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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알프스 종주를 다녀온지도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이제 몸도 슬슬 야영산행을 하기 위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백패킹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그리움같은 것이 한차례 몸살을 알틋 지나갈 무렵
우린 제주 한라산을 향해 이미 떠나고 있었다.
백패킹..
모든 짐을 홀로지고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길은 또다른 미지의 세계이다.
같은 목적지라고 해도 하이킹이나 여행이나 등산할 때와는 또다른 세계가 거기엔 존재한다.
한라산을 여러번 다녀왔음에도 백패킹으로 가는 산은 그래서 미지의 세계이고 새로운 곳이다.
기내에서 본 한라산.
마일리지를 이용한 제주여행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거져 다녀오는 느낌도 들고..
더욱이 숙박과 식량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백패킹여행은 그야말로 최소경비로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물론 무거운 배낭을 져야하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건강하다는 것이 재산이 되는 셈이다.
각자가 일정시간대에 예약을 해서 제주공항에서 합류키로 하고...
공항에 나가니 마치 외국이라도 가는 기분이 들고 새로움에 충만되는 것 같아 떠나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 된다.
이번에는 한라산 5개 코스 중 4개 코스를 이틀에 걸쳐 종주하려는 계획인데, 첫날은 영실~돈내코 구간,
둘째날은 성판악~관음사 구간으로 잡았다. 야영은 돈내코유원지와 관음사캠핑장을 이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윗세오름에서 산행제한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돈내코로 하산하지 못하고 어리목으로 변경하게
된다. 그래도 어차피 4개 코스를 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 2014.10.29(수).. 첫째날
제주공항에 모두 합류를 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영실로 향한다.
제주는 역시 남쪽지방이라 서울보다는 한결 따뜻하다.
기온이 10~20도 정도이고 보니 아침에도 포근함이 느껴진다.
1139지방도(1100도로)는 배차간격이 1시간 정도라 버스를 놓치면 1시간을 손해보기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서두룬다. 터미날에 도착해 개스와 술, 식수 등을 보충하고..
공항에서 배낭무게를 재어보니 17kg이 나갔는데, 이제 20kg쯤 나갈 것으로 보인다.
2박3일에 여정이므로 큰 부담은 없다고 생각되기에 이것저것 편리한 물건들을 넣다보니 제법
중량이 나간다. 10시에 터미널을 출발하다.
첫날은 영실에서 올라 돈내코로 내려가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돈내코로 내려가 돈내코유원지내에 있는 야영장에서 1박을 할 예정이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관음사캠핑장 외에는 어느 곳도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되고 있는데,
이곳은 국립공원을 벗어난 야영시설이라 가능하다.
영실주차장.
오른쪽부터 백호님, 채송화님, 날개님, 노을님, 산유화입니다.
영실주차장에서 영실산행입구까지는 약 50분가량을 차도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차량이 없으니 걸어가야 하는데 시간만 된다면 어차피 걷는 것이 좋다.
차도 옆으로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숲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영실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12시가 되었다.
돈내코로 넘어가려면 윗세오름까지 오후 1시30분까지 가야되는데 배낭무게를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코스를 변경해서 어리목으로 내려가기로..
각 코스마다 계절별로 산행제한시간이 있어 이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되돌아가거나 하산을
해야한다. 국립공원은 제한이 많아 제대로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좁은 국토에서 많은 인원을
상대하자면 별 도리가 없겠지만 이것은 산행이라기보다는 관광차원의 정책일 뿐이다.
영실산행 들머리에서..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한라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들.
이국적인 특이한 전망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영실코스는 비록 정상인 백록담은 가지 못하지만 한라산을 오르는 최단코스로서 인기가 높다.
더욱이 영실기암과 함께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드디어 한라산 정상 남서벽이 모습을 드러내고..
언제봐도 드넓은 초원지대가 인상적이다.
눈이 와 상고대가 피면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리라.
만세동산전망대.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점심으로 컵라면을 사서 먹고..
쓰레기는 가져가는 것으로 되어있어 봉투를 하나씩 내어준다.
전에 이천원 받던 라면을 천오백원으로 내리면서 쓰레기 가져가기 운동을 한다고 한다.
좋은 일인데 산 아래까지 가져가면 쓰레기를 받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처치할 수도 없고 공항까지 가져가게 생겼다. 쓰레기에 동선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고려한 정책 아닌가..
어리목으로의 하산길.
어리목등산로의 샘.
하늘거리는 단풍잎.
같은 단풍이라도 이렇게 날아갈 듯 가벼운 모습을 보이면 마음도 덩달아 흥이난다.
한라산의 단풍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사제비동산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하니 오후 4시30분이 지나간다.
시외버스도 막 끊기고..
콜택시를 불러 관음사캠핑장으로 향하기로..
관음사캠핑장은 원래 이틀째 야영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돈내코로 못내려가고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변경을 하게 되었다. 내일은 관음사로 올라 성판악으로 내려와서 돈내코야영장에서 야영을
할 예정이다.
택시 한대에 사정을 해서 5명이 타고 큰 배낭까지 실고 안고 가자니 우리로서는 고맙기만 하다.
사례를 조금 더하긴 했지만 큰 비용 안들이고 이동이 수월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차피 버스는 목적지까지 연결이 안되고 시간도 맞지 않기에 택시가 훨씬 이득이다.
택시기사분이 아침에 영실을 올라가는 우리를 보았다고 하면서 아마도 히말라야 전지훈련차 온
등산팀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서 미소를 짓게 했다.
관음사야영장.
평일이라 우리가 통째로 접수를 했다.
한라산국립공원내에서는 유일하게 야영이 가능하고 취사가 되는 곳이다.
이곳은 주차장이 있어 오토캠핑장로 사용되는데, 우리에게는 한라산 백패킹에 주요 거점이
된다.
소형텐트는 3,000원, 대형은 6,000원을 받고 있다.
시설은 현대식화장실과 식수장을 갖추고 있고 여름철에는 샤워장까지 운영된다.
이곳도 쓰레기는 모두 각자가 되가져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산행을 마치고 야영을 하면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낸다.
훌륭한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술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행복을 누려보자..
⊙ 2014.10.30(목).. 둘째날
이래저래 규제가 심한 국립공원하고는 정을 나누기가 힘들게 된것 같다.
5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오늘은 관음사코스로 해서 백록담 정상을 오르는 날이다.
7시40분 관음사입구 출발.
안내판을 보면 12시30분까지 삼각봉대피소를 통과해야만 정상으로 오를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는 배낭이 무겁기 때문에 일반적인 산행시간하고는 차이가 나는 관계로 서두룰 수밖에
없었다. 어제처럼 돈내코로 못내려가고 코스를 변경하는 전례를 밟을까바 여유를 충분히 두는
것이 상책이다.
관음사코스는 단풍도 아름답지만 5개의 코스 중에서도 가히 으뜸이다.
해발 620m에서 시작하기에 다른 코스보다 가파르고 긴데, 그만한 값어치를 보여주는 것이
이 코스이다. 지금 한라산은 대체적으로 700~1000고지 정도의 라인에서 단풍이 절정을
보이고 있다.
걸어보니 통과시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자주 쉬면서 경치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기로 한다.
탐라계곡대피소. 무인시설물이다.
각 코스마다 설치된 모노레일.
삼각봉대피소.
관음사코스 용진각 샘물.
개인적으로는 27년전 겨울 한라산동계등반시 이곳 앞에서 야영을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 당시 히말라야원정을 위해 1주일 동안 한라산 곳곳을 누볐던 기억이 새롭다.
* 1987년 당시 사진(1) 용진각대피소 건물 앞에서..
* 1987년 당시 사진(2) 윗세오름
이왕 없어졌으니 터도 넓고 주위 경관도 수려하므로 멋진 산장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일본식 산장처럼 레스토랑급으로 만들어 산장에서의 숙박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백록담으로 오를수록 경치는 더 수려해지고 시원해진다.
드디어 백록담 정상을 만난다. 12시50분.
한라산 정상에 산객들.
평일임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다.
특히 단체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았다.
성판악에서 오르는 사람들.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성판악으로 올랐다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관음사방면은 가파르고 길이 험해 잘 내려서지 않는 것 같다.
진달래대피소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계속 하산..
한라산은 능선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쭉 오르거나 쭉 내려가는 산행이 되는데, 따라서
다리에는 부하가 많이 걸린다.
사라오름.(자료참조)
지루한 하산 끝에 오후 5시10분이 지나서야 성판악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곧바로 택시를 불러 돈내코야영지로 향한다.
돈내코야영장.
나무데크가 있어 그 위에 텐트를 치면 깔끔하게 야영을 할 수 있다.
무료시설임에도 잘 관리가 되고 있고,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까지 완비되어 있다.
이곳은 샤워실도 열려있어 비록 찬물이지만 씻을 수 있어 좋았다.
일본인 홀로 야영을 하고 있다가 우리가 가니 반색을 하며 반긴다.
누구에 소개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이런 좋은 곳을 올 수 있는 정보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예보대로 비가 내렸다그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아직은 본격적으로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한라산 산행은 쨍하지는 않아도 시야가 확보되는 날씨 덕에 멋진 사진들을 남기며 마칠 수
있어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10시간 가까운 산행을 하며 맞는 저녁은 행복 그 자체였다.
⊙ 2014.10.31(금).. 세째날
오늘은 곽지해변으로 이동해 산행의 피로도 풀겸 힐링을 하려고 하였으나 비가 올것으로
예보가 되어 올레코스를 걷기로 변경하였다. 공항에서 가까운 17코스는 해변가와 숲 그리고
마을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적당한 것 같다. 이 코스가 화려하지는 않아 비록 인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좋은 코스라고 생각된다.
돈내코야영장에서 철수를 하고 이른 아침부터 콜택시를 불러 광령1사무소까지 내달린다.
간밤에는 비가와서 철수하는데도 애를 먹었지만 나무테크에서 야영을 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철수 때 물기는 있어도 흙이 안묻는 것만해도 큰 다행이다.
서귀포지역에서 성판악을 넘어 제주지역으로 들어서니 심하던 안개도 사라지고 비도 멈춘다.
한라산을 사이에 두고 지역 날씨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제주의 기상이다.
17코스 시발점인 광령1리사무소앞. 8시45분 출발.
산에서 다니다가 대형배낭을 메고 올레길을 걷자니 조금은 생소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제주는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어 공항도 그렇고 부산하다.
비가 그칠 때는 더워서 우의를 벗기도 하고..
산에서 와는 다르게 마냥 느긋하게 걸어간다.
올레길은 이렇게 시간을 잊은채 걸어야 제맛이 난다.
무수천계곡을 지나고..
아는 이들이 드물지만 제주에는 다른 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경관을 품은 협곡이 곳곳에 숨어 있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용암이 흘러간 자리가 그대로 기기묘묘한 협곡이 돼 버린 곳이다.
안덕계곡, 아흔아홉골, 용연, 방선문계곡 등이 그런 곳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빼어나고 독특하면서
기괴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의 무수천계곡이다.
무수천이란 이름을 두고 물이 없는 마른 하천을 뜻하는 무수(無水)라 여기기 쉽지만 ‘없을 무(無)’에
‘근심 수(愁)’자를 쓴다. 협곡의 경관이 어찌나 빼어난지 그곳에 들면 근심이 없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언덕 위에 카페는 어서오라 손짓하지만..
우리는 카페보다는 이곳이 더 좋다.
월대.
월대는 외도초등학교 동북쪽 외도천변에 인접해 있는 평평한 대(臺)를 일컫는다.
도근천과 외도천이 합류하는 곳 가까이에 있으며 주위에는 5백여년된 팽나무와 해송이 외도천 위로
휘늘어져 있어 경관이 좋은 곳이다.
지형이 반달과 같은 곳으로 옛날부터 밝은 달이 뜰 때 주위와 어우러져 물위에 비치는 달빛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동쪽 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맑은 물가에 비쳐 밝은 달그림자를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누대(樓臺)라는 뜻에서 월대(月臺)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고 시문을 읊던 곳으로 유명하다.
바닷물과 외도천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뱀장어와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제주에서 마지막 식사는 푸짐한 회로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산에서 전투식량과 라면으로 먹다가 한번쯤은 이런 재미를 느껴야 여행에 즐거움이 배가된다.
매번 맛난 것을 먹으면 그 진가를 모르듯이 지금은 아주 강하게 맛 체험 중이다.^^
갈치회, 고등어회, 문어숙회, 막회 등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각종 회가 나왔다.
식당 창가에는 이런 배경이 덤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강해진 빗살을 뜷고 해변을 걷는다.
알작지.
제주에서 유일한 몽돌해변이라고 한다.
이호테우해변.
도두항.
마냥 걷다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지경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는 마쳐야 할 시간이 된것 같다.
코스를 다 못 돌면 또 어떠리..
이번에는 도두해수파크에서 갈길을 멈추고 사우나 후 공항행이다.
비오는 날 올레길은 산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잔잔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사진은 노을님과 공유하였습니다.)
첫댓글 가을백패킹산행에 푹 빠지신 님들의 열정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당신들은 진정한 자유인이고 이시대의 빠삐용들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부끄럽기도 하구요.
아름다운 인생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한라산 백록담,몇번 만에 드디어 등정했습니다.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아름다운 계절에 올라 더욱 감회가 큽니다.
멋진 여정이었습니다.
산행중 비가 안와 좋은 사진을 많이 남겼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산행모습에서 고수들의 느낌이 묻어 납니다. 좋은 산행코스 잘 봤습니다.
고수는요..ㅎ 그저 자연이 좋아 가장 근접한 체험을 하고 싶어서요..^^
氣體候 一向 萬康 하시죠
네.. 건강하시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