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봉투』(작사 신봉승, 작곡 김호길)은 1964년 「최희준」이
부른 곡으로 HLKV 인기 연속 방송극의 주제가였던 곡입니다.
1964년 10월 '신봉승' 극본, '김수용' 감독의 영화로도 상영되었
습니다. 출연진은 '신영균', '김승호', '황정순', '허장강', '주증녀',
'방수일' 등이었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따뜻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로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경력 30년의 여고 서예 교사인 '고선생(김승호)'은 월급 봉투
명세표에다 가짜 부의금 조로 3백원을 적어 넣어 아내(주증녀)의
눈을 속여 가며 대포 값을 뜯어내는 평범한 소시민.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아들 광석(신영균)이
그 학교의 교감 으로 부임하면서 부자 간에는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아들이 자기의 상급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월급 날이 되어 월급 봉투를 탈 때면 아버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월급 봉투를
바꾸지만 이는 곧 들통난다."
"차차차 리듬"이 몸을 들썩이고 손 장단을 맞추게 하는 신나는 곡
이지만, 내용은 "월급 날이 기다려지기는 하지만 쥐꼬리 만한
월급에서 이것저것 데하면 남는 건 한숨과 가족 걱정이라 심히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월급 쟁이들의 휜 허리와
유리 지갑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월급 봉투의 개념이 아예 사라졌지만 옛날 분들이 처음
사회에 발을 딛고 한동안 월급 봉투를 받았었습니다. 처음 직장
에서 월급 봉투 받았을 때의 기분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죠.
현금이 들어 두툼한 봉투를 가슴에 안고 으시대며 집으로 들어갈
때의 기분... 혹시나 소매치기를 당하지 나 않을까 하는 걱정...
현금을 가지고 다니던 당시엔 소매치기도 월급 날은 훤히 꿰고
있고 월급 봉투 냄새와 돈 냄새를 잘 구별해 낼 수 있었다고 하며
월급 날 같은 대목이 되면 거리와 버스를 골라 활개를 치고 다녔
었죠.
신문과 방송에서는 소매치기 기사가 자주 올라왔습니다.
항일 독립 운동기인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6.25 전쟁이 끝난 뒤
에서 한동안 소매치기(쓰리꾼)가 번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는 부랑아들은
쉽게 소매치기의 세계로 흡수되었습니다.
당시 뉴스를 보면 9살 짜리 천재 소매치기 기사에서 부터 수녀로
변장한 여자 소매치기에 할아버지 소매치기까지...그리고 일망타진,
소탕이라는 소식도 명절 가까운 때면 주기적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현금보다 카드를 많이 쓰고 카드조차 필요 없는 시대로 접어
들게 되어 우리나라의 소매치기가 과거보다 줄었고 오히려 현금을
지갑에 넣어 다니는 외국 유명 관광지(동남아, 스페인, 이태리 등)에
소매치기가 많습니다. 머지 않아 흘러간 유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상가집 부조금을 월급 봉투에 거짓으로 적어
300원을 몰래 빼돌렸는데, 당시의 돈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00만원 정도가 되니
상가 집 한두 군데를 상정한 것이 아니고 조의금도 손 크게 주는
'의리파'인 모양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배포가 큰 월급 봉투 사기범(?)으로 꼬리가 잡힐 만
합니다. 월급 봉투 사연도 많고 많았던 시대였습니다. 고생스럽던
가버린 시간....그 때 그 시절이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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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하는 재미로 출근을 하다가
월급 날은 남몰래 쓸쓸해진다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 건 남는 건 빈 봉투
한숨으로 봉투 속을 채워 나 볼까
외상 술을 마시면서 큰소리치고
월급 날은 혼자서 가슴을 친다
요리조리 빼앗기면 남는 건 남는 건 빈 봉투
어떡하면 집사람을 위로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