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투리에
배추김치 무 등 연잎 채소류의 밑반찬 담그는 일련의 재료들을 지꺼리라고도 부른다.
오늘 아침 동네 약국에 주문했었던 약품을 찾으러 나서는 가운데 아파트 1층에서의 육칠십 대 할머니들의 오가는 정겨운 대화를 목격해 본다.
“아이고, 오랜만이요~”
“오메 이게 누구시다오?”
“근디 어디 가시오?”
“야, 오늘 말바우 장이어서 짐치 당글라고 장에 지꺼리 사로 간당께요?”ㅎ
“그려 아따 날도 더운디 조심히 잘 댕개오쑈 이~….”
“예”~
반가움에 엉켜 두 손을 맞잡고 연신 서로의 안부를 묻는 후덕한 인심과 정이 교감 되는 지금 우리의 노년 세대들의 거침없는 짓거리 모습이다.
오늘날 현실에서의 어쩌면 사라져가는 관계함들의 보기 어려운 모습들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라도 지꺼리는 특유의 조리법에 따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남도 찬거리의 명가 명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싱싱한 야 채소류들을 정갈하게 씻고 다듬어 지역에서 생산 조달되는 천일염으로 밑간을 한 후 갖은양념에 버무리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젓갈이라는 곰삭은 멸치젓 등 신선 발효된 장류와 채수 등에 곱게 채 썰은 온갖 부재료들로 구성된 김치쏘들을 중심으로 여기에 정성을 들인 손맛으로 절정을 이루는데 맛깔스러운 감칠맛이야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음이다.
과거 전라도 지방 도시나 시골에서의 흔히 목격되는 김치 담그는 모습을 추억에 본다.
텃밭 또는 고치 밭에서 파 몇 뿌리 뽑아다가 무시나 배추 등 절여놓은 지꺼리(김치담글 채소)에 빨간 고추와 마늘 그리고 젓국(삭은 젓갈)에 보리밥 한술 넣어 확 독(돌로 만든 절구,도구통)에다가 득득 갈아 문대서 버무린 쌩지(생김치)는 그야말로 배고프던 시절 찬밥 한 덩어리에 얹어 먹노라면 입 안이 얼얼하고 칼칼한 매운 환상의 맛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여기에 싱건지(물김치)와 솔지(부추김치), 파지(파김치) 등은 전라도에서는 동질의 흔한 지꺼리들의 칼칼한 맛과 조화로운 양념 맛 등으로 효능과 구색을 갖춘 보편적 가정들의 밑반찬인 김치 세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명품 전라도 김치의 영속성은 이 고장의 자랑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평범한 일상 가정에서조차 김치담그는 모습들이 희박해지는 형국에 전통적인 모습들도 찾아보기 어렵고 잊혀가는 생활문화가 아쉽기만 하다.
요리조리 이것저것 해도 한국인의 전통 식품인 김치 정도는 우리 민족 국민들만의 유구한 라이센스(License)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