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 18,1-6; 마태 13,47-53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알폰소 성인은 고해 사제들과 윤리 신학자들의 수호 성인이십니다.
1696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성인은 열여섯 살의 나이에 나폴리 대학에서 만장일치로 민법과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결코 패소하지 않던 변호사로 활동하던 성인은, 처음 패소를 경험하고 낙담했지만,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방문했다가 신비 체험을 하였습니다. 갑자기 빛이 성인을 둘러쌌고 내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속을 버리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살아라.”
그 후 서른 살에 사제가 된 알폰소 성인은 구속주회를 설립했습니다. 구속주회는 공동생활을 하는 사제와 수도자들로 이루어져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헌신하고, 하느님 말씀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예순여섯에 주교님이 되셨지만, 구속주회는 나폴리 왕국으로부터 회칙을 인정받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71세에 류머티즘에 걸려 목이 구부러지는 고통을 당하셨고 마지막 18개월 동안 망설임, 공포, 미덕과 신앙 계율에 위배 되는 유혹에 시달리셨으며, 틈틈이 무아경에 빠졌을 때만 빛과 위안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성인께서 가장 슬퍼하신 것은, 당신께서 창립하신 구속주회가 둘로 분열된 것이었는데요, 성인께서 돌아가신 후 수도회는 다시 합쳐졌습니다. 알폰소 성인은 1787년 8월 1일, 91세를 일기로 선종하셨습니다. 성인의 가장 위대한 공헌은 구속주회 창립 이외에도 얀센파의 엄격함에 맞서 윤리 신학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 것입니다. 1950년, 비오 12세 교황님은 성인을 윤리 신학의 수호자로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집안아, 야훼의 말씀이다. 내가 이 옹기장이처럼 너희에게 할 수 없을 것 같으냐? 이스라엘 집안아, 옹기장이 손에 있는 진흙처럼 너희도 내 손에 있다.”
오늘 입당 성가는 이 말씀을 주제로 한 노래인데요, 사실 성경 말씀은 매우 심각한데 노래가 너무 발랄하기는 합니다. 예레미야서의 말씀이 뜻하는 바는, 옹기장이가 옹기그릇을 만들다가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을 깨뜨려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이 끝내 회개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는 부수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잘못된 형체가 굳어져서 깨뜨려지기 전에, 아직 말랑말랑한 진흙일 때, 좋은 모양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 13장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여러 가지로 비유하셨습니다. 씨 뿌리는 이의 비유, 밀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 그리고 어제 말씀하신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입니다. 농부들을 위해 주로 농사와 관련된 비유를 말씀하시고, 여성들을 위해 누룩의 비유를, 상업 활동을 하는 이들을 위해 진주 상인의 비유를 말씀하셨다면, 오늘은 어부들을 위해 그물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앞서 좋은 땅과 나쁜 땅, 밀과 가라지를 대조하여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은 좋은 물고기와 나쁜 물고기를 대조하십니다. 결국 좋은 땅, 밀, 좋은 물고기는 당신 말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나쁜 땅, 가라지, 나쁜 물고기는 당신 말씀을 거부하는 바리사이들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하고 물으시자 제자들은 “예!”하고 대답합니다. ‘씨뿌리는 이의 비유’에서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과 달리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는데요,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러한 길에 초대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당대의 율법학자들은 옛것 즉 구약에 정통하다고 자부하였지만, 새것 즉 예수님의 복음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율법학자가 아닙니다. 반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달았기에 옛것인 구약의 의미도 올바로 이해하게 되는 참된 율법학자가 됩니다.
우리도 이미 예수님 말씀을 알아듣고 있는 새로운 율법학자들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고 겸손해하지만, 사실 많은 것을 알고 깨닫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깨달은 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알폰소 성인의 말씀 중 두 가지를 인용해 드립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어리석음은,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제는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고 내일은 당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입니다.”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