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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등성이를 오르는 뒤로 줄곧 월악 영봉이 배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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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에서 좋은 산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북바위산을 추천한다. 북바위산은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에 있는 산으로 경관이 매우 뛰어난 산이다. 주봉에서 월악영봉과 송계계곡을 향해 뻗어내려간 등성이가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기암괴봉들이 남쪽 박쥐봉과 사이에 있는 사시리골, 북쪽 용마봉과의 사이에 있는 동산골로 깊은 바위벼랑을 이루고 있다.
바위등성이가 짙은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산은 온 산에 숲도 짙지만 바위벼랑이나 봉우리들이 한 군데 몰려있지 않고 적당히 흩어져 있다. 또 거창한 바위들이 사시리골(남쪽) 쪽으로 벼랑을 이루고 있는 곳이 여러 곳이어서 그 벼랑 끝에 서면 시원하고 조망이 좋다.
또한 노송이 무척 많다. 바위벼랑과 봉우리들이 노송과 잘 어우러져 경관이 더욱 아름답다. 노송의 뿌리가 바위틈을 타고 뻗어 용이 서리서리 바위를 휘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을 몇 군데서 볼 수 있다. 게다가 동북쪽에 우뚝 솟은 월악영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월악산 줄기를 줄곧 보면서 산행을 하는 점도 좋다. 특히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월악영봉은 참으로 멋지다. 송계계곡으로 하산하면 아름다운 계곡과 미륵사터, 산성, 빈신사지 석탑 등 문화재도 볼 수 있어 산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북바위산 둘레에는 월악영봉뿐만 아니라 용암산, 용마산, 만수산, 덕주봉, 신선봉, 부봉 등 이름난 산들이 많다. 북바위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한 북바위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크나큰 칼로 자른 듯 판판한 바위가 타원형을 이루며 수직으로 서있다. 폭 40여m, 높이 60~70m에 위가 둥그름하게 계란 모양을 하고 있다. 북바위는 거대한 하늘의 북을 연상케 한다. 북바위 옆 절벽에 굵은 소나무 뿌리가 구렁이처럼 감겨있는 것도 신기하다. 북바위 외에도 구멍바위 등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북바위산이 기암괴봉과 바위벼랑 노송으로만 이어지는 산은 아니다. 등성이로 난 길 상당 부분이 숲속 흙길이어서 시원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전설에 의하면 용마봉은 월악영봉이 타고 다니는 용마(龍馬)이며, 북바위산의 북바위는 월악영봉의 호령을 천하에 알리는 하늘의 북이었다 한다.
- 뫼약동에서 시작, 와룡대에서 끝내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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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길가의 산딸기를 따먹고 있는 회원들. [우]신선봉 노송 아래 너럭바위에서 신선처럼 쉬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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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에너지자원연구소 산악회(회장 안영수 박사) 회원들과 북바위산 산행에 나섰다. 이 산악회는 연구소 박사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고 건강하게 살고자 만든 산악회로, 회원은 많지 않으나 알차고 즐겁게 산행을 하고 있는 산악회다. 이 날 산행은 뫼약동에서 시작하여 송계계곡의 와룡대 옆 물레방아휴게소로 하산하기로 했다.
뫼약동은 수안보쪽에서 지릅재를 오르는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매표소 자리를 지나 임도에 들어서면 길은 개울을 건너 사시리고개(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사시리고개로 오르는 길가에는 빨간 산딸기가 많았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복분자라며 한 주먹씩 산딸기를 따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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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옛날에는 통과하기 어려웠던 구멍바위(산부인과바위)를 내려다보고 있다. [우]사시리재에서 북바위산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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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리고개 마루에는 북바위산 1.1km, 뫼약동 0.8km, 해발 520m 안내판이 있다. 이 고갯마루에서 왼편에 있는 계단을 내려서면 북바위산에 들어서게 된다. 고갯마루에서 북바위산 머리부분까지 산길은 평범하다.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고 내내 그늘 속을 지난다.
북바위산 고스락은 튀어 올랐거나 솟아있지 않은 평정봉이라 할 수 있다. 이 고스락 부분에 표석이 있고, 노송과 너럭바위도 있어 사진도 찍고 쉬기에도 좋다. 기암괴봉과 낙락장송을 뒤로 하고 잠시 편안한 숲속의 흙길로 등성이를 따라가면 문득 바위벽 위에 서게 된다. 이 바위벽을 지그재그로 된 쇠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이어 또 다른 바위벽에도 쇠사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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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바위틈으로 이어진 어려운 길을 내려가고 있다. 2)바위 사이를 비집고 오르고 있다. 3)북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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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쇠사다리를 다 내려서면 짙은 숲속 길을 걷게 된다. 이 구간도 사시리계곡쪽으로 거대한 벼랑을 이룬 너럭바위와 굵은 소나무가 보인다. 이 편안한 등성이길 끝에 바위봉우리인 신선봉이 솟아 있다. 신선봉은 처음부터 벼랑을 이루고 있다. 전에는 이 봉우리를 오르려면 작은 바위구멍을 지나야 해서 산부인과바위, 구멍바위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쇠사다리가 설치되어 구멍을 지나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다.
신선봉 꼭대기는 넓은 반석이 노송과 어울려 있고, 양편이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어 경관이 좋다. 과연 신선이 노닐 만한 곳이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이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길도 역시 경관이 매우 좋다. 넓은 소나무 가지가 드리운 비스듬한 바윗길을 내려가며 저 앞에 월악영봉을 조망하는 멋이 특히 좋다. 밧줄이 매인 바윗길도 있다.
여기를 내려서서 또 한 봉우리를 오르면 북바위산 동쪽 끝 봉으로, 이 봉우리의 동면이 칼로 자른 것처럼 깎아지른 수직 바위면이며, 북처럼 타원형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북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북바위는 옆면에서 보는 것보다 잘록이까지 내려가 북바위 건너의 바위 위에서 건너다보는 것이 가장 좋다.
여기서 한 가지 챙겨 보아야 할 것은 북바위 옆면에 박혀있는 용이 몸을 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나무 뿌리다. 벽화와도 같은 이 신기한 현상은 길에서 바로 건너다보인다. 그러나 북바위에 홀려 지나치기 쉽다.
북바위를 보고나면 이제 숲속으로 하산이 있을 뿐이다. 벌써 빈신사지와 송계계곡의 찻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산길에는 나무계단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다. 이 길은 와룡대 앞 물레방아휴게소에서 끝난다. 물레방아휴게소 길 건너 개울이 송계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룡대이며,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송계교를 건너지 않고 동산골로 조금 올라가면 보물 제94호인 빈신사지 사자석탑이 있다.
/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
- 미륵사지 석불입상
북향하고 있는 거대한 석불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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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의태자 전설이 얽혀있는 미륵사터의 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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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계곡 윗머리, 골짜기 막바지 근처에 있는 미륵리 미륵사지는 반드시 둘러보아야 한다. 옛날 신라의 주요 교통로였던 하늘재 아래 자리 잡은 미륵사지는 건물은 남아있지 않으나 5층석탑(보물 제95호), 석불입상(보물 제96호), 사적(제917호), 비석의 귀부 등이 남아 있다. 망국의 한을 품은 채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고, 고구려 온달 장군이 가지고 놀았다는 큼직한 공기돌 바위도 있다.
고려 초기에 세워졌을 것이라는 추측은 하고 있으나 확실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다. 이 미륵사지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향을 하고 있는 석불입상이 있다. 또 신라가 외부로 발전하기 위하여 남한강 수로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백두대간을 넘는 하늘재를 개척했으며, 그 하늘재 아래 중요 교통로에 미륵사터가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 미륵사터에 상주하고 있는 문화유적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좋다.
- 산행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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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은 들머리로 따지면 뫼약동 매표소 길과 물레방아휴게소 길 두 갈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객들이 뫼약동 길로 북바위산에 올라 경관이 좋은 바위등성이를 타고 물레방아휴게소로 하산한다. 뫼약동이 꽤 높은 곳이어서 북바위산에 오르기 쉽고, 북바위산의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는 월악산 조망을 산행 내내 진행 방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뫼약동길 매표소~(임도 15분)~사시리고개~(50분)~북바위산 고스락~(40분)~구멍바위(산부인과바위, 쇠사다리)~(5분)~신선봉~(40분)~북바위~(30분)~물레방아휴게소(주차장) <약 3시간 소요>
○물레방아휴게소길 뫼약동 길의 역순.
교통
북바위산은 월악산 송계계곡과 함께 제천시 관할이다. 그러나 북바위산 산행들머리가 되는 뫼약동과 미륵리 미륵사지는 충주시 관할에 들어간다. 그러나 월악산과 송계지역이 충주에서 가깝기 때문에 충주쪽에서 접근하기가 쉽다.
충주에서 수안보를 거쳐 송계를 드나드는 시내버스가 하루 7회 있다. 오전 7시15분부터 2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뫼약동까지 1시간 소요. 이 버스를 수안보에서 탈 수 있다.
제천에서 송계를 드나드는 시내버스는 하루 3회에 그친다. 충주 발 제천 행 출발시각은 07:20, 09:20, 14:20. 제천에서 송계까지 1시간30분이 걸린다.
드라이브코스 문경·괴산·충주 방면에서는 수안보(충주시 상보면 안보리)에서 3번 국도에서 597번 지방도로 들어서서 월악산 송계쪽으로 가면 지릅재 중턱에 있는 뫼약동에 닿는다.
단양·제천 방면, 또는 충주에서도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송계계곡 들머리인 월악나루 근처(제천시 한수면 상노리)에서 597번 지방도에 들어서서 송계를 거쳐 북바위산 하산지점인 와룡대를 지나 지릅재를 넘으면 뫼약동에 이르게 된다.
- 뫼약동에서 시작, 와룡대에서 끝내는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