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2차 대전중 자행된 독일의 유태인 학살을 그린 영화는 많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많은 분들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꼽을 것이다. 사실적인 영상으로 리얼하게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픔과 감동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가히 명작중에 명작으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대개의 유태인 학살을 그린 영화들이 어둡고 우울하며 전쟁의 아픔과 인간의 소중함을 무겁게 다루어왔는데, 이 영화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탈리아의 감독이자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을 맡아 유태인 학살이라는
너무나도 끔찍한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러니한 유쾌함 뒤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쟁의 비극을 그 어느 영화보다도
슬프고 진한 여운이 남게 승화시켜 벅찬 감동을 안겨준다.
때는 1930년대말,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함께 세계 제 2차대전의 주역이었던 이탈리아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어둡고 힘든 시기에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의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난다.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도의 순수함과 따스함에 반하게 되며,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직감하게 된다.
"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거예요, 특히 당신에게는."
"누군가는 당신에게 말하라고 저를 고문하겠죠."
"내가 당신과 사랑하고 싶다구요. 그냥 한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런말을 절대 못하겠죠."
"당신과 여기서 평생동안 사랑하고 싶다고 고백한다면 나는 미친게 틀림없어요."
비록 보잘것 없는 귀도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절대적이었으며, 그녀 또한 그의 맑은 인생관과 순수하고 꾸밈없는 유머에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 그들에게 사랑하는 아들 조슈아가
생기게 되며,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처럼 보인다.
"아빠, 왜 유태인과 개는 저 가게에 못들어가?"
"왜냐하면, 저 사람들은 유태인하고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철물점 사람들도 스페인 사람이 말과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단다."
"그리고 캥거루를 가진 중국인 친구가 약국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지."
"하지만, 우리는 아무나 우리 가게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잖아요."
".......아니야, 우리도 이제 써 붙일 거다. 거미와 고트인은 출입금지로....."
짧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 극명하게 표현된다. 또한 앞으로 벌어질 비극의 전주곡과도 같은 장면이다. 유태인 말살 정책으로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로 수용소로 끌려가는데 아내인 도라까지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뒤를 따르게 된다.
영문을 모르는 조슈아가 걱정스러운 귀도. 그는 아들에게 그들이 현재 처한 상황이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들은 특별히 선별된 사람들이며,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어린 아들에겐 이 끔찍한 현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
워낙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은 그 후 여러차례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게 되며, 여전히 긍정적인 아버지와 마냥 게임이 즐겁고 진짜 탱크를 받을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있는 아들 조슈아.
그러던 중, 마침내 독일이 패망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혼란한 틈을 타서 탈출을 시도하던 귀도. 하지만 그의 계획은 발각되며 그러한 모습을 아들 조슈아가 틈새로 쳐다보고 있다. 독일군에게 끌려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귀도. 그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아들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아들아, 아무리 처한 현실이 이러해도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란다."
1,000점을 채우기위한 마지막 숨바꼭질 게임에서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나무 궤짝속에
숨어있던 조슈아. 이제 날이 밝기만 하면 1등상은 조슈아의 몫이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조슈아는 정적이 감도는 포로수용소에 홀로 서 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탱크 한대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버지가 그에게 했던 말처럼, 실제로 1등상인 탱크가
그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귀도가 부린 마술과도 같은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의 삶은 항상 밝았으며 사랑으로 가득한 인생이었다. 참혹한 현실속에서도 그는 아들에게 긍정의 힘을 심어주었으며 그러한 아버지의 사랑은 마법처럼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영화속 드라마틱한 귀도의 삶처럼 인생이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만 아름다운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난관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잔인한 영화속 현실은 모든것을 앗아가고 파괴시켜 갔지만,
적어도 귀도에겐 이러한 현실도 오히려 아름다운 인생의 일부분인 것이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감독했던 햄릿 이후로 배우가 감독까지 맡은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첫번째 영화.
외국어 영화중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보유했던 인생은 아름다워는 작품성이 뛰어나고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비극적인 소재를 이렇게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까짓 전쟁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렇기에, 영화는 더 슬프다.
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 ]
- 이탈리아의 배우 겸 영화감독. 《다운 바이 로》, 《지상의 밤》등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1983년 《투 미 투르비》로 감독에 데뷔했으며 《자니 스테치노》를 만들어 크게 성공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출생-사망 | 1952.1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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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 이탈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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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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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 이탈리아 아레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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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수상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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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작품 | 《투 미 투르비》(1983), 《자니 스테치노》(1991), 《미스터 몬스터》(1994), 《인생은 아름다워》(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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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0월 27일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출생하였다. 처음에는 TV코미디언으로 명성을 날리다가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코스타 가브라스의 《여인의 빛 Clair de Femme》(1979),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루나 La Luna》(1979), 짐 자무시의 《다운 바이 로 Down By Law》(1986)와 《지상의 밤 Night On Earth》(1991) 등 명감독들의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1983년 《투 미 투르비 Tu mi turbi》로 감독 데뷔하였고, 1991년 《자니 스테치노 Johnny Stecchino》를 발표하였다. 한 버스 운전사가 악명 높은 갱을 닮았다는 이유로 겪게 되는 사건을 코믹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그해 이탈리아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다. 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미스터 몬스터 Il Mostro》(1994) 역시 오해가 일으키는 상황을 영화화한 것이었는데, 베니니는 오해로 인해 허둥대는 상황 속에 숨겨진 슬픈 요소에 매료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97년 베니니는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에 아내 니콜레타 브라스키와 함께 출연하였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를 무대로, 아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숨기기 위하여 비극적인 상황을 게임처럼 연기하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애정이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낸 작품이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98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199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때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베니니의 코믹한 행동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