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골목] <6> 스페인 '보께리아' 시장
"온갖 먹거리는 다 팔아요"… 진열의 달인들이 꾸민 청과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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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과일을 팔고 있는 스페인 보께리아시장. 달콤한 과일 향에 관광객들은 수시로 지갑을 연다. 이랑주 씨 제공 |
스페인 수도는 마드리드다.
그러나 마드리드보다
바르셀로나가 국제적으로 더 잘 알려졌다.
올림픽(1992년)도 마드리드가 아닌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그만큼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도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축구광이라면 FC바르셀로나를 먼저 떠올리고,
건축이나 디자인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천재 건축가인 가우디의 건축물을 연상할 것이다.
또 음식 정보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으레 하몽과 빠에야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같은 맥락에서 보께리아시장을 찾았다.
시장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관계로…^^.
■ 달콤한 과일맛에 쇼핑도 '달콤'
바르셀로나는 도시가 큰만큼 시장도 다양하고 많다.
그중 가장 특색 있는 시장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보께리아시장이 아닐까 싶다.
보께리아시장은 이른바 청과물종합시장이다.
국내에도 청과물시장이 많지만 보께리아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생과일만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과일 먹거리를 함께 팔았다.
먹기 좋게 말린 것, 과일과 초콜릿을 버무린 것, 과일 맛이 나는 사탕과 젤리 등….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역시 여러 가지 과일을 갈아 놓은 생과일주스와 종류별 과일을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한 과일꾸러미였다.
실제로 이들 생과일주스가 든 플라스틱 컵이나 과일꼬치를 든 사람을 시장에서 목격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 시장 입구에 '단맛' 배치하라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달콤한 과일을 맛보며 쇼핑을 하면 시장 매출도 더 커진다고.
당류는 사람들의 기분을 순식간에 업(Up)시키고 쇼핑을 즐겁게 해주는 마술램프다.
또 먹으면서 쇼핑을 하니 걸음이 느려지고, 이로 인해 쇼핑시간도 길어진다.
여기서 퀴즈 하나!
시장 입구에 어떤 가게가 위치하는 것이 좋을까?
"빙고!" 그렇다.
시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달콤한 먹거리 가게가 안성맞춤이다.
보께리아시장의 달콤한 과일주스 가게도 바로 그런 지혜의 산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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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부드러운 얼음과 각종 과일로 장식한 주스가게. |
이제 보께리아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청과물시장이라고 소개했지만 과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시장처럼 스페인의 대표 먹거리인 하몽과 같은 육류, 어패류, 치즈류, 채소류, 향신료 등이 다 구비돼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 먹거리 문화와 달리, 양의 머리와 뇌도 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스타, 빠에야 같은 면 종류의 음식점과 해산물 가게도 인기가 높다.
■ 가우디 후손다운 진열 '감탄'
보께리아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상품진열에 있다.
천재 건축가인 가우디의 후손답게 진열이 거의 예술에 가깝다.
덕분에 시장 입구의 과일가게에는 과일을 사려는 손님보다 오히려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더 많다.
그럼에도 짜증을 내는 주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런 행위가 다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일가게마다 콘셉트도 다르다.
당도가 유난히 높은 오렌지를 탑처럼 쌓아 가게의 이니셜을 부각시켜 놓은 상점부터, 어른 머리보다 더 큰 사탕으로 눈길을 잡은 가게도 있다.
한 달걀가게는 짚단 위에 달걀을 소복히 쌓아, 마치 암탉이 알을 갓 부화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한 것처럼
꾸며 놓았다.
견과류로 액자를 만들어 놓은 가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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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막대사탕 모양 장식의 사탕가게. |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선도다.
거의 모든 상품이 극도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이곳 상인들은 몹시 노력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을 바로 보께리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샹그리아 한 잔에 여독 '사르르'
시장 구경이 끝났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그라시아 거리를 걸어보자.
착공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완성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이들의 장난 같지만 조화롭고 감각적인 색의 배치가 뛰어난 구엘공원, 해양생물과 바다를 모티브로 한 건축물 '카사 바트요'가 걸음을 붙잡는다.
다음 코스는 람블라스 거리.
바르셀로나의 모든 길과 통하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1㎞ 남짓에 불과하지만,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로
꽃가게, 백화점, 카페 등 수많은 가게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 항구까지 연결된 거리를 한가롭게 걷다보면 지중해를 향해
손을 들고 있는 콜롬버스 기념비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람블라스 거리의 끝이다.
여기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와인에 과일을 넣은 샹그리아 한 잔을 마시다보면 스페인 여행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다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랑주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