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진돗개 백구 이야기 1.
개의 매력은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을 때 그 개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30여년 이상을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진돗개를 가까이 두고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예전의 기억과 추억으로만 진돗개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진돗개라고 알고 키운 개는 지금까지 고작 5~6마리이며 그중에서 진돗개 2마리를 함께 키운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1마리씩을 키운 것 같습니다. 개를 워낙 좋아하여 단독 주택에 살 때는 다른 품종의 개까지 합하여 4마리까지 키운 적이 있습니다.
사진 속의 개는 성견 암컷을 진도 지산면에서 데려온 녀석으로 꼬리는 왼쪽으로 심하게 말려있어서 일부의 꼬리털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체축에서 벗어나서 볼품이 없었습니다. 머리와 체형은 그런대로 구성을 갖추고 있는 개였습니다.
이름이 백구였는데 사냥성은 없었는지 제가 거의 매일 아침 진돗개 황구 암컷, 그레이트덴 암컷 1마리 도합 3마리를 데리고 집 근처의 산으로 아침 운동을 함께 하였고, 일요일이면 2~3 시간 이상 산행을 하였지만 사냥의 결과물은 없었으며 짐승을 쫓아가는 모습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마 사냥성은 좋지 않았나 봅니다.
다만 이 백구는 아주 쥐를 잘 잡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허름한 단독 주택인 형님댁의 조그만 방에서 신접살림을 하였는데 신혼살림이 들어있는 방에 자주 쥐가 들어왔지요. 일요일이면 쥐를 몹시도 무서워하는 새댁을 외출시켜놓고 백구를 방으로 불러들인 다음 방문을 닫아두고 장롱을 움직이거나 살림을 뒤집으면 금새 쥐를 입에 물고 나왔고 방문을 열어주면 마당에 나가서 몇 차례 흔들어 죽여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여 일망타진을 하였습니다.
이 백구는 고양이도 잘 잡았습니다. 고양이가 집의 마당에는 들어오지 못하지만 오래된 단독 주택의 담장 위를 자주 걸어다니는 아주 커다란 터줏대감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 고양이는 아래에서 뛰어오르는 우리 백구를 조롱하듯이 아주 천천히 태연하게 걸어다녔습니다.
어느 날 늦은 저녁 그 고양이가 평소처럼 담장 위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날 백구의 컨디션이 좋았는지 높이 뛰어올라 그 고양이를 낚아채고 나서 어찌나 혹독하게 다루던지......
제가 말렸을 때는 이미 고양이가 힘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다행한 것은 그 큰 고양이를 상대하였는데 특별하게 다친 곳이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