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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육송정 →) 대현1리 → 문수암 → 칠성암 → 이정표 → 밧줄 구간 → 전망대 → 달바위봉 → 밧줄 구간 → 합장바위 → 갈림길 → 속세골 → 정법사 → 육송정 삼거리'의 10km 코스를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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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위봉[월암봉, 月岩峰]
높이: 1,092m
위치: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석포면 대현리에 있는 달바위봉은 태백 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50km 지점에 넛재(896m)를 넘어서면 바로 눈앞에 봉우리 2개를 볼 수 있다.
태백산 문수봉에서 남쪽으로 마이산처럼 두 귀를 쫑긋하면서 시야를 사로잡는 바위산이 바로 큰 달바위봉과 작은 달바위봉이다. 조선조 단종이 죽은 후 백성들이 태백산에 입산한 단종의 영혼을 천도하고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하여 태백산 망경대에서 제를 올리던 중, 음력 8월 보름경 동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속 위에 암석으로 된 봉우리가 달같이 둥실 떠 있는 데에서 산 이름이 유래한다. 정상에는 가마솥 뚜껑만 한 검은 왕거미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예로부터 기도 터로 알려져 많은 무속인이 찾아온다. 산 아래에는 월암사란 암자가 있다. 태백산을 지아비로 둔 달바위봉은 암바위로 청옥산을 베개 삼고 낙동강을 치마폭에 감싼다. 그 기세가 하도 무소불위하여 주변에 거느린 마을과 골짜기와 사찰조차 지어미를 섬기듯 한다. - 봉화군청
이번 주 토요일인 5월 27일은, 4월 15일 진행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자가 속출해 연기된, 오지 산행 전문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봉화 달바위봉 산행에 참여한다. 현지 주민이나, 이 산을 아는 사람들은 봉화의 마이산이라 부르는 달바위봉은, 최소 한 주에 한 번 이상 오르는 산행의 제1 선택 기준인 천고지에 속하는 봉우리지만, 한국의 산하나, 기타 기관이 선정한 명산에 속하지 않아, 영원히 미지의 산으로 남을 뻔했는데, 2021년 8월, 우연히 이번에 같이 하는 산악회의 산행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이 산을 발견하고, 계획을 검토하던 중 해발 1,094m로 천고지에 속한다는 걸 알았다. 해서 미지의 산을 발견하면, 참고하는 ‘한국의 산하’에서 검색한 결과, 산 소개는 없고, 산행기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몇 개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산행 목표의 최우선 순위인, 천고지라는 건 둘째고, 산 자체가 봉화의 마이산이라 불리는 암봉으로, 제일 좋아하는 암릉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해서 바로 신청하고, 회비를 입금했으나, 미지의 오지 중 오지라,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다시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볼 수 있을 거 같지 않은 분위기라,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로 하고, 온갖 정보를 총동원해 산행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정히 갈 만한 산이 없을 때 가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목록에 추가했다. 세월이 흘러, 천고지, 백두대간, 명산 등의 목표가 거의 달성 단계에 이르자, 안내산악회만으로는 목표에 부합하는 산을 매주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만들어 둔 목록에서 하나씩 꺼내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달바위봉 차례가 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2021년 8월 계획을 세울 때와는 대중교통이 많이 변했을 거라는 생각에 교통편이 현재도 유효한지 다시 순서대로 확인했다. 역시 변했다. 대중교통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버스나, 기차의 횟수가 줄었다. 아차 하면, 현지에서 1 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걸 피하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해, 도로에 쏟아붓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시간 예측도 쉽지 않은 산행으로 변했다. 해서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2023년 2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 게시판에 '달바위봉'을 추천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후에 카페지기가 진행하겠다는 댓글을 달고, 그날 바로 산악회 카페에 산행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댓글을 확인 후, 기쁜 마음으로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이미 두 명이 신청해, 내가 3번째 신청자가 됐다. 그 두 명은, 이 산악회뿐만 아니라, 다른 안내산악회 오지 산행에서도 늘 보는 산꾼이다.
산행을 추천할 때 버스 출발을 위한 최소 성원을 채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신청자가 급증하더니, 산행 사흘 전인 4월 12일 현재 28인승 버스 한 대를 꽉 채우고, 두 번째 버스도 성원을 넘었다. 하지만, 산행 일인 15일 토요일 오전, 전국적인 비 소식으로, 취소자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오지 산행에 굶주린 산꾼이 많이 신청한 산행이라, 오전에 내리는 비 때문에 버스 두 대를 다 취소할 정도로 취소자가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이번에 못 가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건 오지 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다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취소자가 넘쳐 버스 한 대의 성원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결국 산악회에서 산행을 취소했다.
그리고 5월 27일 토요일 진행으로 다시 산행 계획을 공지했다. 그런데, 다시 계시한 산행 날짜가 등산방 정기산행 일이다. 다행히, 5월부터 정기산행을 매월 네 번째 토요일에서 세 번째 토요일로 변경하기로 합의한 이후라 문제될 게 없어, 1번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5월은 87과의 연합 산행인데, 87의 내부 문제로 세 번째가 아니라, 기존과 같이 네 번째 토요일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와중에 무릎 연골이 좋지 않은 아내의 수술을 위해 목, 금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미 산악회비는 송금했고, 무엇보다 내가 추천해 진행하는 산행에,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진행할지 모를 산행이라, 불참할 수 없어, 이번만큼은 연합산행에서 빠지기로 했으나, 문제는 아내다. 아내에게도 사정을 잘 얘기하고, 산에 다녀온 이후 완쾌할 때까지 정성을 다해 간병하기로 약속하고 허락받았다.
산행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 몇 가지를 넘어서자, 이번에는 다시 비다. 정확히는 태풍이다. 2023년 태평양에서 발생한 2호 태풍인 '마와르'가 북상 중이다. 다행히 산행 당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로 보이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산행 하루 전 일기예보에 의하면, 서울 포함 중부지방은 10시부터 19시까지 비가 내리나, 남부 지방은 흐리기만 할 뿐 비 소식은 없다.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할 걸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으나, 카페지기가 날머리인 대현교 부근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접었다. 고로 들고 가는 걸로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식당이 있든 없든, 신사역에서 김밥을 사 가는 건 같다. 다만, 날머리에서 ‘배를 채우고 귀가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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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의 아미산, 고양산 연계 산행과 같이, 7시 10분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달바위봉 산행이다. 그때와 다른 건 당시는 일요일이라, 신사역의 김밥전문점이나,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취급하는 즉석 빵집이나, 정기 휴일이었으나, 이번에는 평일 수요일이라 정상 영업이다. 고로 불광역 부근에서 김밥을 사기 위해 일찍 출발할 필요가 없어, 불광역발 오금행 6시 21분 또는 27분 열차를 타기 위해 6시 10분경 집을 나섰다. 그런데, 6시 15분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야 할 마을버스가 23분에 도착했다. 이 버스로 27분 열차를 타는 건 아슬아슬한데, 와중에 기사는 느긋해 시간을 맞추기 위함인지 부러 신호에 걸리기까지 하며, 6시 26분 30초경 불광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미 27분 열차 타는 건 틀렸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뛰기 시작해, 정신없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승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열차 출발 소리가 들린다. 다음은 불광역발 6시 33분으로 신사역 도착이 7시 2분이다. 시간에 쫓기는 게 싫어, 마감보다 10분 정도 여유를 두려는 것뿐, 신사역에 도착해 바로 4번 출구로 나가면 되니, 늦은 건 아니다. 해서 평소와 달리, 신사역 4번 출구와 가장 가까운 열차 칸에 타, 7시 2분에 도착하는 순간 서둘러 개찰구를 통과한 후, 즉석 빵집으로 가 김밥 한 줄을 사고 시계를 보니, 7시 3분이다. 여유가 있다. 그런데, 김밥을 받아 들고 보니, 불광역 부근 전문 김밥집의 김밥과 무게감이 다르다. 평소 불광역 김밥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불광역이 알이 굵고, 더 많았다. 같은 한 줄이나, 같은 양이 아니라, 비싼 게 아니다. 그동안 신사역이나, 양재역에서 산 김밥을 먹고 나면, 바로 배가 고팠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7시 4분경 4번 출구 계단으로 올라가며 보니, 왼쪽으로 승객을 기다리는 버스 두 대가 서 있다. 앞이 봉화 가는 차다. 힙색이라, 김 칸에 넣을 것도 없어, 서둘러 문으로 가자, 카페 주인장이 있어 반갑게 인사하고, 버스에 탄 후 자리로 가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세팅을 마치고 앉았다. 그러자, 버스가 바로 출발한다. 다들 말을 잘 들어, 예정보다 5분 이른 7시 5분 출발이다. 그런데, 죽전에서 승객을 태워야 하는데, 초파일 황금연휴라 길이 막혀, 절차를 지키면, 언제 출발할지 모를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은 죽전 승객이 부부라 인솔 대장이 남편과 통화 후 편법을 사용해 바로 죽전에 탈출했다. 분명 토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즉, 황금연휴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고속도로는 서울을 떠나는 차로 만원이다.
한바탕 전쟁을 겪은 후 영동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에 들어서 평소보다 느리나, 그래도 속도감 있게 달렸는데, 옆 차선은 거의 주차장이다. 한국 사람들이 기상청을 믿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비가 와도 서울이 지겹다는 건가? 어쨌든, 버스 전용차선도 끝나고, 기사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버스를 마지막 차선으로 옮기려는 순간 인솔 대장이 그대로 직진해 중앙고속도로를 타라고 지시한다. 엄청난 차량으로 중부내륙 진입이 쉽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그 지시를 듣는 순간 과연 잘한 결정인가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중부내륙은 어떤지 모르나, 중앙은 가끔 지체는 있으나, 제 속도를 내며 달려, 9시 24분에 단양팔경 휴게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9시 40분경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 후,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다른 때 같으면 듣는 둥 마는 둥 했겠지만. 초행이고 경북의 마이산이라 불리는 암봉이라, 집중했다. 중부내륙이 정체라, 중앙으로 차를 돌리는 바람에 30분 정도 더 걸려, 예정과 달리 11시경 들머리인 대현1리 도착이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6.3km에 불과한 코스라 대개 3시간 30분이면 산행을 마치나, 워낙 위험한 암봉이라, 시간에 쫓겨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 소요 시간을 4시간 30분으로 책정해, 마감을 15시 30분으로 한다고. 그리고 밧줄, 사다리로 암릉과 암봉에을 올라가야 해 체력 소모가 심하기는 하나, ‘달바위봉’까지는 어떻게든 갈 수 있으나, ‘달바위봉’에서 ‘작은달바위봉’으로 가는 구간이 대단히 위험하니, 혹시나 가다가 망설여지면, 주저 말고 들머리인 대현1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후 대장에게 연락하면, 귀경 때 픽업하겠다고 했다. 시간은 남아도니, 마감 시간은 무시하라는 당부와 본인이 후미에서 따라갈 예정이라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그런데, 시간이 남아돈다는 말이 약간 신경 쓰였다.
다른 건 몰라도, 코로나 이전 이 대장이 진행하는 오지를 많이 다녀, 대장에 관해 어느 정도 아는데, 이번처럼 조심하는 건 처음이라, 은근히 걱정됐다. 그런데, 한 달 전 다른 산악회에서 진행한 산행에 아무런 얘기가 없는 거 보면,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거라는 결론짓고 편하게 창밖으로 경치를 구경하는데, 익숙한 모습이다. 영주의 소수서원으로 아내와 소백산 자락길 1구간 산행 때 들머리였다. 10년이 넘게 거의 매주 때에 따라서는 주 2회 이상 전국 각지의 산을 돌아다니니, 이제는 어딜 가도, 눈에 익다. 그 영주에서 다시 북으로 방향을 틀어 봉화를 향해 달린 버스는 10시 52분에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대현1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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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준비를 못 한 일행이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들머리 주변을 살펴봤다. 마을 이름이 '달바위마을'일 정도다. 물론 등산 지도로 있다. 지도로 봐선 우리가 진행하는 코스 외에는 정규 등산로는 없다. 마을의 지도에는 표기가 없으나, 대장이 나눠진 지도에 의하면 이정표라고는 딸랑 두 개다. 이 말은 혼동을 일으킬 만한 갈림길이나, 샛길이 없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다만, 대장이 언급한 갈림길처럼 보이는 곳이 문제다. 지도 검토가 끝나고, 스마트 워치와 핸드폰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대현1리의 고도를 확인했다. 608m, 오차를 고려하면, 580m 내외다. 달바위봉의 높이가 1,092m가량이니, 표고차가 500m가 조금 넘어, 올려야 할 높이만 보면 과히 힘든 산은 아니나, 거리가 짧으니, 급경사에 암릉이라 쉽지 않은 산이다.
일행이 준비하는 동안 빠른 산꾼은 이미 출발해, 그 뒤를 따라 계곡 옆으로 난 포장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 11시 10분, 칠성암 아래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고로 신자를 위한 주차장은 암자에 따로 있다는 얘기다. 그 주차장에서 50m가량 올라가자, '달바위봉 산림 유전자 보호구역 안내'와 '달바위봉 생태 탐방 안내' 지도가 서 있고. 지도 옆의 나무에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려있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다. 그 생태 탐방로를 보면, 우리가 가는 코스 그대로다. 다만 달바위봉부터 정법사까지는 실선이 아니라 점선일 뿐. 그걸 보자, 대장이 위험을 과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야 닥쳐보면, 아는 거고, 지도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게 11시 12분이다.
이게 오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잘 정비된 등산로로 3분가량 올라가자. 버스에서 대장이 유일하게 길이 헷갈릴 만한 곳으로 지목한 지점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갈림길이다. 그리고 산세나, 지도를 보면 직진에 가까운 좌회전이 정규 등산로다. 해서 많은 등산객이 잡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우회전 정규 등산로가 아닌, 직진하는 길을 택해 더욱 뚜렷한 길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 그 방향으로 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 직진해도 위에서 정규 등산로와 만나는 산세다. 나 같은 인간이 있을 걸 예상했는지, 대장이 그걸 따라 올라가 봐야, 길이 막혀 더 못 올라간다고 쐐기를 박는 바람에 우회전했다. 잘 정비된 등산로로 갈림길로 혼동하는 지점에서 6분가량 올라가자,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나무에 묶은 밧줄이 나타나, 급경사의 시작을 알려준다.
밧줄을 처음 만난 곳에서 2분가량 올라가자, 이제 돌계단의 시작이다. 계곡으로 난 길이라, 급경사에 곳곳이 돌계단이다. 와중에 등산로와 혼동하기 쉬운 곳에는 낙엽까지 쌓여 있는 등산로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데, 위에서 두 쌍의 등산객이 내려와 반갑게 인사하자, 답례하고 '몇 명이나, 왔냐?'고 묻는다. 28명이라고 하니, '버스로 오셨나 보네요?' 해 '네!'하고 헤어져 위로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후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중 한 여성이 나와 후미에게 위로 조금 올라가면 등산지팡이가 있는데, 자기 일행 거니 놔두고 가라고 부탁한다. 지팡이가 없는 두세 명이 집어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난 지팡이를 짐으로 생각해 겨울 심설이나, 특별히 달려야 할 산행이 아니면 들고 다니지 않으니, 암봉이나 암릉 산행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 은근히 기분이 나빴지만, 밝게 '네!'하고 말았다.
근처 주민이라 산행을 반대쪽에서 일찍 시작해 벌써 내려오는 등산객이구나 생각하고, 위로 올라가자, 그녀의 말대로, 지팡이가 있다. 문제는 계단 한복판이라 밟고 올라가기 딱 좋은 위치라는 거. 다른 등산객이 없을 거로 생각해 잘 보이는 곳에 놓았을 거로 이해하고, 지팡이를 피해 위로 올라가자, 고개다. 정확히는 등산로가 옆의 암봉을 우회하기 위해 넘어가 간 거다. 아래에는 안전 밧줄과 '위험' 경고문 서 있다. 뒤를 따라오던 후미가 고개에서 숨을 고르며 쉬는 동안, 바로 아래로 내려가니, 안전 밧줄 넘어 왼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속세골 쉼터 4.5km'다. 과거 안전시설이 없던 시절 달바위봉을 우회해 정법사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다. 현재는 폐쇄했고. 어쨌든 위험 경고문이 서 있는 걸 보니, 여기서부터 그 유명한 암릉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혹시 놓치는 장면이 있을까, 동영상을 찍으며, 작은달바위봉까지 갔다.
역시 예상대로 바위를 돌아서자, 앞선 일행이 지팡이를 접어 배낭에 넣고 있고, 위에서는 대여섯의 등산객이 밧줄을 잡고 내려오고 있다. 지팡이 집어 가지 말라고 부탁했던 두 쌍의 일행이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여기는 별것도 아니고, 정상에 올라서면 입이 딱 벌어진다며, 먼저 본 걸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반대편인 '정법사' 쪽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이 대현1리에서 출발해, 달바위봉만 찍고 내려오는 거다. 위험해 작은달바위봉은 포기하고. 그런데, 작은달바위봉을 거쳐 정법사까지 내려가는 게 아니라, 달바위봉만 찍고 돌아내려 오는 게 일반적인 산악회의 코스로 보인다. 대장이 버스에서 작은달바위봉으로 내려가기 무서우면 돌아가라고 했던. 굳이 여기에 밧줄이 있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하며, 위로 올라가 보니, 대장이 얘기한 첫 번째 전망대라,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은 철계단이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계단을 올라가다가, 일행 중 선후배 사이로 보이는 산꾼 둘을 만났다. 동영상 속에서 하는 말은 후배가 바짝 붙어 따라오며, 사진을 찍어 줘야 하는데, 내가 그 중간에 서는 바람에 사진이 망가졌다고 후배에게 뭐라고 하는 거다. 이후 그 선후배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하느라, 영상 속에 자주 등장한다. 작은달바위봉에서는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기도 했고. 계단을 다 오르자, 이제는 사다리다. 계단을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지 사다리를 걸쳐 놓았다. 그것도 밧줄에 매달아! 달바위봉 정상까지는 밧줄 아니면, 밧줄에 매달린 사다리의 연속이다. 그나마 난간이 있는 사다리가 설치된 구간이 있기는 있다. 참고로 난간이 있는 사다리 사진의 두 산꾼이 그 선후배다! 그렇게 정상을 향해 가자, 12시 2분, 등산 앱이 달바위봉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이미 동영상을 찍고 있는 마당이라 그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정상으로 향했다.
'이게 50m밖에 안 되냐?'를 속으로 외치고, 바위틈을 뛰어넘기도 하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7분에 도착했다. 정상석 주위는 앞선 일행 서넛이 인증을 찍고 있어, 일단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기고, 거기서 벗어났다. 그리고 건너의 작은 달바위봉을 기록으로 남기고, 왜 위험하다고 했는지, 능선을 확인했다. 이후 빈 정상석으로 돌아와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기고, 동영상과 사진으로 주변을 파노라마로 찍었다. 물론 정상석 주변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목표인 작은달바위봉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작은달바위봉에 오르는 고개까지가 인솔 대장이 조심하라고 강조했고, 일반 산악회는 돌아가는 코스로 산행 계획을 세우는 위험 구간이다. 그런데 시작은 과히 위험해 보이지 않아, 배낭에서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갔다. 급경사 암릉을 올라오느라 목이 바짝 말랐고, 12시가 지나 배도 고팠으나, 김밥을 먹으며 내려갈 암릉은 아니라는 판단에 오이를 선택했다.
오이를 먹으며 가자, 곧 쉬운 길이 끝나고, 양쪽이 낭떠러지인 칼날바위다. 와중에 전망대로 보이는 작은 암봉이 보여, 일단 그리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선후배 중 선배가 따라오더니, '응? 길이 아니네!' 해, '전망대라 온 겁니다!' 하자, '진작 말씀하시지' 하며 돌아간다. 사실 두 달바위봉의 제대로 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오른 전망대인데, 아니라 실망하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암릉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며 보니, 필요 없는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오히려 그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쨌든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니, 별도의 사진이 없고, 중간 동영상을 멈출 때 찍은 거점 기록만 남았다. 그중 하나가 갈림길’처럼’ 보이는 안부고, 다른 하나는 앞선 산꾼이 만들어 나무에 매단 '작은달바위봉' 방향 이정표다!
산꾼이 만들어 매단 작은달바위봉 이정표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계속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그나마 거점 기록도 없다. 달바위봉에서 고개까지 내려오는 암릉은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있어 바위 능선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으나, 작은달바위봉까지 올라가는 등산로는 다른 산과 같이 전형적인 한국 산의 등산로 모습이라, 별것 없다. 그런데, 다시 정상 부근에 도착하면, 곳곳이 바위라 그걸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스릴을 즐기며 올라, 12시 33분 일행 중 가장 일찍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텅 빈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건너편 달바위봉의 다양한 모습을 찍었다. 물론 정상에 인증을 찍는 산꾼과 암릉을 타고 내려오는 산꾼의 모습도, 구형 핸드폰 카메라라 명확하게 보이는 않지만. 이후 삼각대를 나무에 걸고, 그 위에 핸드폰을 두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 한 장 더 찍으려는 순간, 선후배 팀이 도착해 서로의 사진을 찍어 줬다.
인증을 찍고, 다시 달바위봉을 보자, 정상의 사람이 바뀐 거 같아,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산행 다음 날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새로운 게 없나 찾다가, 인솔 대장이 올린 앨범이 있어, 그걸 구경했다. 그런데, 그 사진 중 작은달바위봉에 있는 사람이 눈에 익어 확대하자, 나다! 당시 나도 달바위봉을 찍던 중이라 사진을 찾았다. 있다! 정상에 있는 인솔 대장의 모습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찍은 거다. 어쨌든 달바위봉, 작은달바위봉에 올랐으니, 이번 산행의 목표는 달성했다. 물론 천고지 산행의 목표도. 이제 하산만 남았다. 해서 마지막으로 작은달바위봉과 가장 위험한 구간을 내려오는 산꾼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12시 40분, 하산을 시작해, 동영상으로만 찍었던 뽀족바위와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달바위봉의 정상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정상이 시끄러워 자세히 보니, 한 무리의 등산객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일행은 아니다. 그럼, 또 다른 등산객 팀이라는 거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들도 왔던 길로 돌아갔다.
작은달바위봉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일행을 만나면 몇 마디 얘기를 나누며 내려와, 12시 49분에 비좁은 바위틈을 통과해 12시 50분에 정법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달바위봉에서 내려올 때 작은달바위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위틈을 통과하거나, 위에 걸린 밧줄을 잡고 넘어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갈 때는 바위를 넘어가며, 바위틈으로 통과하면 되는데, 굳이 밧줄을 건 이유가 궁금했는데, 막상 반대편에서 바위틈을 통과해 보고 알았다. 쉽지 않다! 나보다 덩치가 좋은 그 선후배가 어떻게 여기를 통과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시곗바늘은 12시를 넘어 1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고, 이번 산행의 위험 코스는 다 지났다. 비록 하산길도 위험하다고는 하나, 다른 산과 다를 바 없이, 당분간은 위험 구간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 힙색에서 김밥을 꺼내 늦은 점심을 먹으며 걸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나, 잘 정비되고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며, 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는지 가끔 뒤돌아봤다. 물론 전면에 전망대로 보이는 바위에는 다 올라가 봤다. 없다! 울창한 숲에 가린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러다 앞에 뾰족하게 솟은 바위가 있어, 그 정상에도 올라갔으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산행이 끝나고, 산행 계획을 다시 검토하다가, 코스에 '합장바위'가 있는 걸 발견했다. 산행 전에는 '합장?' 함께 묻었다는 의미? 그럼, 합장한 무덤처럼 보이는 바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손을 모은 모습의 바위를 의미하고, 쌍봉을 한 눈에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올라간 바위라는 걸 안다. 다만, 당시에는 그걸 몰라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기도바위'라 했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음에도 배가 고파, 에너지바를 꺼내 먹으며, 전망대로 보이는 곳에는 다 올라갔으나, 원하는 사진은 찍지 못하고, 주변 경치만 찍었다. 그중에는 다음에 갈 예정인 청옥산도 있을 거로 생각되는데 정확히, 어느 산이 청옥산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법사 갈림길에서 20분가량 오니, 잘 정비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끝나고, 암봉답게 다시 급경사 암릉으로 바뀐다. 그 길로 조심조심 10분 정도 내려가자, 앞에 송전탑이다.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철탑까지가 위험 구간이라고 했으니, 위험 구간 끝이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철탑을 지나, 산목련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다시 5분 정도 내려가자, 등산로 한 가운데, 무덤이다. 아니, 등산로가 무덤을 통과하는 건가? 뭐든, 지도에 이정표로 표기된 '진주강씨묘'다.
묘를 지나 급경사를 내려가니, 다시 슬슬 배가 고프고, 갈증도 난다. 아직 개봉도 안 한 물 한 통이 남아 있으나, 그걸 꺼내기 귀찮아, 마지막 남은 오이 조각을 꺼냈다. 그걸 먹으며, 200여 미터를 내려가자,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거기서 풀어진 등산화 끈을 다시 묶고, 계곡을 건너, 20여 미터를 갔다. 개활지다. 건너편에 보이는 게 청옥산 줄기고, 그 아래로 가옥도 보인다. 마을이다.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현재 시각 1시 44분! 그리고 100여 미터를 더 가니, 정법사로 가는 포장 임도다. 버스에서 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정법사까지 200m가량으로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해서 절 구경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감인 3시 30분까지 1시간 46분이나 남아, 구경하기로 하고, 우회전해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직진했다. 그런데, 정법사에서 계속 자가용이 나오는 게 꽤 큰절이다.
1시 47분, 정법사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 도달해 아래를 보니, 청년 3명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고, 주차장에는 아직도 꽤 많은 자가용이 서 있다. 이 절에 내가 모르는 국보가 있거나, 빈하늘이 수련한 절인가? 궁금해하며, 주차장을 지나, 대웅전 방향으로 가니, 대형 행사를 했는지, 간이 구조물 철거 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래 요사채에는 마치 뷔페를 차린 듯한 모습이다. 주지 생일인가? 창립일? 석탄일은 다음 주고, 뭐지? 절 구경 끝나고 공양이나 얻어먹을까 생각하며, 본존불에게 신고 후, 칠성각과 산신각으로 가, '칠성'과 '산신'을 만났다. 그리고 절에 가면 반드시 맛을 보는 감로수를 찾아보니, 뒤편 해수관음 옆에 있다. 그 맛을 보고, 돌아 나오는데, 비가 내린다. 역시 산신은 내 편이다. 사실상 산행이 끝나지, 비를 내린다.
본존불, 보살, 산신 등을 알현하고, 요사채로 내려가자, 그 사이 음식을 치워 공양을 얻어먹기는 틀렸으나, 오늘이 무슨 날인이 알아내기 위해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전혀 감이 안 와, 포기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데, 앞에 또 감로수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것도 맛봤다. 그렇게 감로수 2종 세트의 물맛만 보고, 정법사에 오늘 무슨 큰일이 있었는지 궁금증만 가득 품은 채 1시 58분경 등산로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그 순간 막 임도에 도착한 일행이 절이 어떤지 물어, 크지는 않으나, 아담하고 아기자기하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그도 잠깐 고민하더니, 맨날 보는 절인데 뭐, 이러고 바로 내려간다. 그 사이 빗방울이 굵어져, 빨리 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간절한 시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날머리를 향해 내려가, 2시 3분에 대현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다리로 백천계곡을 건너자, 정법사 버스 정류장이자, 속세골 쉼터로 이번 산행의 날머리다. 그런데 버스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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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사 버스정류장에는 큰 테이블을 둘러싸고 의자가 있는 쉼터에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다. 해서 비를 피해 다 그 쉼터로 들어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3시간이 조금 더 걸린 2시 5분 산행을 마감했으니, 공식 마감인 3시 30분까지 1시간 반 가까이할 일이 없다는 게 문제다. 거기다, 마감 시간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했던 대장의 말도 있으나, 오늘 동행한 일행의 움직이는 걸 보니, 3시면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와중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도 도착 전이라, 버스에 먹거리와 여벌 옷이 있는 등산객은 난감한 상황이고, 나도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야영 배낭이라 생각될 정도로 큰 배낭을 둘러멘 산꾼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비록 무겁기는 하나, 모든 걸 짊어지고 다녀, 정자에 자리를 잡자, 바로 라면을 끓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행 중 한 명이 버스를 보내 달라고 대장에게 연락해, 5분 후 들머리인 대현1리에 있던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가 주차하자마자 각자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 두었던 옷가지나, 먹거리를 꺼내 다시 쉼터로 갔고, 나는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봉지에 넣고 바람이 새지 않게 꽉 묶은 다음, 슬리퍼를 신고 버스에서 내렸다. 물론 허기를 채울 오렌지도 가지고. 그 전에 버스에서 에너지 바 하나도 먹었고. 그런데, 아래 보이는 백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안 보인다. 그러자, 일행은 주인도 없는 남의 집으로 들어가 수돗가에서 무단으로 씻는다. 그 전에 주인을 부르기는 했지만. 도저히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번 산행 마지막 암벽으로 축대를 타고 백천계곡으로 내려가, 비를 맞으며, 발을 씻었다. 오렌지도 까먹으며, 대략 10분가량 노닥거린 후 쉼터로 도로 올라와 쉼터로 가니, 인원 변동이 없다. 쉼터에 한자리 차지하는 것도 싫어, 책이나, 보려고 버스에 탔다. 그렇게 책을 보며, 가끔 창밖으로 인원 변동을 확인하는 중 다행히 주인장이 나타나 사정 얘기를 듣고 기꺼이 씻는 걸 허락하는 걸 보고 잠이 들었다.
3시 20분경 잠이 깨, 창밖을 보니, 대장이 안 보인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차 버스에서 내려 분위기를 살폈다. 대장을 포함 몇 사람이 아직이다. 물론 대장이 뒤에서 토끼몰이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공식 마감이 5분가량 지난 3시 35분경 대장이 세 명의 일행을 동반하고 도착하는 거로 모든 일행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한 일행이 씻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인 3시 44분경 날머리인 정법사 버스정류장을 떠나, 예상보다 늦었으나. 8시까지는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 동네가 고향인 승객이 약수를 마시고 가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약수터를 들렸다 가기로 했다. 약수에 관해 자랑이 대단한데, 다만, 과거에는 도로가 약수터 옆을 지나, 많은 사람이 찾았으나, 새 도로가 개통된 이후로 약수터를 찾는 관광객이 없다고 한탄이다. 그 말을 듣자, 굳이 관광객이 시간 낼 만한 가치가 없는 약수거나, 거기까지 가는 게 번거로운 거 둘 중 하나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약수 이름도 생소하다.
새 도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대장이 다른 승객의 의사도 묻지 않고, 동의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고향의 약수를 자랑하고 싶은 승객의 말대로 약수터는 도로에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고, 왕복할 필요도 없는 위치에 있다. 즉 서울로 가든 그 반대로 가든 약간 벗어나 물맛을 보고 다시 도로로 들어가면 되는 아주 편리한 위치다. 그럼, 답은 하나다. 그것마저 번거로울 정도로 가치가 없는 약수라는 거다. ‘다덕약수’에 도착해 다들 버스에서 내려 물맛을 봤다. 몇몇 승객은 물통에 담기도 하고. 약하기는 하나, 철분과 탄산으로 톡 쏘는 맛이다. 문제는 과거는 어땠는지 모르나, 현재는 약하다는 거. 사람은 다 비슷하다고, 거의 비슷한 평가다. 오히려 약수보다는 볼일을 보거나, 씻을 수 있어 만족한 표정이라, 고향을 자랑하고 싶어 했던 승객은 다른 승객의 반응에 약간 실망한 표정이다.
4시 22분경 ‘다덕약수’를 떠난 버스는 올 때와 같이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물론 중간에 중부내륙을 타려는 기사를 인솔 대장이 말린 덕이다. 지난 두 번의 산행 때는 길을 잘 모르는 기사를 인솔 대장이 구경만 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길을 잘 아는 기사를 대장이 제어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결과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산행 때문에 이 동네를 돌아다닌 경험에 의하면 기사가 원하는 대로 해야 했다. 어쨌든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6시 11분경 여주휴게소로 들어가 15분간 휴식했다. 애초 약수터가 휴게소라는 게 많은 승객의 생각이었는데, 의외다. 그나마 다행은 휴게소에 들어갔을 때는 비가 소강상태였다는 거. 휴식이 끝나고, 폭우를 뚫고 달린 버스는 먼저 죽전에서 부부를 내려주고, 7시 9분경 도착한 두 번째 정류장인 양재역에서 내려, 8시 10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봉화 달바위봉 산행을 마감했다. 하산주는 집에서! 그런데, 귀경 때 고속도로 정체는 이유가 뭘까?
안내산악회 계획에 대로 '대현1리 → 여래사 → 칠성암 → 이정표 → 밧줄 구간 → 전망대 → 달바위봉 → 밧줄 구간 (→ 작은달바위봉/왕복)→ 이정표 → 합장바위 → 갈림길 → 진주강씨묘 → 속세골 → 정법사 입구 (→ 정법사/왕복) → 대현교 → 정법사 버스정류장'의 6.4km(트랭글) 코스를 3시간 14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13분, 휴식 1분!
지난 1월 백악산[산행기] 이후 최고의 암봉 산행으로, 욕먹어 가며 강행한 이상의 만족을 준 산이다. 암벽, 암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기어올라 봐야 하는 산이다.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았으나, 조망을 기대한 산행이 아니라, 신경도 쓰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올라야 할 청옥산이 백천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6.4km에 불과한 거리에, 작은달바위봉 구간이 위험해, 달바위봉만 찍고 돌아내려 가는 산행이 대부분이고, 달바위봉에 올랐다고 까만 소가 인정해 주지도 않아, 등산객에 따라 가성비 최악의 산행이다. 고로 산악회가 거의 찾지 않아,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산행이다. 그렇다고 성원을 채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 글 쓰는 5월 29일 월요일까지, 2023년 석탄일을 산행 당일인 5월 27일 토가 아니라, 대체 휴무일인 5월 29일 월로 알고 있었다. 석탄일 대체 휴무는 상상해 본 적이 없어 발생한 오해다. 빈 하늘(天空)에 감사해야 하나?! 연휴 내내 비 소식에도 고속도로 정체, 특히 중부내륙, 정법사의 인파와 귀경 때 고속도로 막힘 등 이해가 안 됐던 토요일의 모든 정황이 설명된다. 고로 대장의 선택이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