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의 일기/김필로
두 번째 야외 수업하는 날
수채화 도구를 태우고
백석공원에 다다랐을 때
은목서가 구름 꽃 되어
몽글다
네가 너로구나
사나운 네 향기에 끌리지
못할 누가 있을까
가지에 기대어
민낯으로 유혹된다
은목서 향기보다 더
내숭 없는 사람들이
호숫가 자리 눈여겨볼 때
서툰 붓의 재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서로의 색깔을 아는 물의 길을 따라 밑으로 스미고 번지며
제 모양을 만든다
연신 감탄하던 시연과는 영
다른 그림, 내 영혼은 탁한가
미친 붓이 나뭇가지에서
성난 춤을 춘다
한 솥에서 나온 김밥 나누며 5학년 6학년 경계 없이
자잘 자잘 웃음 덧칠한
반나절 옆에선
감 익는 소리가 볼그레하다
봄부터 쑥떡을 준비했다는 마음도
뜨겁고 쓰고 달달한 커피를 가지고 온 마음도 수채화를 닮았다
댕동댕동한 시간의 한 토막은
그로하여금 훗날
기필코 또 다른 나를 만나야 할 것이다
첫댓글 야외스케치 넘 달달하고 좋았겠어요.
너무나 낭만적이었고 소녀 같았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