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작품소개
이 소설은 1947년 미국의 유명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가 쓴 희곡으로 194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이 쓰여지기 전 남부는 농업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고립된 생활을 했지만, 1940년대 후반 이후 산업화로 인해 남부 사람들은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동은 경제 활성화의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남부만의 특성을 잃고 기존 가치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 윌리엄스의 희곡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는 두 여성 블랑쉬와 스텔라가 있다. 이 두 자매의 대조적인 삶의 방식은 남부의 전통과 현대화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 역시 작품의 중심인물로서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스탠리의 강렬한 현실주의는 블랑쉬의 환상과 충돌하며 극의 긴장과 갈등을 이끈다.블랑쉬의 몰락과 스탠리의 지배욕은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겪는 혼란과 갈등을 상징한다. 이 소설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호소력을 가진 이유는 인간의 욕망과 환상, 그리고 현실과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블랑쉬의 욕망
블랑쉬는 고향을 떠나 동생이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로 찾아간다. 그 녀는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라고 말하며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이 대사는 블랑쉬의 인생 여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그녀가 겪어온 시련과 갈망을 표현한다. 블랑쉬는 고향에서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며 타락하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다. 그 녀는 남부 귀족의 이상을 복원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의 욕망은 라캉이 주장하는 대타자의 욕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타자의 욕망은 요구와 욕구가 일치되지 않는 틈에서 발생하며 끝없는 빈 자리를 만들어낸다.
블랑쉬가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대상을 끌어오는 모습은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그 녀는 남부의 우아한 여성의 삶을 꿈꾸었지만 고향에서 겪었던 비극들은 그녀를 비도덕적인 쾌락에 빠지게 만들었다. 라캉은 주체가 대타자의 욕망을 알고자 하며 자신의 욕망을 대타자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습은 블랑쉬가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보호 받고자 하는 심리로 표현된다. 그 녀는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남자들에게 의존하며 그들에게서 사랑과 안정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헛된 욕망일 뿐이며 결코 충족 될 수 없는 환상으로 남는다.
스탠리의 욕망
스탠리는 강렬한 남성 인물로서 힘과 통제의 욕망으로 표현된다. 그의 욕망은 라캉의 이론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스탠리는 현실적인 인물로 블랑쉬의 환상적인 세계와 정반대에 서 있다. 그는 블랑쉬와의 마지막 충돌에서 그 녀의 환상적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의지로 강간을 범한다. 이 장면은 스탠리가 자신이 가진 권위와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라캉에 따르면 스탠리는 자신의 욕망을 타자, 즉 블랑쉬를 통해 더욱 확고히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의 강렬한 욕망은 실존적 불안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스탠리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계층에서의 불안을 느끼는 인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지배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탠리는 블랑쉬의 환상적 세계가 자신이 구축한 현실을 위협한다고 느끼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그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결국 그는 블랑쉬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의 냉정함과 무정함은그 자체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지만 그의 강한 생존 본능과 맞물려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블랑쉬의 비극적 결말은 동정과 연민을 자아내고 스텔라의 무력함과 순응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한다. 이는 스탠리와 블랑쉬의 욕망이 어떻게 서로 충돌하고 파괴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끼게 한다.
욕망과 현실의 충돌
소설은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을 통해 블랑쉬와 스탠리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블랑쉬는 거울 단계에서 자아를 인식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블랑쉬의 환상은 거울 속 이미지와 같은데 그녀는 그 이미지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현실은 그녀의 환상을 무너뜨린다. 스탠리는 블랑쉬의 환상을 파괴하는 현실의 상징이다. 스탠리와 블랑쉬의 충돌은 라캉의 이론에서 말하는 상징적 질서와의 갈등을 보여준다. 블랑쉬는 상징적 질서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스탠리는 그녀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우리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고 그 욕망이 현실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성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익는 마을 유하나