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션 카운슬러] <6> Q: 구약의 하나님은 ‘인종 청소’를 옹호할 만큼 잔인한 신인가?
죄악 심판하는 하나님의 속성은 ‘사랑과 정의’
입력 : 2023-03-30 03:06
여호수아가 선봉에 나선 가나안 정복전쟁에서 하나님은 가나안 족속을 진멸하라고 명령한다.
무신론자들은 이를 두고 '잔인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의를 왜곡한 주장이라는 게 기독교의 정설이다.
그림은 성경 속 가나안 정복전쟁을 묘사한 작품. 국민일보DB
A: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전쟁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진멸하라’는 명령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기독교인들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된다. 무신론자들이 ‘인종청소’라고 비판하는 가나안 정복전쟁에는 역설적으로 ‘교전 중에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라’는 ‘정의전쟁론(Just War)’의 핵심 개념이 인류 최초로 등장한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제로섬 게임처럼 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형태였다.
1907년 민간인 보호를 명문화한 헤이그 육전 조약에 고작 44개국이 서명을 했다. 이에 비하면 신명기는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분 즉 여성들과 유아들의 보호(신 20:14), 여성포로 학대 금지(신 21:10)를 약 3400년 전에 법규로 정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진멸하라’는 몰살하라는 뜻 아냐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은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 같은 무신론자들이 인종청소라고 비판하는 ‘진멸하라’는 성경구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헌법이 상위법인 것처럼 가나안 정복전쟁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가나안 정복전쟁의 최고 명령은 ‘쫓아내라’는 것이다. 그보다 하위명령은 ‘진멸하라’ ‘통혼하지 말라’ ‘조약을 맺지 말라’는 것이다. “너보다 많고 힘이 센 일곱 족속을 쫓아내실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게 넘겨 네게 치게 하시리니 너는 그들을 진멸할 것이라….”(신 7:1~2) 이 구절은 ‘쫓아내라’는 명령이 ‘진멸하라’는 명령보다 상위 명령임을 보여준다.
모세 여호수아 갈렙은 ‘쫓아냄’을 가장 큰 명령으로 이해했다. 갈렙이 나이 85세가 되어 헤브론 산지를 요구할 때에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쫓아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여호수아도 노년에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희 앞에서 그들을 쫓아내사….”(수 23:5)라고 말했다.
‘반드시 이겨라’ 수사적 표현
둘째 진멸하라는 명령은 일반적인 성읍에 적용되는 명령이 아니라 몇몇 군사 요새에 국한되는 특수한 명령이다. 히브리어로 ‘이르’는 성읍과 요새를 의미한다. 가나안 지역의 31개 성읍 중 여리고성 아이성 하솔성 등은 군사 요충지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여리고성은 1800명 정도의 군인들이 주둔하던 요새였기에 이곳에서의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진멸하라”는 명령은 문자 그대로 “모든 가나안 부족민들을 살해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 ‘모든 런던 시민이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라는 보도는 런던 시민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애도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국전쟁 때에도 중공군 궤멸은 해당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표현이지, 결코 대륙의 모든 중공군을 전멸시켰다는 뜻은 아니다. 기독교 철학자인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칼빈대학교)도 “진멸하라”는 명령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예나 지금이나 “다 죽이라”는 표현은 ‘대승을 거두라’는 수사학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랑과 정의, 하나님의 속성
셋째 무신론자들은 진멸 명령을 내리는 하나님을 이스라엘만을 편애하는 부족신으로 폄하한다. 철학자 플라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에게는 도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성경의 하나님은 거룩하고 정의롭기에 가나안 부족의 비도덕적인 죄악을 심판하셨다. 그 부족들은 여호와께서 가증히 여기는 수간(獸姦)과 집단적인 혼음을 행할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자기들의 자녀를 불살라 그들의 신들에게 드리는 죄”(신 12:31)를 지었다.
이런 죄들은 현대에도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들도 가나안 부족의 신들을 섬기면 “여호와께서 너의 앞에서 멸망시키신 민족과 같이 너희도 멸망할 것”(신 8:20)이라고 경고하셨다. 사사기를 보면 이스라엘은 우상을 섬기다가 이방인들에게 압제를 당하곤 한다. 나중에 북부 이스라엘 왕국은 앗수르에 의해서 그리고 남부 유다왕국은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한다. 하나님은 가나안 부족들과 이스라엘 민족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셨기에 부족신이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성경의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의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 땅에서 악인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정의의 하나님이 죄를 심판하시는 것은 더 당연하다. 종교개혁자 칼뱅은 하나님이 공의로운 분이기에 그분의 명령은 도덕적으로 흠이 없으며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나님은 약 3400년 전 이스라엘 민족에게 성경의 계시를 기록하고 보전하며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하라는 사명을 주셨다. 우리는 가나안 정복 명령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구속사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의미를 훨씬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김기호 교수, 한동대·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오해와 이해(김기호·동명사)
기독교 신앙에 대한 오해와 반감을 풀어주고 기독교 신앙의 탁월성을 타 종교와 비교하면서 설명한 변증서다.
이 책의 3장은 무신론자들이 비판하고 구약의 윤리적 난제로 지적되는 ‘진멸전쟁’에 대해 기독교 변증적 관점에서 답변하고 있다. 목회자와 교사 뿐만 아니라 기독교 진리에 관심 있는 구도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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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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