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와서 오늘 텃밭의 상태는 아주 좋았습니다.
적당히 습기가 있고 작물들도 파릇파릇 생기가 돌았습니다.
저는 제 밭을 찾아가는데 잠시 내 밭이 맞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밭을 찾았습니다.
상추를 저렇게 빼곡이 심지는 않았는데, 누구 밭이지? 바로 제 밭이었습니다.
한뼘 이상 거리를 두고 심은 상추들 이파리가 아주 크게 자라서 밭 가운데가 상추로 가득했습니다.
오늘은 옥수수 상태를 관찰하고 크게 자란 2개의 줄기중 하나를 제거하는 실습을 하였습니다.
하나를 제거하여 영양분을 나머지 하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옥수수는 1m 가까이 자랐습니다.
저도 옥수수를 시골 밭에 여러 그루 심었습니다.
그런데 제 밭의 옥수수는 거의 같은 시기에 심은 것 같은데 지금 한뼘 정도 자랐습니다.
어떤 옥수수는 모종 상태와 변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
첫째는 아마도 밑거름, 웃거름을 지금까지 한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옥수수와 같이 큰 작물은 거름이 많이 필요하다고 실습을 맡는 이종준 선생님이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론 수업시간에도 들은 것 같은데 왜 거름 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몇년전에 옥수수를 잘 키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방심한 것 같습니다.
그때는 밭 한쪽에 심어놓고 무관심했었는데 다들 잘 자랐습니다.
그러나 태풍으로 전부 쓰러져 옥수수 알이 크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옥수수를 심은 곳은 풀이 많이 자랐던 곳이고 올해 옥수수를 심은 밭은 맨 흙으로 복토한 곳입니다.
그러니 거름기가 하나도 없어 안자란 것입니다. 거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습장의 제 밭을 관리하면서 보니까 고추며, 가지며, 토마토가 역시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웃거름으로 복합비료를 가득주고, 커피 찌거기를 몇 바가지 뿌렸는데 그것들을
작물들이 잘 받아먹은 것 같습니다. 뿌리에 너무 가까이 주었나하고 걱정했는데, 상한 작물은 없었습니다.
실습 선생님의 설명에 웃거름은 작물을 중심으로 이파리들이 퍼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이파리들이 그리는 둥근 원을 생각하여 그 원 아래의 두 세군데에 땅을 파서 그 안에 두고 묻으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풀멀칭을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그냥 그위에 뿌려두었습니다. 그것이 비가 오니 땅으로
스며든 것 같습니다. 저는 풀 멀칭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오늘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풀멀칭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오줌 액비를 또 뿌렸습니다.
상추와 치커리를 따니 가방으로 한가득이 되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많은 상추는 처음 따봅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 키운 상추를. 놀라운 경험이었고 감격하여 울뻔 했습니다.^^
가지도 하나를 땄습니다. 제가 심은 가지 중에 키가 제일 작은 놈인데 벌써 먹음직스러운 가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듯이 가지가 먹을 만하니 바로 수확해 버렸습니다. 실습장에는 모두가 가지를 심었으니 누가 제것을
따 갈리는 없지만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실습해봤습니다.
고추며 토마토를 지탱하는 줄을 조금씩 올려주고 토마토 곁가지를 제거하고 고추며 가지의 아랫부분의 이파리들,
곁가지들을 제거해주었습니다. 고추잎파리 따서 밭에 버린 것을 다시 주워서 챙겼습니다.
그것도 먹는 거라고 해서요. 그러고 보니 고추이파리 반찬을 어릴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실습이 끝나고 아라포도농장으로 포도 봉지씌우기를 하러 갔습니다.
포도밭은 1주일만에 다시 갔는데 포도알이 지난 주 보다 3배정도 커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1주일만에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저는 캠벨 포도를 1주 더 분양받았기 때문에 실습장에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포도솎기와 봉지 씌우기를 한꺼번에
했습니다. 그런데 봉지씌우기를 하면서 왜 이렇게 봉지를 씌우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다음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는데 김포도시농부학교의 박지원 선생님의 글이 검색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11시간 전에 올린 글이 벌써 다음 싸이트 검색에 나오다니.....
오늘 떡 사오신 것도 맛있게 잘먹었는데.....^^
봉지 씌우는 이유는
1. 농약을 쳤을 때 포도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2. 해충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3. 새들이 날아와 쪼아 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
4. 비바람에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비를 맞으면 터지기도 한답니다.)
5. 색깔이 골고루 이쁘게 들게 하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먹기 위해서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우는 경우라면
색깔이 제각각이어도 좋으니 2.해충피해 방지, 3. 새들 방지, 그리고 4.비바람 막이 정도의 효과만 있는 것이
포도 봉지 싸기라고 할 수 있읍니다. 그렇다면 그냥 봉지를 안싸고 포도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다가다 그 자리에서 한 송이씩 따 먹는 것을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면 새들이 떼거지로 달려올까?
어떤 새들이 날아올까? 우리집 주변의 새들은 어떤 새들일까? 새들과 함께 포도를 따먹는 생각을 하면서
포도봉지를 씌웠습니다. 다 씌우고 나니 두 팔의 안쪽 부분이 얼얼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뒤, 오늘 씌운 봉지를 열면 새까맣게 익은 포도가 마술처럼 나타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