁기야 하겠지만 어제는 잘만 자놓고선 말입니다. 그래서 아빠가 개입하자 막내 우는 사태 터집니다. 그러니 엄마가 끼어들고 급기야 전쟁은 3차 대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확전됩니다. 그 분위기 못 참고 돌연 아빠는 차에서 자겠노라 확 뛰쳐나가 밤새 불편하게 자는 둥 마는 둥 하게 됩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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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 3일 째, 그래도 저마다 수습해 보려 노력하는 가운데 양 먹이 주기 놀이를 발견하고 심취한 아이들 덕분에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로 넘어가려 합니다. 거기다 원래 바로 돌아가려던 일정을 바꿔 점심으로 “한식 뷔페-팔도”가 결정되자 분위기는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게다가 식후 근처 “한인마트-거복”을 발견하고 급정거, 김치, 단무지, 와우~ 한국 두부,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등 막 집어 들어 여행 마지막 기쁨을 마음껏 누립니다.
그 기쁨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아그들은 차에서 뻗으시고 덕분에 부부의 도란도란 토크가 이어지며 무사히 훈훈한 마무리로 여행을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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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필요시 캠핑 장비를 대여해 주는 특전을 드립니다.^^
첫댓글 오~ 멋지네요
나중에 찬찬히 꼼꼼하게 읽어볼게요
선 감사~^^
힘든만큼 즐거운 추억이었겠어요^^
그 캠핑 장비 참 탐납니다만,
슈퍼맨 시킬 사람도 하나 있습니다만,
어째 용기내줄지는 미지수네요ㅠ
@라라 꼭 용기 내도록 만들어 보세요. 그 용기 낸만큼 많을 걸 얻고 오실꺼예요. 찬찬히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3형제 데리고 알찬 오클랜드 여행 하셨네요. 저도 그 캠핑 한번은 꼭 해보고 싶은데 수퍼맨이 없네요~
가족사진에 말 나온거 느므 웃겨요~~
여행중 한식은 세상 진리
감사해요. 오늘 밸뷰 오셔서 수고해 주신 것도 깊이 감사드려요.^^
오 대단하십니다 좋은 추억많이 만들고오셨네요~
넹 평소에도 많이 많이 응원해 주신 덕분입니당^^
러브 액츄얼리는 아직 아이들에게 무리죠?^^ 뉴질랜드와서 캠핑 안해보고 가면 안되지요 ㅎㅎ 다음 번에는 더 긴 코스도 추천드리고 멋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즐거우신 시간 되셨다니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저도 깊이 드려요. 언제나처럼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실 것이기에 더 힘찬 코스토 도전해야죠. 글구 여행 후기 필수^^
좋은 글 감사합니다
5월중에 가족 데리고
캠핑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5월엔 좀 추워요 ㅎㅎ 침낭하고 단단히 챙기셔야 할듯
넹 보람찬 일들을 많이 수확해서 오실꺼예요. 화이팅입니다.^^
대리만족 듬!뿍! 했어요 ~~~ 애들에게 이 좋은거 못해줘서 미안해지지만 수퍼맨이 오실때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기네요~~~~ 스토리 공유 감사해요 :)
넹 저도 감사해요. 슈퍼맨 꼭 붙잡아서 사용해 보시길 적극 추천 드립니당^^
오클랜드 캠핑이 왜 좋았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행복..웃음이 담뿍 담긴 사진을 보니 말이에요~ 저흰 슈퍼맨들이 오셨지만 너~~~~~~~~무 추워서 캠핑은 패쑤네요 ㅜㅜ 하지만 다음엔 더 추워지기 전에 근처 캠핑 함께 가자용~
넹 그래야죠^^ 감사합니당. 어르신들 모쪼록 재미있게 지내다 가셔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