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솜뭉치가 내려앉은 것처럼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 황금빛 억새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들판, 분홍·홍·백색의 코스모스가 손짓하거나 저마다 고운 색을 뽐내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계절. 아름다운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코와 손끝이 시린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바빴던 11월이었지만, 기억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틈틈이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사진들 속에는 푸른 잎이 무성하거나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어 마치 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통째로 날려버린 것 같았다. 바쁘게 보낸 11월 한 달 동안 가을은 조용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선 홀연히 떠나버렸다.
경춘선 숲길
주소 : 서울 노원구 공릉동 272-2
늦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경춘선 숲길공원이다. 이곳은 경춘선 폐철도노선을 보존하여 녹지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으로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철도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함으로 물든다.
▼ 사진은 10월 중순에 담은 경춘선 숲길의 모습
경춘선 숲길공원(미래유산 경춘선 폐철도노선)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산책로에 설치된 다채로운 공공미술 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이러한 예술 작품들로 인해 다소 차가운 분위기의 폐철도가 친근하고 개성있는 공간이 되었다.
경춘선 숲길 곳곳에 이러한 벤치를 볼 수 있는데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태양광 스마트벤치’라고 한다. 태양광블록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밤에 조명을 밝히거나 휴대폰 무선충전, USB 충전이 가능하다.
경춘선 폐철도 노선을 따라 산책하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숲속마당’이나, 체육시설과 유아숲 체험시설, 휴게공간, 무장애 순환길이 조성된 ‘솔밭근린공원’과 같이 다양한 공원들도 볼 수 있다.
길게 뻗은 철도를 따라 옛 화랑대역(등록문화재 제300호)에 조성된 ‘화랑대철도공원(노원불빛정원)’까지 걸어보는 일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경춘선 숲길 인근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인 ‘서울생활사박물관’을 함께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다음에 소개할 예정이다.)
화랑대철도공원 (노원불빛정원)
경춘선 숲길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춘선 숲길이 끝나갈 때쯤 만나게 되는 ‘화랑대철도공원(노원불빛정원)’은 옛 화랑대역의 정취에 불빛 감성을 더한 서울 최초의 야간 불빛정원으로 노원구에서 조성한 힐링문화 공간이다. 또 다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LED조형물들과 다양한 테마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
화랑대철도공원 (노원불빛정원)
○ 주소 :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29-51
○ 교통편 : 6호선 화랑대역(서울여대입구) 4번출구로 나와 600m 직진
○ 운영시간
- 노원 불빛정원 : 화~일 / 일몰 전 30분~22:00
- 화랑대역사관 : 화~일 / 10:00~18:00
- 트램도서관 : 화~토 / 12:00~20:00
- 경춘선숲길갤러리 : 화~금 / 14:00~20:00, 토~일 / 12:00~20:00
- 기차가 있는 풍경(카페) : 화~일 / 12:00~22:00
- 타임뮤지엄 : 화~일 / 13:00~22:00
※ 월요일 휴관, 운영시간은 계절, 기상여건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밤이 되면 노란색 조명이 켜지는 ‘소원의 달’
폐철도노선을 따라 비밀의화원, 빛의터널, 음악의 정원, 숲속동물나라 등 다채로운 테마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일대는 일몰 후, 형형색색 조명들이 켜지며 반짝이는 곳으로 변한다.
다양한 동물 포토존은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조명으로 더욱 화려해지는 밤이 되면 또다른 분위기 속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 체코T3형 노면 전차를 활용한 트램 도서관. 매주 화~토요일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운영한다.
▼ 기차 모양을 닮은 ‘미디어트레인’
▼ 천천히 회전하는 ‘아바타트리’. 이 거대한 나무 아래에 있으면 마치 영화 아바타 속 배경처럼 원시림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100여종의 시계와 함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타임뮤지엄'
▼ 일본 전기차량 제작소에서 제작, 1952년 도입하여 경부선(서울~부산) 구간을 운행했던 ‘미카 증기기관차(미카5-56호)’
▼ 인형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히로시마 기차’
이 건물이 바로 일제강점기에 건립되어 현존하는 간이역인 ‘구 화랑대역(등록문화재 제300호)’이다. 건립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한다. 건립 당시 역명은 ‘태릉역’이었으나 1958년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해온 뒤 ‘화랑대역’으로 개칭되었다. (현재도 화랑대역 오른쪽에 육군사관학교가 있다.)
화랑대역은 성북역(현 광운대역)에서 춘천역까지 연결되었던 경춘선 노선 중에서 서울에 위치한 마지막 간이역이라 한다. 건물은 사진처럼 비대칭의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지붕 형식)이 특징이며, 전면의 출입구에 두 개의 기둥이 세워진 포치(출입구 위에 설치해 비바람을 막는 곳)를 두었다. 내부는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로 나누어진 아담한 공간이다. [참고·발췌 : 화랑대역 안내문]
▼ 오른쪽에 청기와 건물이 보이는 곳이 육군사관학교 부지이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경춘선숲길을 따라 걷다가 화랑대 철도공원(노원불빛정원)까지. 천천히 사색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노원구 공릉동을 방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