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대치정국에서 엉뚱한 피해자가 된 우크라이나는 자국 여객기의 격추를 인정한 이란측에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사과, 손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국제조사위원회의 작업이 끝나기 전에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책임자 처벌, 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 손해 배상금 지급,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전문가(이란 파견 우크라이나 전문가) 45명이 진상 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란이)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란군의 핵심인 혁명수비대 고위장성들은 앞서 TV생중계를 통해 "사고기(우크라이나 여객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며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발표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라고 애도를 표시했다.
사고 여객기는 지난 8일 오전 6시 12분께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 추락사고가 이란군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지 수 시간 뒤에 발생하면서 사고 직후부터 피격설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여객기가 실수로 발사된 이란의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초 서방의 '악의적 심리전'이라며 미사일 공격설을 부인하던 이란은 서방측의 증거 자료 앞에 책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