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미사를 할 때만 해도 성당 천정에
우박이라도 떨어질 듯한 빗줄기가
내려 대천 요나성당 캠프가족들이
걱정되어 내내 분심이 들게 하고
집을 나설때만 하더라도 비가
흩뿌리더니 늦은 밤 대천에
도착할 무렵 개이기 시작한 하늘은
적당한 습도와 함께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바다의 갯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백전 노장다운 두 신부님들께서 비,구름은
우리가 모두 물리쳐 절대로 비가 내리지
않을 거라 점치더니 정말 놀라웁게도
요나에 도착해 보니 거짓말처럼 그쳐 주는 비.
윗쪽 상황만 접하면서 걱정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양새가 못내 무안할 지경이다.
휴가를 함께 하기로 한 로사언니네가 먼저 도착 후
"너무 좋아~~~. 지금 내려 와. 중,고등부 캠 파이어
하니까 빨리 와서 합류하자" 는 독촉아닌 독촉에
잠들려 하는 남편 졸라 제한속도를 무한정 넘어
급하게 차를 몰아 요나에 도착.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흥에 겨워 있을 솔밭으로
달음질 쳤으나, campfire는 다 끝나고 아스라한
잿 불빛만 여운을 남긴 채 사그라들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휴가철답게 늦은 시간인데도
여기저기 환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기만 한
거대한 몸체를 한 요나성당과 그 주변을 둘러본다.
고래 뱃속에 들어가 3일 동안 지냈다는
'요나'의 이름을 딴 '요나성당'
그래서인지 건물이 고래 모양을 하고 있었고
앞부분 철탑 조형물은 마치 고래가 힘찬 물을
뿜어 내는 듯한 분수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번 성당 가족피서는 감회가 특별나다.
성당에서 각자 맡은 위치에서 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자매들이 사랑하는 배우자들과
2.3일을 함께, 한 방에서 서로 부대끼며
화장기 없는 부시시한 맨 얼굴과 산발한
머리 모양으로 서로를 많이 알아 가는
시간이 되기에 더 그렇다.
언니로써, 친구로써,아우로써 좋은 늘 단정한
모습만 바라보고 보여주며 살아야 했던
우리들이기에, 일상적인 삶의 거처를 떠나
먼곳에서 조금은 경직된 마음을 풀고
어느 한 순간 다른 부부들이 어떤 향을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 향을
더욱 더 잘 뿜어내게 되는지를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자면 서로 바빳던 성당일에
모처럼 신앙이라는 구심점을 가지고
여행겸 회포를 풀기 위해 함께 동행하기로
결심을 하고 서로 나누고 보듬아 가며
한번 망가져 보자는 속셈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 일행은 첫날 밤
대천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의 바람은 지척에 있는 오이도의
공기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마음은 어느새 소년, 소녀의 꿈 많던
시절로 돌아가 여름열기로 가득한
주변의 젊은이들처럼 우리 또한
부나방이 되어 북적대는 무리속에
자연스레 섞어졌다.
不狂不及(미쳐야 미친다)
맞아, 미쳐야 미친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내재한 에너지를
쏟아 붓는 열정적인 모습들은 함께 하거나
지켜보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든다.
미칠지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왜 저럴까? 저러고 싶을까? 생각하겠지만
그 상황에 빠져 들어 즐기는 사람들은
순수한 상태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돌아가
순간을 만끽하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겠는가!
모두들 어디에 잠재되어 있던 에너지가
터져 나왔던 것일까?
일행 모두는 대천의 분위기에 젖어
전혀 낯선 이방인들의 모습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순수한 면에 감탄하고
있었다. 어쩌면 저만큼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날 정신을 가다듬고 또 다른
엄숙한 다소곳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영접할때 그 유연한 저 여유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었을까...
누가 우리를 보고 4050 중년이라
말하겠는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또 다시 새록새록 느끼는 시간이었으니...
그렇지, 인생이 뭐 별거 있겠는가?
자연을 벗삼아 좋은 사람들과
바다향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하하호호 웃어가며 작은 시간을
행복하게 사는것.
시간적으로 무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여 함께 동행 해준 두 형제님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 드리고
그러면서 이번 캠프에 오길 참 잘했다고
우리 모두는 정의를 내려본다.
여독이 쉽게 풀리지 않는 며칠.
환한 웃음과 함께 서로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차분히 지나 온 시간을 정리하며
지금 서있는 내 자리에 감사와
축복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림은 중,고등부 사진 도용. 사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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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피정 아니 피서 일상을 벗어나서 한적한 곳으로, 더위를 피하여 바닷가로 그렇지요 재충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주님의 사업에 열심인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